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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랜트건설노조 충남지부의 블랙리스트 반대 투쟁

플랜트건설노조 충남지부는 노동현장의 '주홍글씨' 블랙리스트 철폐를 요구하며 4월 11일부터 18일까지 투쟁을 벌였다.

지난 3월 전국플랜트건설노동조합이 기자회견에서 폭로했듯이 현대건설은 건설노동자들을 대상으로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취업과 퇴출, 노동통제 수단으로 활용해 왔다.

플랜트건설노조 충남지부는 현대오일뱅크 MX현장(석유 정유 공정 중 하나)에 취업이 예정돼 있던 배관분회장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취업이 취소된 이유가 원청사인 현대건설의 입김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강한 의혹을 제기했다.

현장에서는 배관분회장이 지난 1월 중순 5일간 벌어진 MX현장 파업에서 주도적 구실을 한 것이 현대건설의 거부감을 샀다는 얘기가 설득력 있게 돌았다.

‘출근 투쟁’과 천막농성이 이어지고 천막 설치를 막는 용역깡패들과 몸싸움까지 발생하자 투쟁에 결합한 활동가들 사이에선 이 싸움을 배관분회 중심에서 지부가 책임지는 싸움으로, 간부 활동가 동원 중심에서 MX현장 조합원 전체가 참가하는 투쟁으로 확산돼야 한다는 주장들이 제기됐다.

충남지부 집행부도 블랙리스트에 관한 의혹 제기에 대해 현대건설의 무대응과 교섭 회피를 규탄하면서 이참에 현대건설의 블랙리스트를 철폐하기 위해 싸우겠다고 밝혔다.

노동현장의 블랙리스트는 충남지역 플랜트 노동자들의 공분을 사 왔다. 리스트의 주요 타깃은 전·현직 노조 간부들과 활동가들이다. 현대건설이 작성한 문건에는 “권리 의식이 강한 자”들이 퇴출 대상으로 적시돼 있다. 한 전직 지부장은 자신도 지부장 출신이라는 이유로 취업이 안 돼 현장 출입구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취업이 돼도 동료들이 있는 현장에서 멀리 떨어진 샵장(현장 외부에서 보조 작업을 하는 공간)으로 배치됐다고 했다.

보복

투쟁이 점차 고조되던 4월 18일, 협상 끝에 배관분회장이 MX현장 내의 한 업체에 취업하기로 합의되면서 싸움은 정리됐다.

원청사인 현대건설의 방해에도 MX현장에 취업한 것은 투쟁의 성과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몇 가지 아쉬운 점도 있다. 먼저 현대건설의 블랙리스트 문제에 대한 우리의 요구가 관철되지 못했다. 지부 집행부와 당사자인 배관분회장은 집회 발언에서 블랙리스트를 철폐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번에 블랙리스트로 인한 피해 보상은 물론이고 리스트 작성에 대한 현대건설의 인정도, 사과와 폐지 약속조차 받지 못했다.

지부 집행부는 투쟁을 지나치게 협상에 대한 압박수단으로 활용했다. 현대건설을 협상테이블로 끌어내는 건 필요하지만 천막 두 동을 모두 조합원 출입이 거의 없는 정문과 남문에 설치한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 조합원 대다수가 출입하는 서문에선 배관분회원만 참여하는 출근선전전이 몇 번 있었을 뿐이다. 블랙리스트는 지난 파업에 대한 보복의 일환으로, 배관분회장이나 배관조합원들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고 전체 조합원의 문제이다.

MX현장의 전체 조합원을 출근 집회에 참여시켜 블랙리스트 철폐 투쟁의 정당성을 호소하고 나아가 현장 투쟁도 병행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

배관분회장은 MX현장에 들어 왔지만 그는 노동자 대다수가 밀집해 있는 지역에서 좀 떨어진 업체에 취업이 됐다. 이 점을 여러 활동가들이 우려하고 있다. 좋지 않은 선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교섭에 중심을 두고 배치한 자기제한적 전술이 결국 현대건설의 의도가 관철되는 결과를 가져온 약점으로 작용한 것이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