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
허울뿐인 ‘반값등록금’조차 아까운 박근혜 정부에 맞서 ‘파이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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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다니는 학교 교수(서울교대 체육교육과)이기도 한 안양옥 한국장학재단 이사장이 7월 4일 기자 간담회에서 대학생들은 “빚이 있어야 파이팅을 한다”고 말했다. 대학생들이 처한 현실을 얼마나 모르는 발언인지, 정말이지 분노스럽다.
비판 여론이 이어지자 “부유한 경제력을 가진 부모를 둔 대학생들이 과도하게 부모에게 의존하지 말라는 취지”(〈경향신문〉)라고 해명했지만, 억지스러운 변명이다. 그런 ‘금수저’ 대학생들이 왜 굳이 빚을 지겠는가?
결국, 안양옥 이사장 발언의 방점은 장학금을 줄이고 대출을 늘리겠다는 데 있다. 올해 초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회장으로서 했던 기자회견에서 무상급식, 반값등록금 정책 등을 두고 “교육재정을 고려하지 않은 보편적 복지 확대 정책”이라며 비난한 것을 보면, ‘반값등록금’도 못 되고 차등지원되는 지금의 국가장학금조차 못마땅한 듯하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대학 총장들도 지난달 ‘하계대학총장세미나’에서 “학자금을 무상지원보다는 대출로 개편하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했는데, 안양옥 이사장도 이 세미나에 참석한 바 있다.
박근혜 정부는 ‘반값등록금’을 공약했지만, 실제로는 턱없이 부족해 국가장학금을 한 푼이라도 지원받는 학생조차 2014년 2학기 기준 재학생의 41.7퍼센트에 지나지 않는다(대학교육연구소). “국가장학금을 신청했으나 성적조항 때문에 탈락한 학생들이 학기마다 15만여 명에” 이른 탓이다.
그러는 동안 학생 1인당 빚은 2010년 5백25만 원에서 2014년 7백4만 원까지 증가했다(대학교육연구소). 이런 상황에서 한국장학재단의 이사장이라는 사람이 장학금을 늘리기는커녕, 빚을 더 늘리겠다는 발언을 한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공약이 얼마나 위선적이었는지를 보여 준다.
허울뿐인 ‘반값등록금’조차 아까워서 더 줄이고 싶어 하는 박근혜 정부와 안양옥 이사장 같은 지배계급에 맞서 학생들이 싸워야 한다. “빚이 있어야 파이팅”이 아니라 “빚을 없애고 등록금을 없애기 위해 파이팅”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