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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의 젊음을 압류하는 자본주의

“청년 실업이 20만 명을 육박하는 이 때 미래에 대한 철저한 준비 없이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겠습니까?”
작년 유행어 순위 5위에 오른 한 시트콤의 유행어다. 재작년 초에 시작한 이 시트콤에서 20만 명이라는 숫자는 회를 거듭할수록 30만 명, 40만 명으로 늘어갔다. 종영 때는 50만 명으로 늘었다.
2004년 말 노동부는 청년실업자, 비경제 활동 인구, 유휴 비경제 활동 인구가 모두 90만 5천 명이라고 발표했다. 실제 일하지 못하는 젊은이들이 거의 1백만 명이라는 얘기다.
올해 기업들이 신규채용을 13퍼센트 줄일 계획이라 청년 실업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가능성이 높다.
청년 실업자들의 카페나 사이트에서는 “미치겠다” “너무 힘들다” “우울하다” 같은 절박한 단어를 쉽게 볼 수 있다. 청년 실업자들은 텅 빈 주머니 사정 때문에 간식으로 따뜻한 군고구마 하나 사먹기 힘든 사람이 많다. 주름살 진 부모님 얼굴을 볼 때마다 죄송스러움이 온 몸의 혈관을 타고 흐르는 것 같다.
조금이나마 생계를 꾸리고자 아르바이트라도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작년 인터넷 검색순위에서 알바는 4위로 올랐으며 취업은 그 순위가 5계단이나 떨어진 32위에 올랐다. 그러나 아르바이트에 시간을 빼앗기면, 높은 취업 경쟁의 벽을 넘기가 더욱 힘들어진다는 것이 딜레마다.
정부와 주류 언론은 개인들의 변화를 요구한다. “눈높이를 낮추고”, 기업이 요구하는 새로운 능력들을 기르라는 것이다.
이미 많은 사람들은 돈을 벌기 위해 적성에 맞지 않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젠 더 이상 취업이 어려워 공장으로 가려고 생각중입니다. … (지원서를) 한 30통은 넣은 거 같은데 연락이 없네요 ㅡㅡ;” 한 청년 실업자 카페에 올라온 글이다.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노력과 고통은 눈물겹다.
취업 준비 여성 열 명 중 한 명은 성형수술 경험이 있다. 그 사람들 중 일부는 목소리 성형까지 한다고 한다.
디자이너가 꿈인 한 여대생은 “기업들이 여성복 디자이너들에게 ‘피팅모델(만든 옷이 괜찮은지 보기 위해 입어 보는 사람)’까지 함께 시키기 때문에 키 167 이상에 ‘몸매도 좋아’야 해요. 제 친구는 키가 작아서 포기했어요” 하고 말했다.
오늘도 학원가와 도서관에는 토익점수 5점이라도 더 받으려는 사람들로 붐빈다. 그 중 대다수가 연인과 친구를 만나는 시간, 심지어 잠자는 시간까지 줄여가며 공부하고 있다.
사람들이 익히지 못한 능력이 있다면, 그것은 돈이 없기 때문이다. 가난한 젊은이들은 유학이나 어학연수를 가고 싶어도 자릿수도 세기 힘든 비용에 엄두도 내지 못한다. 하다못해 학원 수강료도 큰 부담이다.
청년 실업은 개인들이 “미래에 대한 철저한 준비”를 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결코 아니다. 개인의 노력이 경쟁 무기는 될 수 있을지언정 일자리 수를 늘리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1년 5개월째 언론사 취업을 준비하는 한 대학 졸업생은 “제가 100을 노력한다고 되는 게 아니잖아요. 누가 120을 노력하면 아무 소용없으니까요. 그게 참 힘들어요” 하고 말했다.
기업들은 이 기회를 틈타 노동유연화를 실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노동유연화는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을 늘릴 것이다. 그러나 실업 문제를 조금이라도 해결하기 위해서는 반대로 노동시간을 줄여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
누구에게나 초등학교, 중학교 때 장래희망이 하나쯤 있었다. 과학자, 문학가, 연예인 등 … 대다수 평범한 사람들이 이 꿈들을 포기하는 것은 그저 의지가 없어서나 재능이 없어서가 아니다. 한 대 한 대 맞으며 의식을 잃어가는 권투선수처럼 세월이 흐를수록 가난, 입시, 실업 같은 자본주의의 강펀치에 조금씩 꿈을 잃어 가기 때문이다.
이제는 하고 싶은 일은커녕 노동력을 파는 것조차 힘들다.
여러 경제 지표들은 한국 자본주의에 더 큰 불황을 예고한다. 그것은 젊음을 압류당한 수많은 청년들에게 더 힘든 현재와 더 불안한 미래를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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