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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 처벌법 ‘군형법 92조의6’ 폐지하라

‘동성애 처벌법’인 군형법 92조 제6항의 위헌성 여부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조만간 나올 예정이다. 군형법 92조 제6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92조의6(추행) 제1조 제1항부터 제3항까지에 규정된 사람[즉, 군인, 군무원 등]에 대하여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추행’의 사전적 의미는 ‘더럽고 지저분한 행동’, ‘강간이나 그와 비슷한 짓’이다. 일반적 언어 사용에서도 ‘추행’은 ‘강제성’을 전제한다. 그래서 군형법(혹은 법)이 이를 금지하는 것이 정당한 듯 여겨질 수 있다.

그러나 군형법 92조 제1~4항에서 강간, 유사강간, 강제추행 등을 다루고 있으므로, 92조 제6항이 의미하는 ‘추행’은 이와 별도의 의미를 가진다고 볼 수 있다. 이 조항에서 특별히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지목한 것은 (강제성 여부와는 관계없이) 동성 간의 성적 행위를 처벌하는 게 목적이기 때문이다. 2013년 군형법 92조의6의 처벌 행위가 남성 간 성행위를 모욕적으로 표현하는 ‘계간’에서 ‘항문성교’라는 ‘중립적’인 단어로 바뀌었지만 처벌대상에 이성간 성행위가 포함되는지 여부가 불분명하며 합의에 의한 동성 간 성관계를 처벌하는 본질이 바뀐 것도 아니다.

실제로 2014년 12월 육군 37사단 내 한 부대에서 성적 접촉이 있었던 두 병사 중 자신이 동성애자라 밝힌 병사가 이 조항에 따라 기소유예 처분을 받고 사실상 강제구금된 적이 있다.

이처럼 ‘군형법 92조의6’은 동성애가 강간이나 강제추행 같은 범죄와 다를 바 없다고 전제한 명백한 ‘동성애 처벌법’이다.

동성애 처벌법 위헌 판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 4월 28일 헌법재판소 앞. ⓒ사진 고은이
5월 17일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IDAHOT) 기념 기자회견 참가자들. 이 기자회견은 노동·시민·사회·종교계 등 60여 개 단체가 주최했다. ⓒ사진 조승진

우익들은 ‘92조의6’이 군대 내 계급 서열을 악용한 동성 간 강제적 성 접촉(강간 및 강제 추행 등) 발생을 억제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강제적 성 접촉은 동성·이성에 관계 없이 군형법의 다른 조항으로 처벌할 수 있다. 따라서 동성 간 강제적 성 접촉을 억제하려 ‘92조의6’이 별도로 존재할 필요는 없다.

2008년 대법원은 군형법 상 ‘추행’은 “계간(항문 성교)에 이르지 아니한 동성애 성행위 등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성적 만족 행위로서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규정하며, 중대장이 중대원인 피해자들의 양 젖꼭지를 비틀거나 잡아당기고 손등으로 성기를 때린 사건에 대해 군형법 상 ‘추행’에 의거해 처벌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오히려 군형법 92조의6으로 인해 원래부터 아는 사이인 서로 다른 부대의 두 병사가 휴가를 나와 합의하에 집에서 한 성행위가 처벌받은 사례가 있다. 이 법의 핵심이 동성애 처벌이라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군대의 ‘특수성’을 들어 상호 합의한 행위일지라도 군인 간의 성적 행위는 문제라는 논리도 있다. 그러나 이런 논리는 젊은 남성들을 강제 징집한 후 자연스러운 감정까지 가로막는 군대의 억압성을 보여 줄 뿐이다. 게다가 군형법 어디를 뒤져봐도 이성 간 성적 행위를 문제로 지적하는 구절은 찾을 수가 없다. 즉, 이중잣대다.

‘동성애 처벌법’인 ‘군형법 92조의6’은 즉각 폐지돼야 한다. 우익들은 이 법이 존재함으로써 사회 전체적으로 동성애를 처벌할 수 있다는 우익적인 생각을 더 부추길 수 있기에 기를 쓰고 법 폐지를 반대하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즉각 위헌 판결을 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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