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북한 5차 핵실험:
사드 배치 결정, 한·미·일 동맹 강화로 누적되고 있는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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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전 북한이 5차 핵실험을 단행했다. 지난 1월 4차 핵실험에 이어 불과 8개월 만의 핵실험이다. 지금까지 북한이 단행한 핵실험 중 이번 핵실험의 규모가 가장 큰 것으로 알려졌다. 실험이 거듭될수록 향상된 핵무기가 개발될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미국·중국·러시아 등 주변 핵강국에 견준다면 북한의 핵과 미사일 수준은 여전히 커다란 격차를 두고 뒤떨어져 있다.
마르크스주의자는 미국 핵무기는 물론이고 북한 핵무기를 포함한 모든 핵무기를 반대한다. 그 개발 배경이 어찌 됐든 핵무기는 자본주의 국가간 경쟁이 낳은 끔찍한 괴물일 뿐이다. 특히, 핵실험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발사 등 북한의 핵무기 개발은 남한에서 대중적인 반제국주의·반전 운동을 일으키는 데, 또한 일본에서 군국주의에 반대하는 운동을 건설하는 데도 별로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북한의 핵무기 개발은 오늘날 동아시아에서 점증하는 제국주의 경쟁의 맥락 속에서 봐야 한다. 동아시아에서는 미국·중국·일본 등 제국주의 국가 간 갈등이 커져 왔고, 다른 동아시아 국가들도 앞다퉈 군비를 늘려 왔다. 미국과 중국 같은 기존의 핵 강국들은 재래식 무기뿐 아니라 미사일과 핵무기 전력을 강화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일본은 안보법제를 제·개정하는 등 군사대국화를 향한 발걸음을 재촉해 왔다.
제국주의가 진정한 문제다
그러므로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북한 핵실험을 “광적인 무모함”으로 규정하며 북한을 동아시아와 한반도 불안정의 주범인 양 비난하는 것은 메스꺼운 위선이다. 북한 관료들은 오히려 점증하는 동아시아 제국주의 위협에 위기감을 느껴 왔다.
지난 사반세기 동안 미국은 북한 ‘위협’을 터무니없이 과장해 자신의 동아시아 패권을 유지하는 명분으로 내세워 왔다. 오바마 정부도 아시아·태평양 연안지역에서 중국을 견제하려고 대북 압박을 강화해 왔다. 지난 7월 미국과 한국이 사드 한국 배치를 결정할 때도 그 명분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이었다. 한일 ‘위안부’ 합의에 이어 사드 배치 결정 등 한·미·일의 군사 협력이 크게 진전되는 상황은 북한을 크게 자극했을 것이다. 이것이 그동안 3~4년 간격으로 벌어져 온 북한 핵실험이 불과 8개월 만에 결행된 주된 배경임이 틀림 없다. 그래서 이미 사드 배치 결정 전후로 ‘조만간 북한이 핵실험을 결행할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미국과 한국 정부는 이번 북한 핵실험을 사드 배치를 기정사실화하는 계기로 삼을 게 뻔하다. 그리고 북한 핵실험은 그동안 미국이 줄기차게 요구해 온 한일군사협정을 재추진하는 명분이 될 공산이 크다.
그러나 핵실험 이후 미국과 한국 정부가 취할 조처들은 모두 한반도와 그 주변 정세를 더욱더 불안정하게 만들 것이다. 특히 사드 배치 강행은 그 여파가 매우 클 수밖에 없다. 사드 배치를 반대해야 하고,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북한 핵실험을 빌미로 추진할 일련의 조처들에 반대해야 한다.
2016년 9월 9일
노동자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