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위기에 허우적대는 박근혜:
박근혜의 위기를 기회 삼아 성과연봉제 저지로 나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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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노동자연대가 9월 27일 발행한 리플릿의 일부 내용입니다.
오늘(9월 27일) 공공운수노조 산하 철도, 건강보험, 국민연금, 서울대병원, 가스, 서울지하철, 서울도시철도, 부산지하철 노동자 5만 4천여 명이 일제히 파업에 돌입한다. 공공운수노조 출범 이래 이렇게 대규모로 동시 파업을 벌이는 것은 처음이다.
노동자들의 불만은 상당하다. 안 그래도 지난 3년간 공공기관 노동자들은 임금피크제 도입, 수당 삭감, 복지 축소 등의 공격에 시달려 왔다. 성과연봉제까지 도입되면 더한층 임금이 공격받고, 노동 통제가 심화되고, 노동강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공공서비스의 질도 하락될 것이다. 성과연봉제만큼은 막아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력한 이유다.
성과연봉제는 박근혜 노동개악의 핵심 가운데 하나다. 정부는 올해 공공·금융 부문에서 관철하고, 이를 디딤돌 삼아 민간부문으로 확대하려 한다. 지난 23일 금융노조가 성과연봉제 저지 파업에 나서고, 26일 현대차지부가 12년 만에 전면파업을 벌였던 것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저지 파업은 정부의 노동개악에 맞선 노동계 전체 투쟁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박근혜 정부가 불법적 지침으로 이사회 강행 통과를 밀어붙이고, 지금 이 순간 “불법 파업” 비난을 퍼붓는 것은 이 때문이다. 박근혜는 24일 장차관 워크숍에서 직접 공공운수노조 파업 등을 거론하며 “노동계 연쇄 파업은 국가적 위기와 사회 혼란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정권 실세들이 줄줄이 추악한 비리와 부패에 연루된 박근혜 정부야말로 진정한 “불법”, “위기”의 장본인이다. 최근에는 공공기관 “개혁”을 부르짖으며 노동자 쥐어짜기에 앞장섰던 최경환의 불법적 채용 지시 사실도 폭로됐다.
더구나 노동자들이 임금과 노동조건을 지키기 위해 파업을 벌이는 것은 완전히 정당하다. 이를 불법으로 매도하는 것은 경제 위기의 고통을 떠넘기려는 범죄다.
레임덕
박근혜는 악랄하고 집요하게 노동자들을 공격하고 있지만, 그는 결코 강력하지 않다. 최근에는 지난 몇 개월 동안 청와대를 커다란 위기로 몰아 넣은 우병우 게이트가 잠잠해지기도 전에 미르·K스포츠 재단 사건이 불거졌다. 박근혜의 ‘일해재단’ 의혹을 사고 있는 이 사건은, 박근혜 자신이 그 중심에 있다는 점에서 우병우 게이트보다 파장이 훨씬 크다.
지진 대처와 원전 위험성 논란도 중요하게 부상하고 있다. 특히 정부가 해당 지역 원전 건설의 위험성을 알고도 은폐했다는 의혹이 폭로됐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에서 농림수산축산부 장관 김재수 해임건의안이 통과된 것도 정권의 레임덕이 가속화하고 있음을 실감케 한다.
근본적으로 현 상황은 정권 재창출이 어려울 수 있다는 집권당의 깊은 위기를 반영하고 있다. 한진해운 사태가 보여 주듯 구조조정의 속도와 방법 등 경제 위기의 해법을 둘러싸고 지배자들의 내분과 쟁투도 계속될 것이다. 즉 그만큼 지배계급 내 위기가 깊고 날카로워 위기가 쉽게 봉합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물론 만만찮은 경제 위기 때문에 저들은 노동자들에 대한 공격에서 쉽게 물러서려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단호하게 파업을 지속하고, 파업의 효과를 높여 정부를 압박해야 한다. 공공기관 노동자들이 단호한 투쟁으로 위기의 박근혜를 더한층 몰아붙이면, 다른 부문의 더 많은 노동자들과 청년들의 지지와 연대도 확대될 수 있다.
‘사회적 합의’가 성과연봉제 저지에 효과적인가
노동운동 내에는 성과연봉제를 저지시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생각도 적지 않다. 그래서 일부는 이번 파업으로 국회를 압박해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는 것이 최선이라고 본다. 국회 중재로 성과연봉제 시행을 일단 유예시키고 대선에서 정권 교체를 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정권의 위기를 적극 이용해 단호하게 싸우면 성과를 낼 수 있음을 보지 않는 것이다. 이런 생각에 사로잡히면, 노동자들의 투쟁 잠재력을 극대화하기보다 국회에 더 의존하게 되기 십상이다. 현실에서 이것이 뜻하는 바는, 국회 환노위의 다수인 더민주당·국민의당과의 협력을 중시하는 것으로 이어질 수 있다.
더민주당의 일부 의원들이 정부의 ‘일방성’이나 공공성 훼손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고는 있지만, 이 당은 ‘성과연봉제 일방 강행 반대’ 당론 채택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더민주당 내에서 성과연봉제를 지지하는 입장이 주류기 때문이다. 정의당이 성과연봉제 반대를 분명히 하는 것과는 대조된다.
이런 더민주당의 중재에 기대면 기댈수록 투쟁을 자제해야 한다는 압력도 뒤따르기 십상이다. 정부를 압박할 가장 효과적인 수단(파업)을 약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성과연봉제 저지를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를 추구하기보다 임금 삭감, 노동조건 악화 반대를 분명히 내걸고 투쟁을 발전시키는 게 효과적이다.
성과연봉제에 관한 주요 정당 입장
새누리당 | 적극 지지 |
---|---|
더불어민주당 | 당론 없음 |
국민의당 | 노사 자율 |
정의당 | 반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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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최근 임금소득 격차 증대의 본질과 그 정치적 함의, 노동조합과 임금격차 사이의 관계 문제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은 비단 정부의 거짓을 들춰 내기 위해서뿐 아니라 노동운동이 투쟁 방향을 제대로 잡는 데에도 중요하다. ‘조직 노동자들의 상당수가 임금소득 상위 10%에 드는 게 사실 아닌가’, ‘조직 노동자들이 잘 싸울수록 임금격차만 벌릴 뿐 아닌가’ 등의 냉소가 노동운동 안에도 상당히 퍼져 있기 때문이다. 사실, 노동운동 안을 들여다보면, 임금 방어가 중요해진 상황에 직면해 무기력한 대응을 낳을 약점들이 꽤 있다. 이 소책자는 이런 문제들(이론적 · 정치적 쟁점들)을 정면으로 다루고 있다. ☞ 자세히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