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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이코노미스트〉의 미국 경제 호황론에 대한 마르크스주의적 비판

2016년 3월 26일 〈이코노미스트〉는 “좋은 일이 너무나 많은”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불과 한 달 만에 이런 전망은 대부분의 언론에서 자취를 감췄지만 부르주아 경제지들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을 새삼 일깨워 줬다. 저들은 무슨 근거로 장밋빛 전망을 내뱉는 것인가? 이번 기사에서는 〈이코노미스트〉의 분석을 살피며 부르주아 경제지의 한계를 살펴볼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항공사들을 예로 들며 미국 경제가 잘 나간다고 주장했다. 미국 항공사들은 형편없는 서비스와 열악한 재무상태로 유명하다. 그러나 지난해 주요 비용 중 하나인 유가가 하락한 덕분에 미국 항공사들의 수익이 2백4십억 달러로 증가했다. 이는 구글의 모기업인 알파벳이 벌어들인 것보다 더 많다. 그리고 미국 경제 사정도 항공사들과 대체로 비슷하다는 내용이었다. 이어서 〈이코노미스트〉는 이렇게 적고 있다.

“지난해 유가가 에너지 기업에게 미친 영향과 강한 달러 때문에 이윤 총량이 약간 하락했다. 그러나 GDP와 비교해 이윤이 거의 최고치 수준이며,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현금의 흐름 ― 기업이 벌어들인 수익 중 자본 투자를 제한 뒤의 금액 ― 도 크게 증가했다. 자본 수익률이 기록적으로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 지난 20년 동안 대부분의 기업들이 더 많은 돈을 벌고 있다. 점점 더 많은 기업들의 수익성이 나아지고 있다.”

〈노동자 연대〉는 현재의 세계경제 위기가 오랫동안 이어진 이윤율 저하 경향의 산물이라고 주장해 왔고 지금도 이윤율이 높기는커녕 제2차세계대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주장했다. 〈이코노미스트〉의 이런 진단은 〈노동자 연대〉가 틀렸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인가?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 마이클 로버츠는 그렇지 않다며 현상과 본질을 제대로 구분해서 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세 가지 점에서 그렇다.

첫째, 서로 다른 수치를 비교하는 것이다.

미국 기업들의 이윤 총량은 지난 30년 동안 계속 증대해 왔다. 인구도 증가하고 산출량도 늘고 고용도 증가하고 투자도 늘어나니 이윤의 총량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 〈이코노미스트〉도 단순히 총량으로서의 이윤이 증가했다고 말하지 않고 GDP 대비 이윤이 증가했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GDP 대비 이윤의 비율은 자본주의 체제를 불황으로 몰아넣는 원인인 이윤율과는 다르다.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에서 이윤율이란 이윤을 기업이 소유하거나 투자한 자본 가치로 나눈 값(s/(v+c))이다. 그런데 GDP 대비 이윤의 비율은 창출된 가치(GDP) 중에서 자본으로 가는 몫이다. 굳이 마르크스주의 용어로 표현하면 잉여가치율(s/v)에 가깝다. 그래서 GDP 대비 이윤의 비율은 높아도 자본 이윤율은 하락할 수 있다. 2015년 2월 23일자 〈뉴욕 타임스〉의 기사에서 폴 크루그먼도 “국민소득 대비 기업 이윤이 크게 증가했지만, 투자수익율이 증가했다는 조짐은 없다”고 지적했다. 이윤 분배율(profit share)을 이윤율과 혼동하는 것이 문제이다.

둘째, 마이클 로버츠는 〈이코노미스트〉가 자본의 국내 및 해외 수익을 통합한 수치를 이윤율로 추정하지만, 이 수치는 이윤율이 아니라 금융자본을 포함한 투자 자본의 연간 수익률이라고 지적한다. 이것은 미국 기업들이 자사 주식이나 해외 자산에 대한 투자를 통해 얻은 수익으로 미국 자본의 전반적인 이윤율 상승 때문은 아닌 것이다. 오히려 마르크스주의적 의미에서 미국 기업의 이윤율은 회복되지 못했다.(하단 그림 참조)

마이클 로버츠가 제시한 미국 기업 이윤율(전체 경제, %)

황금기, 이윤율 위기, 신자유주의 회복, 다시 하락

이런 장밋빛 전망의 셋째 문제는 잘 나가는 기업의 이윤만 고려한다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는 맥킨지의 보고서에 기초해 미국 기업들 중 규모가 크고 수익성이 높은 상위 기업들의 이윤이 높다고 주장했다. 대부분의 산업에서 상위 4개 기업이 이윤의 많은 몫을 가져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코노미스트〉는 다음과 같이 썼다. “자본 집중도가 낮은 부문(상위 4대기업이 시장의 3분의 1 이하를 점유하는 부문)의 수익은 전체 산업 수익의 72퍼센트(1997년)에서 58퍼센트(2012년)로 하락했지만 ‘상위 4대기업이 시장의 3분의 1에서 3분의 2를 점유하고 있는 부문’의 수익은 같은 기간에 24퍼센트에서 33퍼센트로 증가했다.” 그러나 상위의 일부 기업들은 잘 나가고 있을지 모르지만 많은 기업들의 사정이 다 좋은 것은 아니다.

나아가 〈이코노미스트〉는 ‘경쟁이 기업들을 더 효율적이게 만든다’는 주장을 꿰어 맞추려 다음과 같은 황당한 주장을 편다.

“전 세계적으로 많은 이윤은 질병의 신호일 수 있다. 많은 이윤은 새롭게 부를 창출하기보다 독점을 활용하는 기업들처럼 기존의 부를 빨아들이는 데만 능숙한 기업의 존재를 나타내는 것일 수 있다. 기업이 지출하는 것보다 더 많은 이윤을 번다면 이는 수요의 부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것이 미국에서 절박한 문제가 되고 있다. 역사적 수준에서 봤을 때, 기업이 투자를 적게 하는 것이 아니다. 자산, 매출, GDP와 비교했을 때 투자 수준은 꽤나 정상이다. 그런데 국내에서 투자를 한 뒤에도 연간 8천억 달러가 남아 있을 정도로 국내 현금의 흐름은 높은 편이다.”

그렇지만 이 주장은 터무니없다. 마이클 로버츠는 “이윤이 너무 많아서 투자를 할 수 없는 게 아니라 기업들의 이윤율이 너무 낮고 부채는 너무 많아서 투자를 원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미국 기업들의 투자 수준이 “꽤나 정상”이란 것도 사실이 아니다. 마이클 로버츠는 1980년대 이래로 GDP 대비 투자는 정체를 보이다가 최근에는 하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기업들이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은 이윤율이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기업들의 부채도 증가하고 있다. 맥킨지에 따르면, 2007년 말 글로벌 기업들의 미지불 부채 규모는 1백42조 달러이다. 그런데 2014년에 57조 달러가 더 증가했다. GDP 대비 부채 규모도 2백86퍼센트로 최고 수준이다. 2007~14년 동안 기업 부채는 전체 부채보다 더 빠르게 늘었다.

맥킨지는 다국적기업들의 이윤이 1980년 2조 달러(전 세계 GDP의 7.6퍼센트)에서 2013년 7조 2천억 달러(10퍼센트)에 도달했지만, 이제는 이윤에 대한 압박이 커져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맥킨지는 특히 자본집약적인 산업이 압박을 많이 받고 있고, 2025년이 되면 이윤이 GDP의 8퍼센트로 수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30년 동안 이윤을 늘렸던 몇 가지 외부적 요소들(세계적 차원의 노동 배치나 금리 하락 등)이 이제는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게 됐기 때문이다.

미국 기업들의 이윤율뿐 아니라 이윤량까지 하락한다면, 그 때문에 기업들이 채무불이행에 처할 위험은 더 높아지게 된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전략분석가는 미국 기업의 회사채 발행액이 자산보다 더 많기 때문에 기업 파산으로 인한 손실이 이전의 경제 위기 때보다 더 클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기업뿐 아니라 정부 부채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16년 1월 전미경제학회 연차총회에서도 주요 참석자들(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 스탠리 피셔 연준 부의장, 올리버 블렌차드 피터슨 경제연구소 선임 연구원 등)은 장기적으로 정부 부채의 급증 가능성을 미국 경제의 최대 위험 요인으로 지적했다. 정부 부채는 글로벌 금융 위기 이전에는 GDP의 40퍼센트 미만이었지만 최근에는 75퍼센트까지 증가했다. 이들은 정부 부채 급증이 정부의 차입 비용을 높이고 미국 정부에 대한 신뢰 저하로 이어져 국채금리 급등의 부작용을 낳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코노미스트〉의 주장과는 달리 미국 경제는 이윤율이 하락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이윤량도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과 정부 부채도 사상 최대로 증가하고 있고, 낮은 이윤율 때문에 투자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런 요소들이 미국 경제를 새로운 불황에 빠뜨릴 수 있다.

외견상의 ‘호황’만을 보고 호들갑을 떨었던 〈이코노미스트〉의 분석은 부르주아 경제학의 한계를 보여 준다.

이 글은 마이클 로버츠의 블로그에 실린 기사를 참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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