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신대 당국은:
성소수자 인권모임 ‘깡총깡총’에 대한 박해 중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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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1일 퀴어퍼레이드(성소수자 자긍심 행진)에 총신대학교 성소수자 인권모임 ‘깡총깡총’의 깃발이 휘날렸다. 총신대학교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소속으로 자타공인 한국에서 가장 보수적인 신학 대학이다. 학교 당국은 동성애도 ‘죄’로 여겨야 한다고 가르치고, 얼마 전엔 학내에서 ‘동성애 예방’ 콘서트를 열었다. 바로 그 총신대에서 성소수자 인권모임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일부 보수 기독교 성향의 언론들은 ‘깡총깡총’이 공개적으로 SNS 계정 활동을 시작한 올해 2월부터 총신대 당국에 이에 대해 조처를 취하라는 압력을 넣었다. 한 보수언론은 총신대에 성소수자가 있을 리 없으므로, ‘깡총깡총’이 ‘총신대’ 이름을 도용했고, 총신대 당국은 이 단체를 고소해야 한다고까지 했다.
총신대 김영우 총장과 총학생회를 비롯한 일부 학생들은 퀴어퍼레이드 당일 동성애 반대 집회를 열고 성명서를 발표했다. 성명서에서 ‘창조질서를 파괴하는 동성애 반대’, ‘동성애를 조장하는 차별금지법 반대’를 분명히 한다며, ‘총신대에는 동성애 동아리가 없’고, 총신대 이름을 도용한다면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총신대에 다니고 있는 성소수자들을 유령 취급한 것이다.
그러나 이후 ‘깡총깡총’ 소속 총신대 재학생들은 익명으로 재학증명서를 공개했고, 활동을 지속하겠다고 용감하게 밝혔다. ‘깡총깡총’이 소속된 대학성소수자모임연대(QUV)도 지지 성명을 발표했다. 더욱 아연실색한 일부 보수 기독교 언론들은 “총신대 교수들은 뭐했나”, “총신대는 동성애를 방치할 것인가” 하며 더욱 비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입학생들을 대상으로 동성애에 대한 ‘신앙 고백서’를 받아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언론에 보도된 ‘깡총깡총’ 소속 회원들의 말에 따르면, 총신대 당국은 성소수자 옹호 글을 올린 사람, 그 글에 ‘좋아요’를 누른 사람까지 일일이 ‘색출’ 작업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엉뚱한 사람이 조사를 받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일각에선 동성애를 반대하는 보수 기독교 대학인줄 알면서 성소수자들이 왜 총신대에 들어 왔냐고 비난한다. 그러나 비정한 학벌 사회에서 학교 재단의 신념까지 고려해 대학에 들어오는 사람이 몇이나 된단 말인가.
‘창조질서’
총신대 당국이 얘기하는 기독교의 ‘창조질서’에 따르더라도 저들의 동성애 비난 논리는 조야하다. 신이 ‘창조질서’를 세우는 창세기 1~2장에는 이성애 단혼만을 정상으로 상정하지 않는다. 동성애나 결혼에 대한 아무 언급이 없다.
이 구절은 인간이 어떻게 신을 닮았는지, 어떻게 신과 다른지 묘사하고 있을 뿐이다. 이스라엘의 하나님은 성이 없는 것으로 간주됐다. 그러므로 이 구절은 인류는 성적으로 다른 모든 종과 같고, 하나님과 다르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러나 이 구절은 인간들 사이의 구체적인 섹슈얼리티 규범이나 결혼제도에 대해서 말하지 않는다(《예수 성경 동성애》).
게다가 무엇이 ‘창조질서’에 비춰 ‘자연’스럽고 ‘부자연’스러운 것인가? 해가 졌는데도 전등으로 대낮같이 불을 환히 밝히는 건 자연스러운 걸까? 새가 아닌데 비행기로 하늘을 날아다니는 것은? 콘돔으로 피임을 하는 이성 간 성행위는 자연스럽나?
동성애에 대해서만 ‘창조질서’를 운운하는 것은 현재의 차별과 억압을 원래 그런 거라고 인정하라는 말일 뿐이다.
총신대 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은 성경을 무오류라고 여기는 정통 개혁주의 신앙을 추구한다고 표방한다. 그러나 1백 번 양보해 성경이 무오류라 하더라도, 성경에 오늘날과 같은 이유로 동성애를 비난하는 구절이 없음은 분명하다. 당시에 동성애라는 성적 지향이 개념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구약 레위기에 동성 간 성행위를 비난하는 듯한 구절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뒤섞임’을 꺼려하던 이유에서 그랬다. 구약 세계 사람들은 남성과 여성의 차이를 흐릴 수 있다는 이유로 동성 간 성행위를 비난했다. 그러나 똑같은 잣대로 바다에 살지만 비늘은 없는 새우, 소처럼 발굽이 있지만 되새김질을 하진 않는 돼지고기도 먹으면 안 된다 했고, 두 가지 이상의 작물이 뒤섞인 옷도 입으면 안 된다. 성경 무오류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이런 규칙들을 모두 지키지 않고 있다는 건 말할 것도 없다. 게다가 많은 신학자들이 주장하듯, 신약의 세계에선 이런 규칙들이 모두 허물어진다.(기독교 우익의 동성애 공격이 성서에 대한 그릇된 이해를 바탕으로 한다는 점에 대한 더 자세한 논의는 본지 174호에 최일붕이 쓴 ‘성서와 19세기까지 교회 전통은 동성애를 증오하지 않는다’를 보시오.)
이미 《예수, 성경, 동성애》의 저자인 잭 로저스 같은 저명한 장로교 신학자들이 동성애 차별에 반대하고 보수 기독교의 잘못된 성경 해석에 비판을 가한 바 있다. 이런 비판의 영향으로 2014년 미국장로교도 총회에서 동성결혼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바꿨다.
총신대 당국은 학내 성소수자들을 ‘색출’하는 데 열을 올릴 게 아니라 몇 년 전부터 자신들 교단에서 벌어지고 있는 온갖 부패부터 먼저 해결해야 한다.
총신대 성소수자 인권 모임과 자신의 성적 지향 때문에 고통받는 총신대 내 모든 성소수자들에게 연대를 보낸다. 또, 감신대, 고신대, 한세대, 서울신학대 등 교단 소속 대학에서 교단 혹은 학내 반성소수자 단체 등에 의해 비난을 받고 있는 성소수자들에도 연대를 보낸다. 보수적 신학대에서 성소수자들의 목소리가 확대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