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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불거지는 중국 경제 위기

2016년 1분기 중국 경제는 6.7퍼센트 성장을 기록했다. 분기별 성장률 수치는 지난 2009년 1분기 이래 최저 수준이다. 그렇지만 중국 정부는 올해 성장 목표치 6.5~7퍼센트를 달성할 수 있기 때문에 별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지난 1월 세계경제포럼에서 영리한 금융투기꾼 조지 소로스는 논란을 자아낸 발언을 했다. “중국의 경착륙은 피할 수 없[다.] 이건 그저 예상이 아니라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그의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는 않더라도 “중국의 급격한 부채 증가가 중국을 파국으로 몰고 가는 경고 신호”라는 지적은 진중하게 들을 필요가 있다.

5월과 6월이 만기인 회사채 가운데 부도 위험 채권이 위기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분석들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5월 11일 〈경제참고보〉는 5월 상환 만기를 맞는 회사채가 1조 6천6백억 위안(약 3백조 원)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달 7천6백43억 위안의 갑절 이상이다. 그중 1조 1천7백억 위안 정도는 신용등급이 투기 등급이거나 신용등급 자체가 없는 고위험 채권이다.

2015년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한 민간기업이 12곳이고, 국유기업도 10곳에 이른다. 지난해 화이안지아쳉, 화이안파룬, 쓰촨솅다 그룹 등이 부도를 냈다. 2015년 4월 국유기업으로는 처음으로 바오딩톈웨이가 부도를 냈고, 10월 중강집단공사(시노스틸)와 중국산수수니집단이 부도를 냈다. 2016년 3월에도 국유기업 동베이특수강, 4월에는 중국철로물자가 부도를 선언해 충격을 줬다.

기업과 은행의 부실

앞으로 1년 이내에 만기가 도래하는 과잉생산 업종의 채권으로는 채굴업 5천1백억 위안, 철강업 2천3백억 위안, 비철금속 1천5백억 위안 등이 있다. 이 회사채의 만기 연장은 어려워 보인다. 중국 경제의 침체 때문에 회사채 시장이 지난해보다 43퍼센트나 줄었기 때문이다. 중국 선전에 있는 신다 펀드매니지먼트의 치우신홍은 “기존 채권의 만기가 다가오는데, 부채 상환을 위해 새로운 채권을 발행하지 못하면 많은 기업이 부도를 맞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기업의 부실은 은행의 부실로 이어진다. 중국도 그렇다. 그래서 〈파이낸셜 타임스〉나 〈이코노미스트〉 같은 친자본주의 언론들은 중국의 금융 불안정을 지적하고 나섰다. 크레디리요네증권(CLSA)의 애널리스트 프란시스 청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중국 은행들의 부실채권(NPL) 규모는 전체 대출의 15~19퍼센트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중국 상업은행들이 공식 발표한 부실채권의 평균 비중은 1.75퍼센트다.) 이에 따라 정부가 은행에 10조 6천억 위안(중국 GDP의 15.6퍼센트)을 자산으로 새롭게 공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SC은행의 아시아담당 수석경제학자인 데이비드 맨은 그림자금융으로 인해 이 문제가 더 심각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CLSA에 따르면, 2015년 말 그림자금융의 규모는 40조 위안으로 중국 GDP의 59퍼센트에 이른다.

중국 정부는 이미 지난해부터 은행부문의 부실채권을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 방법은 두 가지인데, 하나는 출자전환(기업 부채를 주식으로 전환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만기연장이다. 2015년 국유은행들은 지방정부와 연계된 기업들에 대출한 부채 4조 위안을 단기채권에서 장기채권으로 만기를 연장해 줬다. 하지만 출자전환은 부실기업으로부터 배당을 받을 수 없을 뿐 아니라 출자한 자본에 대한 이윤을 낮추기 때문에 은행들이 시큰둥할 수밖에 없다.

중국 정부는 부실채권을 처리하려고 자산담보부증권(ABS) 시장을 8년 만에 재개했다. 그러나 자산담보부증권이 발행되면 누가 매입할 것인가? 글로벌 신용평가기관들이 이 자산담보부증권의 신용을 매기지 않았기 때문에 국제 투자자들이 자산담보부증권을 살 가능성은 낮다. 아마도 중국 국유 보험사나 다른 은행들이 매입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부실채권을 오른손에서 왼손으로 옮기는 것에 불과하다.

2016년 5월 7일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GDP 대비 부채 비율이 2008년 세계경제 위기가 시작될 때 1백50퍼센트였는데 지금은 2백60퍼센트로 급증했다고 지적했다. 무디스도 중국의 부채가 GDP의 2백80퍼센트가 된다고 발표했다. 국제결제은행(BIS)은 중국의 기업부채가 GDP의 1백66퍼센트로 세계 4위라고 보도했다. 경제 위기에서 벗어나고자 재정지출을 확대해 경기를 부양하려 한 데서는 중국도 예외가 아니었다.

재정지출 증대에도 불구하고 중국 기업들의 수익성은 도리어 더 나빠졌다. 2014년에 대기업 1천 곳 중 16퍼센트가 세전 수익으로 이자조차 지급하지 못했다. 중국 경제는 더 많은 신용 대출이 필요하지만 성장률은 점점 더 하락하고 있다. 2008년 위기 이전에는 GDP 1위안을 늘리기 위해 대출 1위안이면 됐지만 지금은 4위안을 대출해야 한다.

기업과 은행의 부채에 문제가 생기면 자산가격과 실물경제가 충격을 받을 수 있다. 중국은 세계2위의 경제대국이고, 은행부문의 자산은 전 세계 GDP의 40퍼센트를 차지할 정도로 높다. 미국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상위기업 중 1~3위가 중국의 국유상업은행들이다. 올해 초 폭락했다 할지라도, 중국의 주식시장 시가총액은 6조 달러로 미국 다음으로 크다. 채권시장은 7조 5천억 달러로 세계 3위 규모다. 지난해 여름 위안화가 2퍼센트 절하된 것으로도 전 세계 주식시장이 전전긍긍했고, 중국의 조그마한 경기후퇴조차 전 세계 원자재 수출업자들을 곤경에 빠뜨렸다.

국가가 위기를 막을 수 있을까?

물론 지난 30년의 시장 지향적 개혁 과정에서 보듯이 중국 지배자들이 문제를 해결할 의지와 능력을 갖고 있고 국가가 금융 체제를 통제하고 있다며 중국 경제의 전망을 낙관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2015년 중국 지배자들은 주식시장을 부양하는 데 2천억 달러를 썼다. 은행 대출 중 6백50억 달러가 부실채권으로 바뀌었다. 금융사기로 투자자들이 입은 손실은 적어도 2백억 달러에 이른다. 자본 6천억 달러가 해외로 빠져나갔다. 경제 성장을 부양하는 정책들이 자산 거품을 초래했다. 이 과정에서 부채는 GDP의 갑절 이상이 됐다. 금융부문에 대한 정부의 장악력은 약화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두 가지 위험이 생겨난다. 첫째는 은행들의 수익성 악화다. 은행들은 이윤 추구 때문에 대출 심사를 꼼꼼하게 하지 않는다. 부실대출 규모가 2012년 4퍼센트에서 2015년에는 16퍼센트로 급증했다. 둘째 위험은 유동성 문제다. 은행들이 금리가 높은 단기 예치금을 끌어다 장기 자산에 해당하는 “자산관리상품”(WMP)에 집중하면서 유동성이 부족해졌다. 더욱이 중국 정부가 은행 예치금 비율을 1백 퍼센트로 높이면서 유동성 문제가 더 심각해졌다.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 경제 위기가 2008년 미국 금융 위기보다는 1990년대 초반에 부동산 거품이 꺼졌던 일본의 위기처럼 될 것으로 전망한다. 그러나 실물부문에서 위기가 시작되든 아니면 실물부문의 위기가 전이된 금융부문에서 시작하든 간에 중국 경제 위기는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 때문에 1990년대 초반의 일본보다는 더 큰 파장을 자아낼 것이다.

중국 지배자들은 금융부문의 부실과 더 나아가 실물부문의 과잉투자로 곤경에 처해 있다. 시진핑은 최근 공급측 구조개혁을 주장하며 산업 구조조정을 시사했다. 하지만 국내 산업의 과잉생산을 줄이는 결정적인 조처는 취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중국 정부가 특히 국유부문에서 과잉투자 부문을 과감하게 청산하기보다는 인수와 합병을 주로 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좀비기업으로 생산이 중단됐던 하이신 강철이 다시 살아난 경우다.

시진핑-리커창 체제가 공급측 구조개혁을 추진하면서도 성장률을 6.5퍼센트 이상 유지하겠다고 하지만, 이 둘을 동시에 달성하기는 점점 더 힘들어 보인다. 중국 전문가들은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구조조정을 강조하는 시진핑과 경제 성장을 유지하려는 리커창 사이의 갈등설을 제기하기도 한다. 이런 추측이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중국 지배자들이 진퇴양난에 처해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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