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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을오토텍 임금 인상 투쟁:
다시 확인된 부품사 노동자들의 저력

자동차 에어컨을 만드는 갑을오토텍 노동자들이 임금 인상과 단체교섭 정상화, 불법적 대체인력투입 중단 등을 요구하며 투쟁하고 있다.

금속노조 갑을오토텍지회는 7월 4일 3시간 파업에 이어 8일부터는 철야농성을 하면서, 사측이 사무직을 동원해 불법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심야 근무조의 생산을 틀어막아 생산에 타격을 주고 있다. 조합원들이 주간연속 2교대로 근무하는 시간에는 “7시간 고품질 근무”(태업)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이렇게 노동자들의 투쟁이 생산에 압박을 가하자, 사측과 보수언론들은 ‘귀족 노동자들이 임금 인상을 위해 불법 점거를 하고 있다’며 비난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월 60~1백 시간 가까이 초과근로를 하면서 혹사 당해 온 노동자들이 줄어든 잔업·특근에 따른 임금을 벌충하려고 투쟁하는 것은 너무나 정당하다. 갑을그룹은 2009년 회사를 인수한 뒤 노동자들을 쥐어짜 10배가 훌쩍 넘는 성장을 해 왔다. 사측이 지난해부터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 요구를 무시하며 임단협 교섭을 해태하는 동안 경영진들의 연봉은 12억 원이나 늘었다.

사측은 지난해 “통상임금 범위가 확대되고 주간연속2교대제가 실시되면서 인건비 부담이 늘어나 합리적인 원가절감 방안을 모색”하겠다며 공격을 시작했다. 식당·경비업무 외주화를 강행했고, 노동자들의 임금·노동조건을 끌어내리려고 노조 탄압에도 적극 나섰다. 지난해 사측이 전직 경찰과 특전사 출신의 노조 파괴 용병들을 대거 채용해 조합원들에게 폭력 만행을 저지르고 복수노조 설립을 기도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사측은 지난해 8월부터 사무직과 인턴 90여 명을 채용해 이들을 생산 현장에 투입하고 있다. 2014년 9월 주간연속2교대제 도입 이후 부족한 인력으로 주말 특근을 몰아치는 것만으로는 생산량을 충당하지 못하게 되자, 사무직·인턴을 심야 근무를 전담하는 별도의 조로 투입한 것이다.

이는 공장을 조금이라도 더 오래 돌려 최대한 이윤을 뽑아내려는 목적으로, ‘심야 노동 철폐’라는 주간연속2교대제 도입 취지를 무색케 만든 것이다. 투자 대비 효율을 극대화하려는 사용자들은 여러해 전부터 주간연속2교대제 시행으로 줄어드는 공장 가동시간을 늘리기 위해 별도의 심야조를 두고 싶어 했다. 현대차에서도 ‘비정규직이 전담하는 상시 심야조 운영’이 거론 됐었다.

사무직으로 구성된 심야 근무조 운영은 통상임금 확대에 따른 인건비 부담을 줄이려는 목적도 크다. 갑을오토텍은 법원 판결에 따라 2014년 9월부터 상여금의 6백 퍼센트가 통상임금에 적용됐는데, 이로 인해 생산직 노동자들의 초과근무가 길어질수록 사측의 부담은 더 커졌다. 그래서 사측은 지난해 '생산현장 투입이 가능한' 사무직·인턴을 신규 채용해 초과근무를 맡겼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회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임단협 교섭에 나섰고, 사측이 이를 거부하고 오히려 단협 개악안까지 내놓자 최근 본격적인 투쟁에 나섰다. 특히 지회가 지난해 6월부터 쟁의권을 갖고 있던 상황에서 '생산현장에 투입할 목적으로 신규채용을 하는 것은 노조법상 불법 대체인력'이라고 규정하고, 이들의 생산을 전면 중단시켜 사측에 타격을 주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생산량 재고가 2~3주면 바닥이 드러날 거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만약 지회가 지난해 6월처럼 단호하게 파업까지 감행한다면, 사측은 더 한층 심각한 압박을 받을 것이다.

지난해 갑을오토텍 노동자들은 사측의 악랄한 노조 탄압에 맞서 7일간의 전면 파업으로 생산을 멈춰 현대·기아차의 자동차 생산에 차질을 주며 통쾌한 승리를 거뒀다. 이는 부품사 노동자들이 완성차 생산에 타격을 가할 수 있다는 저력이 있다는 보여 줬다. 2013년에 엠에스오토텍 노동자들이, 2010년에 유성기업 노동자들이 거듭 이런 힘을 보여 준 바도 있다. 국제적으로도 2009년 영국에서, 2010년 남아공에서 자동차 부품사 노동자들이 똑같은 효과를 내며 성과를 거뒀다.

갑을오토텍은 현대·기아차 등 국내 상용차 에어컨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고, 유럽·인도 등 해외 자동차 기업들에 대한 수출도 늘었다. 노동자들이 이런 조건을 이용해 단호하게 생산에 타격을 준다면 승산은 있다. 여기에 원청인 현대·기아차 노조등의 연대가 더해진다면 파업 효과는 더 극대화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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