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종취재:
공장점거에 들어간 캐리어 하청 노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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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5일 밤 10시 30분 광주에 있는 대우 캐리어㈜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공장점거에 들어갔다.
4월 27일 현재 비정규직인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비정규직 철폐와 임금인상 등을 요구하며 12일째 파업중이다.
회사측은 본관 앞에서 천막농성을 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회사 밖으로 쫓아내기 위해 25일 직장폐쇄를 공고했다. 점거 직전엔 대체 근로 투입이 임박해 있었다. 이미 회사측은 다른 하청업체들로부터 인력을 모아 둔 상태였다.
노동자들의 대응은 신속했다. 80여 명의 노동자들은 즉각 핵심 공장인 F1 조립룸을 점거했다. 노동자들이 점거한 F1 조립룸은 공기압축기의 동력장치를 조립하는 핵심 공장이다. “머리카락 하나만 들어가도 작동이 안 되는 정밀한 기계”들이 있는 주요 시설을 점거한 것이다. 경찰이 점거 농성장 침탈에 부담을 느끼는 것은 이 때문이다.
놀란 회사측은 구사대와 용역깡패를 동원해 출입문을 봉쇄했다. 점거 소식을 들은 조합원들이 속속들이 공장 앞으로 몰려왔다. 밤늦은 시간이었는데 50여 명의 노동자들이 모였다.
다음 날 아침엔 출근하려던 노동자들도 합세해 150여 명의 노동자들이 정문 앞에서 진입을 시도했다. 구사대는 노동자들에게 소방호수로 물을 뿌리고 온갖 욕설을 퍼부었다.
회사측은 정문에 바리케이드를 쌓아 하청 조합원들의 출입을 봉쇄하고 있다. 사복 경찰이 공장 안과 정문 앞에 득실거리고 있다.
노동자들은 “폭력으로 우리를 몰아내려 한다면 기계를 부수는 한이 있더라도 그냥 나가지는 않을” 생각이다. 현재 점거 노동자들은 구속결의서까지 써 놓은 상태다.
일회용
캐리어(주)는 에어컨과 컴프레서라고 부르는 공기압축기를 생산한다. 캐리어(주)에는 8백여 명의 정규직 노동자들과 6백여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고용돼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용역업체에서 파견 된 형식으로 캐리어(주)에서 일해 왔다.
비정규직 노동자 4백여 명이 파업에 들어가자 공장가동률은 20~30퍼센트로 뚝 떨어졌다. 한참 성수기이기 때문에 이윤에 큰 타격을 입을 것은 분명하다. 이것은 그 동안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얼마나 중요한 일을 해 왔는지를 보여 준다.
캐리어(주)는 해마다 170억에서 180억의 흑자를 내고 있다. 노동자들의 말마따나 “캐리어는 하청 노동자들을 희생시켜 이윤을 늘려왔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정규직 노동자들과 똑같은 일을 하면서도 정규직 노동자들에 비해 형편없는 임금을 받는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은 수당과 상여금을 다 합쳐도 68만원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법정 최저임금이 일당 1만 8천 원인데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여성의 경우 일당 1만 4천 원, 남성의 경우 1만 6천 원밖에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노동자들은 이 돈으로는 도저히 생활을 유지할 수 없어 농사를 짓거나 다른 부업을 구해 생활비를 보충해야 한다. 생활비도 제대로 벌지 못하다 보니 젊은 노동자들은 결혼 적령기가 됐어도 감히 결혼은 꿈도 꾸지 못한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걸핏하면 해고하겠다는 위협에 시달려 왔다. 파업에 참가한 한 노동자는 비정규직의 설움을 이렇게 말했다.
“하다 못해 파스 한 장 붙이려 해도 조장들 눈치를 봐야 한다. 아프다고 하면 바로 해고하기 때문이다. 가장 분노를 느끼는 것은 노동절 때다. 노동절은 글자 그대로 노동자들의 잔칫날이다. 노동절이 되면 정규직 노동자들에게는 생산 장려금이 나오는데 사내 하청 노동자들에게는 수건 한 장 지급되지 않는다.”
회사측은 매년 일손이 모자라는 2월에서 8월까지는 노동자들을 700여 명까지 고용했다가 성수기가 끝나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350여 명만 남기고 모두 해고하곤 했다.
“정규직 노동자들은 8월 휴가철이 되면 보너스도 받고 휴가를 떠날 생각으로 마음이 들뜨는데 우리들은 휴가 때가 되면 두렵다. 휴가가 끝나면 성수기가 끝나기 때문에 대량 해고가 기다리고 있다. 보너스는 고사하고 회사에 다시 올 수 있을까 하는 걱정에 휩싸이게 된다.”
이런 노동자들의 처지를 빗대어 관리자들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일회용”이라고 부른다.
캐리어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파업은 일회용 인생에서 탈출하려는 “인간답게 살기 위한” 투쟁이다.
반격
캐리어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정규직 노동자들의 도움을 얻어 노동조합을 결성한 것은 지난 2월이다. 한 여성 노동자는 정규직 노동자들의 연대를 떠올리면서 그 때가 가장 잊지 못할 감동의 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단 한 시간만에 350여 명의 노동자들이 조합에 가입했다. 하루 동안 총 450여 명이 가입할 정도였다.
회사측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었다는 이유로 집행부 7명을 모두 해고했다. 탄압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굳건히 지켜 왔다. 어렵게 만든 노동조합인 만큼 노동자들의 자부심도 크다.
“이제는 우리도 노동조합이 있으니까 부당한 일을 시키면 거부할 권리가 있다는 것도 알았다. 조장들이 예전처럼 함부로 노동자들을 대하지 못한다. 이것이 우리의 즐거움이다.”
노동자들은 여성 노동자들도 남성 노동자들과 동일한 임금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성 노동자들은 소수지만 누구보다도 열심히 파업투쟁에 참여하고 있다.
“비정규직 차별도 서러운데 여성 노동자들은 남성 노동자보다 더 적은 임금을 받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여성 노동자들도 남성 노동자들과 같은 수준의 임금을 받게 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정규직 노동자들이 열쇠를 쥐고 있다
사내 하청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고 파업에 돌입하자 회사측은 비열하게도 정규직 노동자들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이간질시켰다.
회사측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회사를 망하게 하고 있다”는 악선동을 해 댔다. 직장폐쇄는 바로 노동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기 위한 것이었다. 또, 4월 20일 회사측은 간교하게도 정규직 노동자들의 임투를 빨리 잠재워 비정규직과의 연대를 차단하려는 술책을 부렸다. 회사측은 신속히 정규직 노동자들의 보너스 50퍼센트 인상과 임금 7퍼센트 인상 등의 요구에 합의를 해 주었다.
안타깝게도 회사측의 분열 시도는 일부 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영향을 끼쳤다. 그 동안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연대하던 캐리어 노동조합 지도부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파업에 돌입하자 돌변했다.
26일에는 노조 위원장과 일부 정규직 노동자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연대하기는커녕 진입 시도를 하는 사내 하청 노동자들을 정문에서 가로막았다. 캐리어 정규직 노동조합의 이현석 위원장은 “우리 일터는 우리가 지킨다.”라면서 구사대와 함께 노동자들을 가로막았다.
이것을 본 사내 하청 노동자들은 배신감에 눈물을 흘렸다. 공장 진입 시도를 하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이렇게 외치며 연대를 호소했다. “대우차를 봐라. 계약직 노동자를 해고한 다음 정규직 노동자를 해고했다. 우리는 같은 노동자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정규직 노동자들의 연대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정규직 노동자들이 “동지들의 싸움은 이길 수 있다. 지지한다.”는 말을 건넬 때마다 노동자들은 다시금 힘을 얻곤 한다.
캐리어 노조 지도부의 태도를 비판하는 정규직 노동자들은 비정규직 동료들을 지지하기 위한 대책위를 구성했다. 그들은 점거하고 있는 F1 조립룸 안에 먹을 것과 농성 물품을 넣어주고 파업 지지금도 모아 주었다. 정규직 노동자들의 연대는 더 확대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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