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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브렉시트’ 국민투표:
탈퇴 투표를 인종차별과 연결시키는 것은 해악적 관점

노동당 의원 조 콕스 살해라는 끔찍한 사건이 ‘브렉시트’ 국민투표의 막판 표심에 영향을 주고 있다. 콕스 의원 살해 용의자가 공공연한 나치라는 사실은 이제 분명해졌다. 콕스 의원은 노동당 우파였지만 인종차별에 반대하며 난민과 이민자들의 편에 서서 운동을 벌여 왔다. 바로 이 때문에 콕스 의원이 공격 대상이 된 것이다.

정부까지 나서서 이 사건에 대한 분개를 표하고 있지만,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이 있다. 바로 영국에서는 거의 매주 나치 등 극우가 국가의 어마어마한 비호를 받으며 거리 행진을 벌인다는 사실이다. 반대로 반나치 시위대는 항상 경찰의 저지선에 행진이 가로막히거나 경찰의 공격을 받는다.

콕스 의원 살해라는 극악무도한 사건의 뿌리가 무엇인지를 알고 싶은 사람이라면 기억해야 할 사실이 또 있다. 바로 난민과 이민자들에 대한 냉혹한 속죄양 삼기다. 몇 주 전 콕스 의원의 남편 브랜던은 이렇게 썼다. 주류 정치인은 “대부분 공개 토론에서 어찌할 줄을 모른다. [우익] 포퓰리스트들의 성장에 겁을 집어먹은 그들은 우익의 입장을 수용하거나 우익의 말을 따라 하며 어물거린다.” 국민투표를 둘러싼 운동이 이다지도 추악한 것이 놀랍지 않은 까닭이다.

대자본들이 유럽연합 잔류를 지지하자, 보리스 존슨과 마이클 고브[둘 다 보수당 정치인으로 탈퇴파다]는 [우익 포퓰리스트 정당인] 영국독립당 UKIP과 한목소리로 반이민을 부르짖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콕스 의원 살해 사건이 존슨을 수세로 몰아넣으며 당혹스럽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존슨이 “'브렉시트’ 논란에서 나이절 퍼라지[영국독립당 대표]와 한 몸처럼 됐기 때문이다.”

반대로 잔류파는 이제 우세를 점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주 초에만 하더라도 잔류파는 사정이 매우 좋지 않았다. 여론조사에서 잔류 지지가 줄어들자 총리 데이비드 캐머런은 노동당이 지지자 9백만 명의 표를 모아 주는 것에 기댔다. 하지만 여러 언론 보도를 보면, 노동당 의원단의 압도 다수는 유럽연합 친화적이지만 노동당 기층의 많은 노동계급 사람들은 탈퇴에 투표하기로 결심했다.

노동당이든 그보다 더 왼쪽에 있는 세력이든 잔류 지지자들은 이런 현상을 인종차별 정서의 발현으로 설명한다. 이런 관점을 잘 보여 준 인물은 [노동당 좌파 성향의 싱어 송 라이터] 빌리 브래그였다. 그는 자기 트위터에 이렇게 썼다. “탈퇴 지지자들이 모두 인종차별주의자인 것은 아니지만, 인종차별주의자들은 모두 탈퇴에 투표할 것이다.” 이는 정말이지 말도 안 되는 얘기이다. 도대체 언제부터 데이비드 캐머런, [현 내무장관] 테리사 메이, [보수당 지지 언론] 〈메일 온 선데이〉가 이민자들의 친구였는가?

실제로는 노동당 지도자들은 이중 전략을 구사했다. 노동당은 자신의 오른쪽을 향해서는 타협하는 모습을 보였다. 노동당 부대표 톰 왓슨과 (놀랍게도) [당대표 제러미 코빈의 측근인] 존 맥도넬은 노동자들의 이동의 자유를 제한할 방도를 찾겠다고 했다. 다행히도 제러미 코빈은 이런 입장과는 거리를 뒀다. 코빈은 영국이 유럽연합에 남더라도 이민자 유입 상한을 낮추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노동당은 자신의 왼쪽을 향해서는, 특히 콕스 의원의 살해 뒤로는, 잔류에 투표하는 것은 인종차별에 반대해 투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입장은 많은 급진좌파들에게 반향을 얻었다. 그리고 이제는 총리 캐머런이 이 주장을 채택해 ‘유럽 안에서 영국을 강화하자’는 운동에 이용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지는 국경없는의사회가 유럽연합한테서는 더는 자금 지원을 받지 않겠다고 결정하며 밝힌 이유를 보면 더 분명히 알 수 있다. 그 이유는 유럽연합이 “고통받는 사람들을 유럽 국경 밖으로 밀어내는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탈퇴에 투표하는 것을 인종차별과 연결시키는 관점은 더 큰 해악도 있다. 6월 23일 국민투표에서 탈퇴에 투표할 사람들의 거의 절반을 반동적인 사람들로 치부해 버린다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여론조사 결과가 보여 주듯이, 가난한 사람일수록 탈퇴 지지율이 높았다. ‘탈퇴 지지 = 인종차별’이라는 관점은 백인 노동자들이 인종차별적이라는 편견을 강화한다.

게다가 그런 관점은 국민투표를 둘러싼 논란에서 드러난 분명한 사실을 무시한다. 탈퇴에 대한 지지를 상승시킨 주요 요인의 하나가 바로 기득권층, 그중에서도 정치인들에 대한 대중의 환멸이었다는 것 말이다. 마이클 고브는 잔류를 지지하는 ‘전문가’들을 공격하면서 그런 정서에서 득을 보려 해 왔다.

노동당 우파의 핵심 인사이자 〈가디언〉 칼럼니스트인 폴리 토인비는 반기득권 정서와 콕스 의원 살해를 연결시키려 애쓰며 이렇게 말했다. “'엘리트’들이 무정부주의적 방식의 공격을 받고 있다.” 하지만 신자유주의를 30년 이상 겪고 경제 위기를 거의 10년 동안 겪고 있는 사람들이 ‘엘리트’를 증오할 이유는 충분하다.

반기득권 정서를 인종차별과 동일시하는 관점은 자기 실현적 예언이 될 위험도 있다. 기득권층에 대한 분노가 진정한 적, 즉 자본주의와 그 기구들(유럽연합을 포함해)을 향하도록 애쓰는 세력이 없다면, 보리스 존슨이나 나이절 퍼라지(또는 더 극악한 인사)가 그 분노에서 득을 볼 것이기 때문이다. 좌파적 관점으로 유럽연합 탈퇴 운동을 벌인 사람들이 옳은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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