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 규명을 위해 세월호 특별법은 개정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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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 활동 기간 보장 등을 골자로 한 세월호 특별법 개정 과제가 결국 20대 국회로 넘어갔다. 20대 총선에서 박근혜는 패배했지만 박근혜는 경제·안보 위기 대처에 초당적 협력을 하자며 야당의 협조를 유도하고 여권을 단속해 국정 주도권을 잃지 않으려 한다. 20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경제 위기와 안보 불안 등 안팎으로 어려움이 많은 시기인 만큼 국회가 국민의 더 나은 삶을 위해 헌신해주시기 바란다”고 한 것이 바로 고통전가 공세를 멈추지 않겠다는 뜻이다.
새누리당은 20대 국회 1호 법안으로 청년기본법, 규제개혁특별법, 규제프리존특별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노동개혁’ 4법, 사이버테러방지법 등 8개 법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그러나 정권의 정당성을 훼손할 수 있는 세월호 특별법 개정은 여간해선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뻔뻔스럽게도 책임자들이 이미 다 중한 처벌을 받았다며 특검의 필요성도 부정하고 있다. 야권의 특별법 개정안 상정도 국회 선진화법을 이용해 막으려 할 것이다.
19대 국회는 세월호 특별법 개정을 끝까지 외면했을 뿐만 아니라 새누리당 공천을 받으려고 자진 사퇴한 황전원을 다시 특조위 부위원장으로 앉히는 데에 동의했다. 황전원은 참사 당일 청와대 대응 조사를 특조위가 가결한 것에 반발해 사퇴 협박을 했던 자다.(유가족들은 지난 2월에 특조위 활동 방해 등을 이유로 황전원을 고발했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황전원 임명안을 상정하는 데에 찬성했다. 유가족들이 황전원의 특조위 출근을 막는 등 항의가 이어지고, 공천 신청 전력으로 법률이 정한 위원 자격을 상실했다는 논란이 일자 그제서야 문제의 심각성을 몰랐다며 발뺌했다. 그들의 불철저함이 다시금 확인된 셈이다. 더민주당 김종인은 20대 국회 첫날 “경제 성장”과 “안보”를 강조했는데, 각종 노동악법들과 규제 완화 법안들에 대해 더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원칙적 반대를 하지 않는다. 규제프리존에 대해서도 더민주당은 “독소조항”만을 문제 삼아 왔다.
무기 구입엔 5조 원 쓰면서 특조위는 세금 낭비?
한편, 진상 규명 활동에 대한 정부의 집요한 방해는 여전하다. 특조위는 5월 28일 세월호 뱃머리를 들어올리는 ‘선수 들기’ 작업 실지 조사에 나섰지만 조사 전날 해수부가 일정을 연기한다고 급작스럽게 통보했다. 특조위 조사관들이 작업 현장에 접근하는 것도 막았다.
해수부는 법적으로 보장된 조사권도 인정하지 않으면서 ‘6월 특조위 종료 후 선체 조사 일부 허용’ 안을 던졌다. 7월 인양이 다가올수록 유가족들 사이에서 침몰 원인 규명과 미수습자 수습에 대한 절박함이 커지는 것을 파고들어 올해 내에 세월호 관련 쟁점을 마무리하겠다는 나름의 계산이 깔려 있을 것이다.
해경은 특조위의 교신 내용 자료 제출 요구도 내부 보안 규정을 이유로 거부하고 있다. 특조위는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2014년 4월 16일부터 수색이 종료된 그 해 11월 11일까지의 해경과 군의 교신 내용이 있는 주파수공용통신(TRS) 서버를 해경에 요구하고 있다. 이 자료는 구조에 책임이 있는 이른바 ‘윗선’의 교신 기록으로 아직 공개된 적이 없다. 해경은 기밀 운운하며 특조위가 요구하는 부분만 편집해 제출하겠다고 억지를 부렸다. 해경은 이미 녹취록을 누락·변조한 전력이 있다. 이들의 말을 믿을 수 없는 이유다.
해경과 해수부의 작태는 국가 기관이 특조위 조사에 철저히 협조하도록 강제하는 세월호 특별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 주고 있다.
지금 해수부와 해경 등이 이토록 막무가내로 나가는 것은 박근혜 정부의 조사 방해 의지가 확고하기 때문이다. 박근혜는 “세금” 타령을 하며 특조위 활동 보장을 거부하고 있다. 그러나 국방부가 최근 발표한 2017~21년 국방중기계획에 따르면 향후 5년간 국방 예산은 2백26조 5천억 원에 달한다. 최우선 추진하겠다는 킬체인과 KAMD 구축에만 7조 9천억 원을 퍼부을 계획이다. 지정학적 불안정성을 심화할 무기 구입에는 아낌없이 ‘세금’을 쓰면서 정작 수백 명이 희생된 참사의 국가 책임을 규명하는 일에는 한 푼도 아깝다는 것이다.
게다가 청해진해운의 뇌물 공여 혐의에 대해서도 줄줄이 무죄 판결이 나오는 상황이다.
성역 없는 조사
따라서 아직 밝혀야 할 진실이 산적해 있다는 것을 계속해서 알려나가야 한다. 검찰이 발표한 침몰 원인이 법원에서 인정되지 않아 공식 침몰 원인 규명은 여전히 중요하다. 특히 구조 실패와 세월호 운항의 책임이 있는 정부에 대한 조사가 필수적이다.
특조위 청문회가 이런 구실을 부분적으로 할 수 있다. 4·16연대는 특조위가 법률로 보장된 권한을 최대한 활용해 박근혜 정부와 국정원에 대한 조사를 공표하라고 요구할 필요가 있다. 박근혜 정부 하에서 핵심 국가기관을 조사하는 것이 매우 어려울 수 있지만 회피하지 않고 오히려 핵심을 두들기며 싸워야 특별법 개정 운동의 정당성(과 이를 막으려는 정부의 본심)을 효과적으로 입증할 수 있을 것이다. 설령 6월 내에 국회에서 특별법 개정이 되지 않더라도 세월호 진실 규명 운동이 정치적 명분을 쥐고 이후 투쟁을 건설하는 데에 유리하다. 이런 점에서 6월 청문회 개최가 7월로 미뤄진 것은 아쉽다.
한편 20대 국회가 여소야대라는 점 때문에 특별법 개정이 가능하리라는 낙관도 있다. 하지만 더민주당과 국민의당의 행보를 보면 이들을 믿기 힘들다. 4·16연대는 6월 8일까지 특별법 개정 범국민 서명을 받아 입법 청원을 하려 한다. 무엇보다 4·16연대는 입법 청원 서명 운동을 계기로 특조위 조기 종료에 항의하는 대중 행동을 건설하는 데에 집중해야 한다. ‘6월 특조위 종료 후 선체 조사 일부 허용’ 따위의 해수부 꼼수안에도 분명히 반대해야 한다. 더민주당 등 야당이 선체 조사 허용 운운하며 타협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4·16연대는 이 꼼수안에 대한 반대 입장을 천명하고 박주민과 진보정당 의원들에게도 분명한 입장을 요구해야 한다. 요컨대 국회에서 실질적인 진전을 위해서는 특별법 개정에 대한 단호한 입장과 국회 밖 대중운동 건설이 중요하다. 4·16연대 활동의 강조점은 여기에 있어야 한다.
따라서 6월 25일 ‘세월호 진상 규명, 특별법 개정, 특검 실시 범국민대회’를 규모 있게 치르는 것이 중요하다. 이 시위가 박근혜 정부를 겨냥해 강력한 항의 분위기 속에 치러진다면 하반기 투쟁 분위기를 형성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한편, 국회 내에서의 폭넓은 동의를 운동의 목표로 삼으면 부르주아 정당들도 수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우리 운동이 요구를 삭감시켜야 한다는 압력이 생길 수 있다.
최근 민주노총은 울산 현대차 공장 등 작업장에서 유가족 간담회를 열고 서명전을 펼치는 등 세월호 특별법 개정 운동의 중요한 일부로 활동하고 있다. 여러 대학 세월호 모임들과 대학생 활동가들은 노동절 집회와 전국 교사대회에 참가해 노동자들의 투쟁 동참을 호소하며 서명 운동을 하는 등 노동자들 속에서 세월호 운동의 지지를 끌어내고자 했다. 이런 활동이 장차 자본가들의 이윤을 공격하고 박근혜 정부에 심대한 타격을 줄 노동계급 고유의 힘이 세월호 투쟁에서도 발휘되게 하려는 노력과 연결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