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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독립당은 어떤 정당인가

영국 ‘브렉시트’ 국민투표 결과, 탈퇴가 결정되면서 영국독립당 UKIP이 관심을 받고 있다. 영국독립당은 보수당과 노동당에 이어 지지율이 3위인 정당으로 2015년 총선에서 창당 이래 첫 국회의원 1명을 배출했다.

영국독립당은 부패하지 않은 반(反)제도권 정당을 표방하지만, 실상은 기득권층에 깊이 뿌리 박은 정당이다.

영국독립당 대표 나이절 퍼라지는 런던 금융가에서 주식 중개인으로 일했다. 퍼라지는 대학생 때 보수당에 입당했다가, 1992년 당시 보수당 정부가 유럽연합의 마스트리히트 조약에 가입한 뒤 탈당했다.

영국독립당의 대표 나이절 퍼라지. ⓒ출처 가이 스몰만

지금은 탈퇴해 다른 당으로 옮겼지만 2015년 총선 때 영국독립당에 선거자금 10만 파운드(약 1억 6천만 원)를 기부한 스튜어트 휠러 역시 보수당원 출신자로 금융기업가 출신이다. 그는 호화 사립학교인 이튼스쿨과 옥스포드대학교를 나왔다.

영국독립당은 이민자와 유럽연합을 반대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독립당이라는 당명도 유럽연합으로부터의 독립을 뜻한다. 그러나 백인 노동자 편인 양 행세하는 것과 달리 영국독립당은 지독히 반노동자적이다. 영국독립당의 주요 정책은 다음과 같다.

  • 감옥을 두 배로 늘리자.
  • 공공부문을 대폭 축소하자.
  • 그래머스쿨을 부활시키자.(한때 성적이 좋은 학생들만 받았던, 그래서 많은 노동계급 가정의 학생들은 다니기 힘든 학교)
  • 인권법을 폐지하자.(인권법은 기본권과 자유에 관한 법률로 고문 금지, 노예 금지, 집회의 자유 등을 규정하고 있다.)
  • 33퍼센트의 단일세율제를 도입하자.(저임금 노동자든 대기업의 경영진이든 같은 비율의 세금을 내게 하자는 것)
  • 동성 결혼 반대(“동성애자 중 극성스러운 극소수를 제외하면” 동성 결혼을 바라는 사람이 없다는 헛소리를 한다).

영국독립당은 유럽의 여러 극우 정당들과 동맹을 맺고 있다. 그중에는 이탈리아의 북부동맹이 있다. 북부동맹 당원들은 2011년 68명을 총으로 쏴 살해한 노르웨이 파시스트 살인마 아네르스 베링 브레이비크를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영국독립당의 일부 당원은 영국국민당 BNP 같은 나치 정당의 당원이었고, 여전히 연계를 갖고 있는 당원들도 있다. 하지만 영국독립당 자체가 파시스트 정당인 것은 아니다. 즉, 민주주의와 노동계급 조직 파괴를 지향하는 정당은 아니다. 그보다는 주류 정치권으로 편입되기를 바라고 주류 정치권이 더 우경화되기를 바라는 우익 포퓰리즘 정당이다.

그래서 영국독립당이 성장할수록 우파 정당인 보수당의 걱정이 커진다. 영국독립당은 유럽연합에 회의적이며 보수당을 더 우경화시키고자 하는 보수당 내 민족주의자들의 정서를 잘 포현한다. 이번 ‘브렉시트’ 국민투표 과정에서도 전 런던시장 보리스 존슨 같은 보수당의 주요 인물들이 영국독립당과 함께 탈퇴 운동을 벌였다.

주류 정치인들이 영국독립당의 성장을 도왔다

영국독립당은 1991년 소규모 초당적 조직인 ‘연방주의 반대 동맹’이라는 이름으로 출범했다가 1993년에 현재의 당명으로 바꿨다. 1991년 총선 때만 해도 영국독립당은 0.02퍼센트밖에 득표하지 못하는 군소정당이었다.

이런 영국독립당이 지금처럼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주류 정당들 덕택이었다.

1990년대와 2000년대 미국이 벌인 전쟁을 지지한 보수당·노동당 정치인들은 이를 정당화하려고 무슬림혐오를 부추겼다. 2008년 경제 위기 이후에는 경제 위기의 책임을 이민자와 무슬림들에게 전가하려고 인종차별을 더 부추겼다. 그럴수록 영국독립당은 더 기고만장해져 인종차별적 의제를 더 강하게 주장했다.

더 근본에는, 주류 양당인 보수당과 노동당이 둘 다 신자유주의를 받아들여 노동자를 공격하면서 기성 정치권에 대한 대중의 환멸이 커진 상황이 있다.

기성 정치권에 대한 환멸과 분노를 좌파적으로 표현하는 세력이 없다면, 계속되는 경제 위기 속에서 영국독립당이 득을 볼 위험이 있다. 이런 점에서, 유럽 각국에 긴축을 강요해 곳곳에서 반감을 사고 있는 유럽연합에 대한 비판을 영국독립당 같은 우익만 하는 것처럼 보이도록 내버려 둬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누가 영국독립당에 투표하나?

2015년 총선에서 영국독립당은 약 3백90만 표(12.6퍼센트)를 득표했고 현재 당원은 약 4만 7천 명이다.

영국독립당 지지자들은 다른 정당 지지자들보다 보수 언론인 〈선〉과 〈데일리 메일〉을 더 많이 구독한다.

영국독립당 지지자의 거의 절반은 60세 이상 노인이다. 영국독립당 지지자 중 29세 이하 청년은 8퍼센트밖에 안 된다.

영국독립당 지지자의 84퍼센트는 노동조합원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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