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판] 이렇게 생각한다 ― 정의당 당명 개정:
노동 친화적이고 정치적으로 선명한 당명을 채택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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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혁명으로] … 지금 처음으로 햇빛이, 이성의 왕국이 나타났다. 이제부터는 미신과 편견, 특권, 압제가 영원한 진리와 영원한 정의, 자연에 기초한 평등, 양도할 수 없는 인권으로 대체되지 않으면 안 되었다. …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이 이성의 왕국이 이상화된 부르주아지의 왕국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 영원한 정의가 부르주아의 정의로 실현되었다는 것, 평등이 결국 법 앞에서의 부르주아적 평등이 되어 버렸다는 것, 부르주아적 소유권이 가장 중요한 인간의 권리 중 하나로 선언되었다는 것, 이성의 통치와 루소의 사회계약이 부르주아 민주주의적 공화국으로 실현되고 그렇게밖에 실현될 수 없었다는 것 등을 알고 있다.
- 프리드리히 엥겔스의 《공상에서 과학으로 — 사회주의의 발전》 중에서
정의당이 당명 개정을 추진한다. 이는 지난해 노동·정치·연대, 진보결집더하기(+), 국민모임 등과 통합하면서 합의한 바에 따른 것이다. 지난해 11월 22일 4자 통합 당대회에서 총선이 끝나고 6개월 이내에 새 당명을 당원 총투표로 정하기로 했다.
9월 12일부터 별도로 개설한 “당명 제안·추천 게시판”에서 제한없이 추천을 받고 이 중 추천이 많은 5개를 9월 25일 당대회에서 1개로 압축해 당원 총투표에 붙여 결정한다.
나경채 공동대표를 위원장으로 한 당명개정위원회가 전국의 당원들을 만나며 의견을 들었는데, 정의당 당명을 고수하자는 입장부터 노동 중심성과 진보적 지향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당명을 바꿔야 한다는 의견까지 다양했다고 한다. 이 후자 쪽 의견은 영남 노동벨트의 노동자 당원들 정서에 가깝다고 한다.
우리는 정의당의 새 당명이 노동자 운동과 좌파적 지향성을 분명히 드러내는 것으로 결정되길 바란다. 참여당계 정의당 당원들은 대체로 노동 중심성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들은 정의당의 오른쪽 경향을 나타낸다.
그러나 정의당이 성장한 계기는 세월호 참사가 청년 세대에 준 정신적 충격과 함께, 박근혜 집권 3년여간 쌓여 온 분노, 그리고 노동자들의 노동개악 저지 투쟁이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 1년 즈음해 세월호특별법 시행령 폐기 투쟁이 떠오른 이면에는 민주노총 노동자들의 분노와 저항이 있었다. 또한 비록 파업과 결합되지 못하긴 했지만 11월에 민주노총 노동자들 주도로 민중총궐기가 크게 일어났다.
정의당이 노동자 투쟁과 세월호 참사 진실 규명 투쟁 등을 지지하고 이 투쟁을 대변하려 한 것이 올해 초 청년과 조직 노동자들 사이에서 지지가 늘어난 배경이다.
노동운동에서 지지 기반을 강화하려 노력한 덕분에 정의당은 노회찬 원내대표가 경남 창원에서 민주노총 전략후보로 당선했고, 국민의당이 반새누리 비민주 성향의 표를 일부 가져가는 악재 속에서도 1백70만 표가 넘는 정당비례 득표를 했다.
이는 민주노총 정책연구원 조사에서 조합원 42퍼센트가 이번 총선에서 정의당에게 투표했다는 결과가 나온 것에서도 간접적으로 확인된다.
물론 정의당 지도자들은 사회민주주의를 추구하므로(국제적으로 보면 중도좌파) 정의당이 일관되게 아래로부터의 노동자 투쟁을 추구하는 정당은 아니다.
그럼에도 새누리당의 참패와 정의당과 울산 노동자들의 총선 성과가 노동자 투쟁에 어느 만큼의 자신감을 줬듯이, 노골적인 자본주의적 정당들이 판치는 공식 정치에서 정의당이 노동자 친화적인 우군의 모습을 더 강화하는 것은 노동자 투쟁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정의당이 노동자들 속에서 더 많은 지지를 받으려면, 더 노동자 투쟁 친화적이고 공공연한 자본주의 야당과는 분명히 구별되는 노선을 향해야 할 것이다.
이런 정치적 방향에 걸맞은 당명이 채택되길 바란다. 총선을 치르면서 정의당이라는 당명이 대중에 널리 알려져 그 당명을 선호하는 당원들도 있겠지만, 선거적 실리보다는 노동자 운동의 이익이라는 면에서 길게 볼 줄 알아야 한다. 또한 통합의 조건으로 당명을 개정하기로 합의한 만큼 정의당이 성장의 토대로 삼을 사회 세력과 과감한 사회 개혁 의지가 잘 드러나는 당명으로 바꾸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