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데이비드 캐머런이 사임했다. ‘탈퇴’가 승리한 국민투표 결과로 보수당뿐 아니라 영국과 유럽연합의 기득권층이 큰 타격을 입고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

국민투표는 캐머런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벌인 도박이었다. 결과적으로 그는 실패했고 그의 보수당은 분열했다.

파운드화의 가치와 주가가 급락했고 “우주의 지배자”들은 자신들의 뜻이 관철되지 못하는 수모를 겪었다.

유럽연합 잔류 진영은 보수당, 노동당, 스코틀랜드국민당, 웨일스민족당, 자유민주당, 녹색당, [북아일랜드의] 신페인당의 지지를 받았고, 특히 모든 사용자 단체, 국제금융기구, 수많은 “최고경영진”들, 미국을 포함한 수십 개국 정상의 지지를 받았다. 그런데도 절반 이상이 유럽연합 탈퇴를 선택했다.

이제는 인종차별 반대 활동가들이 좌파와 모두 자신의 투표와 무관하게 단결할 때이다. 긴축, 공공서비스 삭감, 난민을 속죄양 삼기, (조 콕스 의원 살해의 배경이 된) 무슬림혐오와 파시스트에 맞서 단결해 투쟁해야 한다.

세상을 늘 자기 뜻대로 주무를 수 있다고 여기는 정치인과 부자와 권력자 들은 큰 좌절을 맛봤을 것이다.

반란

다른 여러 나라에서 그렇듯이 이곳 영국에서도 사회 최상층 사람들에 맞선 반란이 벌어지고 있다. 이 반란은 왼쪽으로 향할 수도 있고 오른쪽으로 향할 수도 있다. 우리의 과제는 그 방향을 잡는 것이다.

우파는 이번 탈퇴 결과를 이용해서 인종차별을 더욱 부추기려 할 것이다. 이것이 통할 위험은 분명 적지 않다. 그러나 꼭 그리 되도록 정해진 것도 아니다.

유럽연합 탈퇴에 투표한 노동자들이 모두 인종차별에 젖어 있다는 말은 거짓말이다. 탈퇴 진영을 이끈 것은 인종차별주의자들과 끔찍한 우익들이었지만, 탈퇴에 투표한 사람의 상당수는 그들과 매우 달랐다.

투표 직전에 발표된 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탈퇴에 투표하겠다고 답한 사람 중 절반 이상은 이민자가 지역 사회에 좋은 영향을 끼치거나 적어도 해악을 끼치지는 않는다고 봤다. 탈퇴에 투표하겠다고 답한 사람의 5분의 1은 이민자가 전체적으로는 영국에 긍정적 영향을 끼친다고 봤다.

또 다른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2015년 총선 때 노동당을 찍은 사람의 3분의 1과 녹색당을 찍은 사람의 3분의 1이 탈퇴에 투표하겠다고 답했었다.

영국 곳곳에는 쓰라림과 절망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비민주적이고 기업의 입김이 센 유럽연합과 영국 정치 엘리트들에 대한 거부감을 표출하고자 한 많은 사람들이 탈퇴에 투표했다. 이런 부자와 권력자들에 대한 반란은 더 커져야 한다.

민주주의

그런 점에서 노동당이 탈퇴를 지지하지 않았던 것은 비극이다. 만일 노동당이 탈퇴 진영에 가담했더라면, 인종차별보다는 민주주의, 긴축 중단, 기업들의 지배에 맞서기 등을 중심으로 국민투표를 둘러싼 논쟁이 이뤄졌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동당은 유럽연합 잔류 진영에 보수당과 함께 섰고, 일부 노동당 의원들은 아예 상당히 많은 노동자들과의 연계를 끊어버렸다.

국민투표 운동 기간에 노동당의 몇몇 지도적 인물들은, 예컨대 톰 왓슨과 에드 볼스뿐 아니라 [당내 좌파인] 존 맥도넬과 렌 맥클러스키도, 다른 유럽연합 회원국 시민들이 영국에 왕래하는 것을 제약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제러미 코빈은 이들처럼 하지 않았다. 이제 코빈은 긴축과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행동을 공개적으로 촉구해야 하고 노동조합 지도자들에게도 함께 행동을 건설하자고 요구해야 한다. 코빈은 노동당은 조기 총선을 치를 태세가 돼 있다고 말하는데, 조기 총선을 현실화하려면 이런 행동을 건설하는 것이 최선이다.

우리 사회주의노동자당(SWP)은 국민투표에서 인종차별 반대와 긴축 반대를 기초로 한 사회주의적 유럽연합 탈퇴 운동을 벌였다. 탈퇴 쪽이 이겨서 기쁘다. 우리는 우리가 참여한 좌파적 탈퇴 운동 ‘렉시트’(#Lexit)가 발휘한 영향력이 그다지 크지 않았다는 것도 안다.

그러나 렉시트는 인종차별에 반대하면서도 반자본주의적인 관점에서 탈퇴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있다는 것을 확인시켰다.

인종차별

많은 사람들이 인종차별을 퍼뜨리는 [극우정당인 영국독립당 대표] 나이절 퍼라지나 [보수당 지도부 일원인] 보리스 존슨을 막기 위한 최선의 방책이라 여겨 유럽연합 잔류에 투표했을 것이다.

유럽연합이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기구이고 영국이 유럽연합을 탈퇴하면 쳐다보기도 싫은 우익만 득을 볼 것이라는 주장에 설득돼서 잔류에 투표한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그런 주장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 사활적으로 중요한 일은 보수당을 끌어내리고 인종차별에 맞서기 위해 좌파가 모두 단결해 투쟁하는 것이다.

인종차별과 무슬림혐오에 맞서고 난민을 지원하는 투쟁에 함께하고, 10월 2일 버밍엄에서 열리는 보수당 당대회를 겨냥해 개최되는 항의 행진을 함께 크게 건설하고, [어제 가결된] 잉글랜드 교사 파업 등 노동자 파업을 함께 지원하고, 국민보건서비스(NHS)를 함께 지켜내고, 셰일가스 추출과 환경 파괴에 맞서 싸우는 등 산적한 투쟁에 함께해야 한다.

보수당이 현재의 위기에서 순조롭게 회복되도록 둬서는 안 된다. 이 위기가 우파의 패퇴와 반자본주의 좌파의 강화로 이어지도록 애써야 한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성명서가 아니라 행동이다. 유럽연합 탈퇴라는 국민투표 결과가 어떤 현실로 이어질지는 파업, 시위, 점거가 얼마나 더 많이 벌어지느냐에 달려 있다.

우리는 이렇게 외친다. 보수당과 긴축 아웃! 이주민 환영! 조기 총선 실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