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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속화되는 동북아 군비경쟁:
사드 한국 배치는 더 큰 뇌관이 될 것이다

북한 핵실험 이후 첨단 무기가 한반도 주변에 재배치되고 선제타격 등의 무시무시한 언사들이 난무하고 있다. 북한 핵실험이 위험천만한 것임에는 분명하다. 그러나 동북아시아가 북한 핵 때문에 돌연 불안정해진 것은 아니라는 점 또한 분명하다. 군비 경쟁 추이만 살펴봐도, 이 지역에서 제국주의 국가 간 경쟁이 더한층 치열해지고 있음이 분명해진다.

동북아시아가 전 세계 군비경쟁이 가장 치열한 지역이라는 사실은 더는 새롭지 않다. 2015년 SIPRI(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 보고서는, 전 세계 군비의 60퍼센트가 동북아시아에 집중돼 있다고 분석했다. 사실 동북아시아의 7개 주요 국가(동북아 4대 군사강대국인 미국·일본·중국·러시아, 그리고 한국, 북한, 대만)의 군사비는 냉전 해체 이후에도 계속 증가했다. 특히 2006년, 2013년, 그리고 2014~15년에 급격한 증가세를 나타냈다. 예컨대 2006년 중국 군사비 증가율이 20퍼센트에 이르렀고, 2013년은 일본 군사비가 11년 만에 증가세로 전환한 해였다. 2014~15년에는 미국 군사비가 2008년 세계경제 위기 이후 다시 증가하기 시작했다.

세계 군비 통계 현황에 따르면 아시아 국방 예산은 2010년 이후 25퍼센트 이상 증가했다. 영국의 국제전략연구소(IISS)가 발간하는 보고서인 ‘밀리터리 밸런스 2016’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군사비 총액은 전년 대비 4.2퍼센트 줄었지만 아시아 지역에서만 유독 군사비가 늘어났다.

공해전

동북아 군비 경쟁의 양상과 그 특징은 네 가지로 요약될 듯하다.

첫째, 동북아 군비 경쟁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미국의 군사비가 2015년 전후로 증가세로 돌아섰다는 사실이다.

미국의 경우 2008년 경제 위기 이후 한동안 군사비가 감소했다. 그러나 이는 ‘중국을 공세적으로 견제한다’는 ‘공해전’(하늘과 바다에서 동시 작전을 수행한다는) 개념과는 상충되는 것이다. “너무 전쟁 분위기를 자극하는 공세적인 느낌을 준다”는 이유로 최근 미국 국방부는 ‘공해전’ 용어를 사용하지는 않지만, 미국 국방부가 새로 내놓은 일명 ‘국제공역에 대한 합동작전 및 접근개념’은 ‘공해전’ 개념의 핵심을 유지하며 그것을 진화시킨 것이다.

애초에 ‘공해전’ 개념을 만든 이는 마셜 앤드류라는 핵 전문가다. 그가 착안한 ‘공해전’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전장의 모든 부문에서 행동의 자유를 유지하고 전투에 유리한 입지를 조성해 주도권을 확보, 다음의 4단계를 통해 신속하게 승리를 거두는 것이다. 1단계는 적의 공격을 방어하고 미국과 동맹군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2단계는 적의 눈을 가리기 위해 전투네트워크에 대한 군사적 타격을 실행하는 것이다. 3단계는 탄도무기와 같은 장거리 위협물들을 미사일로 타격해 제압하고, 4단계로 공중·해상·우주 그리고 사이버 영역에서 주도권을 확보한다는 것”. 한마디로 바다와 하늘에서 미국의 위협이 될 무기들을 미사일로 타격해서 제압하기다. 이를 위해서라도 우주와 사이버 영역에서 확실한 주도권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미사일을 실은 공중 폭격기와 전투함·잠수함(중장거리로 미사일을 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을 이용해서 중국 영토 깊숙한 곳에 숨어 있을 장거리 수색 레이더와 미사일 체계를 무용지물로 만드는 것. 레이더망과 군사위성을 이용한 사이버 전쟁 능력을 증강해!

물론 이를 위해서는 막대한 군사비가 소요된다. ‘그런데 어쩐다? 미국은 2008년 경제 위기 이후 이를 감당할 능력이 안 되는데….’ 미국은 이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서 아시아의 동맹국들에게 ‘혈맹비’를 요구해 왔다. 돈을 더 들이지 않고 같은 돈으로 더 넓은 지역을 포괄하는 것이 (진화된) 공해전의 핵심 개념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 과정에서 일본과 한국은 매우 중요한 구실을 해야 하고, 또 하고 있다. 일본이 명실상부한 군사대국이 되고, 한국과 일본이 군사적으로 더욱 긴밀하게 협력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여러 제약조건들을 제거할 필요도 있었다. 미·일 동맹의 일체화를 추진해 자위대법·주변사태법·무기수출 금지 해제 등 총 11개 법률을 제정 및 개정한 것이나 2015년 말 한일 ‘위안부’ 문제 합의를 미국이 환영한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미국의 군비도 상승 추세를 보이기 시작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한국국방연구원 2015–2016 안보정세 평가 및 전망). 2015년 해외긴급 예산을 제외한 기본예산만 고려했을 때 미국의 군사비는 2008년 이후 처음으로 상승했다! 중국 견제를 위해 더 넓은 지역을 포괄하려면 미국만이 부담할 수밖에 없는 장치 비용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미국은 기존의 함대에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지 않으려 한다. 그 때문에 관련 비용은 늘어나지 않았다. 직업군인 수도 오히려 줄어 들었다.

그러나 미국의 군사비 증가는 두 항목에서 두드러진다. 군사위성 및 미사일방어체계(MD) 관련 무기 부문에서는 비용이 대폭 증가했다. 미국은 지난 2~3년 동안 미국 내 배치하는 MD 관련 무기 구입도 늘렸다. 군사위성도 대폭 늘렸다. 이미 세계 전체 군사위성의 약 83퍼센트는 동북아 지역 국가들이 소유하고 있다. 그중 미국은 2014년 현재 1백61대로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하는데, 지난 1년간 51대의 위성을 늘렸고 그중 군사위성이 27대에 이른다. 물론 중국도 군사위성을 6대나 늘렸다.

표 1: 동북아 국가들의 위성 보유 현황(2014.8. 현재)
출처: UCS statellite Database, 2014.8.1로부터 정리 종합.
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 한국 대만 북한 동북아계 세계 전체 동북아 %
민간 17 6 5 15 0 0 43
상업용 214 32 10 17 1 0 274
정부 120 12 55 15 6 5 213
군사 161 85 46 5 1 1 299 359 83.3
512 135 116 52 8 6 829 123 67.2

중국과 일본

둘째, 중국과 일본의 군비 경쟁이 각별히 2013년 이후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일본의 변화는 매우 극적이다. 아래 그래프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일본의 군사비는 2002년 이후 계속 줄어들다가 2013년 이후 급격하게 증가해 3년 연속 늘어나고 있다. 일본은 2013년 발표한 국가안보전략과 새로운 방위계획의 대강을 중심으로 미·일 동맹 강화 및 자위대 군사력 강화를 노골적으로 펼치고 있다. 물론 중국의 군사비도 거의 매년 두 자리 수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그림 1: 일본 군사비 추이.
표 2: 최근 10년간 중국의 군사비 증가율 추이.
연도 규모(억 위안) 증감률(%)
2004 2,200.01 15.31
2005 2,474.96 12.50
2006 2,979.38 20.40
2007 3,554.91 19.30
2008 4,178.76 17.50
2009 4,951.1 18.50
2010 5,333.37 8.00
2011 6,027.91 13.02
2012 6,506.03 11.50
2013 7,201.97 10.70
2014(예산) 8,082.30 12.20
그림 2: 중국의 군사비 지출 추이. 국방비 규모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재정지출 합계. 2012~14년 중앙정부 재정 지출에 한함.

일본 및 중국의 군사력 증강 양상은 서로 강제하는 양상을 보인다. 일본 무기가 중국의 것보다 덜 노후화돼 있기에 중국은 본격적으로 신형 무기 개발에 나서고 있다. 일본이 MD 체계의 중요한 일부인 이지스함 추가 건조에 나서자 중국도 중국형 이지스함(Luyang2)을 3척 건조하고 있다. 함정의 숫자보다는 함정의 대형화, 고성능화를 추구하던 일본은 중국의 군사력 강화에 따라 2010년 방위계획 대강에서 함정 수명을 연장하는 조처를 취해 함정 숫자를 늘리고 있다.

MD 경쟁은 어떤가. 일본은 2003년 MD 체계를 도입한 뒤 해마다 1천억~2천억 엔이나 되는 예산을 미국의 신형 미사일을 구입하는 데 쓰고 있다. 중국도 중국판 MD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고 지난 8월 시험 발사에 성공한 바 있다.

일본의 군사비 지출 증대는 기존의 ‘점진적 재무장’의 틀 내에서 이뤄진 ‘조용한 군비 증강’과 비교했을 때 양과 질 모두에서 중요한 전환점을 가리킨다. 필자는 무기수출 금지 해제가 낳을 파장에 주목한다. 베트남 전쟁 이후 일본경제가 아시아 내에서 일정한 분업구조를 만들었던 것처럼(‘나는 기러기형’), 무기 생산에서도 비슷한 구조를 만들어 내려는 듯하다. 이미 미쯔비시중공업이나 가와사키중공업 등의 무기 회사들은 ‘점진적 재무장’에서 탈피해 아시아 국가들에게 무기를 전면적으로 수출하기 시작했다. 베트남과 터키에 핵발전소 기술을 수출하기까지 했다.

중국의 빠른 속도의 군사력 증강은 특히 전투기 분야에서 분명히 나타난다. 중국은 1년 사이에 전투기를 3백40대나 더 늘렸다. 특히 중국은 대륙간탄도미사일 숫자를 대폭 늘리고 있다.

표 3: 중국의 전투기 증가 양상.
출처: Military Balance 각년도 판 종합.
연도 2008 2009 2010 2011 2012 2013
전투기
(단위: 대)
347 383 435 565 673 689

물론 이미 수천 기의 핵탄두 및 핵잠수함을 보유하고 있고 군비 규모가 171개국의 군비 총계의 절반에 육박하는 미국의 군사력에 비하면, 중국의 군비 규모는 미국의 6분의 1에서 7분의 1 수준이다.

그러나 중국의 군사력 증강을 ‘방어적 차원’만의 대응으로 규정하는 일각의 시각은 부적절하다. 중국의 군사전략이 공세적으로 변화했음은 중국의 2015년 국방백서의 ‘적극적 방어 전략’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난다. 중국은 핵무기를 선제용으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해 왔지만 2015년 국방백서에는 이 원칙이 누락됐다. 이미 2010년 중국군의 제2포병부대에 관한 내부 자료에서는 아예 “핵 정책의 조정”이라는 장이 등장한 바 있다. “핵 시설과 중요한 대도시 및 시설이 목표가 되었을 때, 그리고 국가존망의 위기가 조정되는 조건에서는 핵 정책을 조정했음을 적에게 명확하게 인식시킨다.”(시오자와 에이치이, 《중국인민해방군의 실력 구조와 현실》, 한울.) 중국 미사일 기지 6곳 가운데 안후이성의 기지는 주로 타이완을, 허난성 기지는 미국을, 칭하이성 기지는 인도를, 랴오닝성 기지는 미국·한국·일본을 조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2010년 중국군의 제2포병부대에 관한 내부 자료’)

다극화하는 경쟁

셋째, 새로운 출현진은 아니지만 예전 배우의 복귀도 주목할 점이다. 이제 아시아 중시는 단지 미국에게만 해당되지 않는다. 최근 1~2년 동안 러시아는 분명 아시아로 ‘복귀’했다. 최근 태평양 함대에 신형 핵잠수함(마샬 샤포시니코프함)을 배치하고 이를 운용하기 위한 기지를 극동지역에 건설하는가 하면 러시아 함대의 대형 구축함은 인도네시아가 주관한 연합구조 훈련에 참가하기도 했다. 해외 군사기지를 복원하고 늘리려고 베트남과 싱가포르와 회담을 개최하기도 했다.

이 모든 일은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에 벌어졌다. 2014년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미국과 러시아 간의 긴장은 계속 고조돼 왔다. 미국이 유럽에서 이란 핵을 빌미로 MD를 구축하려 하자, 러시아는 MD 무력화를 위해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배치하기까지 했다. 미국에 대응하는 중국과 러시아 간의 협력 조짐도 두드러지고 있다. 러시아는 천연가스를 중국에 매각하고 대신 중국에게 전투기·잠수함·지대공미사일 등을 판매하고 있다. 무기 판매가 무기 기술 이전과 관련있음을 염두한다면 러시아의 전투기 판매는 주목할 사건이다.

넷째, 동북아의 군사강국 미·중·일·러 4개국뿐 아니라 동북아의 나머지 국가들(남한과 북한, 대만)도 군사비를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다. 그러나 아래의 표에서 보듯이 동북아 4대 군사강국과 나머지들 사이의 군사력 격차는 양과 질 모두에서 차이가 분명하다. 그럼에도 남한의 군사비 규모는 2015년 기준으로 세계 10위에 이른다. 그리고 이 국가들의 (그리고 인도네시아·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까지 가세한) 군비 증강 양상은 역내 지정학적 경쟁을 더한층 복잡하고 위험하게 만들 것이다.

표 4: 동북아 국가들의 중·장거리 타격/투사 및 군사능력 개관.
출처: 2014~2015 동북아 군사력과 전략동향, 한국국방연구원.
구분 중·장거리
탄도탄
전략잠수함 항모/구축함 폭격기/급유기 탄도탄
방어능력
미국 IR-ICBM
+핵 450
핵잠 14+58 핵항모 10
구축함 84
폭격기 83
급유기 524
PAC-3, 다수
THAAD 다수
Aegis SM-3 84
러시아 IR-ICBM
+핵 313
핵잠 11+25
공잠 20
재래항모 1
구축함 23
폭격기 79
급유기 20
SH-11/08
S-300/400 2064
중국 IR-ICBM
+핵 74
핵잠 4+5
공잠 55
재래항모 1
핵항모 개발중
구축함 14
폭격기 82
급유기 13
S-300 300+
북한 IRBM
+핵 ?
핵잠 0
(공잠 72+)
핵항모 0
구축함 0
폭격기 0
급유기 0
없음
일본 없음 핵잠 0
(공잠 18)
준항모 2
구축함 32
폭격기 0
급유기 4
PAC-3 16+
Aegis SM-3 4
한국 없음 핵잠 0
(공잠 12)
핵항모 0
구축함 11
폭격기 0
급유기 0
PAC-2 소수
(Aegis SM-2 2)
대만 없음 핵잠 0
(공잠 4)
핵항모 0
구축함 4
폭격기 0
급유기 0
PAC-3 6

그리고 동북아시아의 주요 도시들은 중거리 탄도미사일의 공격 및 피격 범위 내(2천 킬로미터)에 있다. 1천 킬로미터 이내의 대도시들도 있다. 서울·평양·타이페이가 대표적인 사례다. 동북아에서 탄도미사일이 전략적 지위를 가지는 주된 이유이다.

미국의 반전 감독인 올리버 스톤의 말마따나 자본주의적 경쟁은 개인의 정신마저 파괴하는데 “국가가 경쟁에 가담하면 수백만 명의 희생을 낳게 된다.” 미·일·중·러 제국주의 국가들의 첨단 무기들이 전쟁 억지력을 가져온다며 이를 “균형”과 “견제와 안정”이라는 점잖은 말로 포장하는 것은 두 가지 중의 하나로 귀결된다. 제국주의의 위장술에 현혹되는 것이거나, 중국이나 러시아가 미국보다는 동북아를 덜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는 진영논리에 빠지거나. 현실에서는 둘 다 부적절하다.

동북아시아야말로 고전적 제국주의의 논리가 날 것 그대로 적용되고 있는 지역 중 하나다. 경제 위기가 깊어지고 경제적 경쟁이 치열해질 때 갈등과 충돌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막판 협상과 조정 국면도 있다. 그러나 위기의 시대에 그 조정 국면은 급작스런 긴장의 전조 증상인 경우가 허다하다. 동북아시아에서 세 지역에서 그런 일들이 반복됐다. 남중국해, 동중국해, 서해로 이어지는 U자 모양의 지역에서 동북아시아의 군사대국과 다른 역내 국가들이 군사 충돌 직전까지 간 바 있다.

각종 제조업의 부품 생산이 겹쳐지고 있고 글로벌 기업들의 경쟁이 가장 치열한 이 지역에서 군사비 증강 경쟁 또한 높아만 가고 있다. 이에 한국 사드 배치는 중요한 뇌관이 될 것이다.

거대한 반제국주의 운동만이 죽음과 파괴에 투자하는 이 미친 경쟁을 끝장낼 수 있음을 역사는 보여 줬다. 우리는 아직 그 운동의 출현은 동북아시아에서 대면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그 운동의 출현을 준비하는 데서 자본주의와 국가 간 경쟁 동학을 명확하게 인식하는 과제는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