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 전 총장 명예교수 임용’에 항의했다고 징계:
한국외대 당국은 학생회 대표자들 징계 철회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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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28일(수) 한국외대 당국은 박철 전 총장을 명예교수로 임용하는 것에 맞서 항의 행동을 해 온 학생회 대표자들을 징계했다. 징계 대상자는 한국외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장과 부위원장, 동아리연합회장이고 5~7주에 달하는 유기정학을 받았다. 이들은 학내 구성원들의 권익을 훼손해 온 박 전 총장의 명예교수 임용에 반대해 정당한 투쟁을 이끌어 왔다.
학교가 밝힌 징계 사유는 학생들이 “본관 총장실 불법 점거로 인한 총장(비서)실 업무방해 및 학교질서 혼란 야기”, “교육부를 방문해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탄원서 제출과 감사를 요청함으로써 학교의 명예를 실추”, “박철 전 총장의 교외 정년퇴임식 행사에서 길거리 피켓시위를 진행함으로써 학내 문제를 외부에 부정적으로 노출해 학교의 명예와 이미지를 실추”시켰다는 것이다.
학교 당국은 징계를 받은 학생들에게 “반성을 해야 하고 그 지도교수와 소속학과 학과장의 특별지도를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철 전 총장을 명예 교수로 임용한 불명예를 씻어내려는 학생회 대표자들의 정당한 활동에 오히려 ‘명예 실추’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징계했다. 교비로 노조를 탄압하고, 성희롱 교수를 비호한 박철 전 총장을 ‘명예’교수로 임용한 학교답다.
그러나 학생들의 행동은 완전히 정당했다.
박 전 총장은 반교육 · 반노동 인사로 악명이 높다. 그는 재임 당시 노동자들의 임금을 삭감하고, 외주화를 통해 비정규직을 확대하고, 이에 맞선 노동자들의 정당한 파업에 해고로 대응했다. 그는 부당노동행위에 항의한 교직원들에게 성희롱 발언을 한 이 모 교수(2006년 당시 용인캠퍼스 학생처장)를 비호했다. 노조 파괴, 성희롱 교수 비호를 위해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만들어진 교비를 불법 사용했다.
한국외대 징계 관련 학칙을 보면 제2절 상벌 제55조(징계) 2항 ‘폭행, 상해, 성희롱 · 성폭력 · 성차별행위를 한 때 또는 음주행위로 학교질서를 문란하게 한 때’, 4항 ‘교직원에게 패덕행위를 한 때’, 5항 ‘학업을 방해하거나 수업에 지장을 가져오게 한 때’ 징계를 내린다고 쓰여 있다. 공교롭게도 박철 전 총장이 법원에게 벌금형을 받은 죄목과 일맥상통한다.
즉 박철 전 총장은 노동자, 학생들의 권익을 깎아먹으며 ‘학교 질서’에 ‘혼란’을 ‘야기’한 자이다. 학생회 대표자들은 이러한 불명예에 맞서 정의를 바로잡기 위해 항의 행동을 이어 온 것이다. 징계를 받아야 하는 것은 박 전 총장과 박 전 총장에게 명예를 선사한 김인철 총장, 그리고 학교 당국이다.
비민주적 징계 학칙
게다가 징계를 받은 학생들은 자신들의 징계위원회가 열리는지 알지도 못했다. 징계가 철저히 비밀리에 비민주적으로 추진된 것이다.
학교 당국은 현행 ‘학생징계규정’을 따라 징계를 했다고 하지만, 이 규정에는 헌법도 무시한 비민주적인 조항들이 가득하다. 규정에는 “유기정학 1개월 이상의 징계사유에 해당되는 학생에게는 해당 학생 징계위원회에서 그 의견을 진술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할 수 있다”(학생징계규정 제1장 3조)고 돼 있다. 이 조항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다. 학교의 마음에 따라 징계 대상자는 진술 기회를 가지지 못할 수도 있다. 법정에서 열리는 재판에도 진술권이 있는데, 한국외대에는 자신의 소견을 밝힐 기회도 없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학업방해행위’라 규정하는 “학교의 허가 또는 정당한 이유 없이 시위, 농성, 등교거부 등의 집단적 행위로 학교의 질서를 어지럽히거나 학업에 지장을 초래한 학생은 유기정학 징계처분을 한다”(제2장 12조)는 조항은 헌법에서 보장하는 기본적인 민주적 권리조차 무시하는 것이다.
학교 당국은 학생들의 징계 사유로 점거뿐 아니라, 기자회견, 퇴임식 장 앞 피켓시위도 문제 삼았다. 민주적인 토론, 활동 등을 보장해야 할 교육기관이 표현과 집회의 자유조차 내팽개친 것이다.
학교 측의 도가 넘는 비민주적인 행태는 점거 농성 당시에도 있었다. ‘점거 때문에 상주하는 경찰’이라 밝힌 한 동대문구 경찰서 사복 경찰은 학생들을 감시하고, 피켓 시위 등을 통제하는 등 부당한 개입을 하다 학생들의 항의를 받고 학교에서 쫓겨나듯 나갔다. 학교가 이미 학생들을 범법자로 낙인 찍고 경찰까지 동원해 감시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징계를 철회하라
학교 측은 막무가내 식 탄압과 징계로 학생들의 정당한 목소리를 잠재우려 했지만 학생들의 분노의 목소리는 여전하다.
학교 당국은 한국외대 하반기 전체학생 총회가 열리기 2시간 전에 징계를 내렸다. 노동자연대 외대모임은 그간 박 전 총장 규탄 활동을 이어온 동아리 · 학회 · 단체들에게 징계를 규탄하고 총회 참가를 호소하는 긴급 선전전을 하자고 제안했다. 학생 10여 명이 단숨에 모여 징계 결정을 규탄하고 총회 참가를 호소하는 유인물을 배포했다. 중앙동아리 마르크스 정치경제학회 왼쪽날개, 중앙사회과학동아리 이퀄리버티, 한국외대 생활자치도서관, 노동자연대 외대모임, 외대학생행진, 정의당 외대학생위원회 등이 공동으로 작성한 성명서는 20여 분만에 4백 장이 배포됐고, 수량이 부족해 추가로 출력해야 할 정도였다.
아쉽게도 전체학생 총회의 홍보 기간이 짧았고, 우천 예보도 있어 성사되지는 못했지만 무려 4백여 명의 학생들이 총회에 참가했다. 박철 전 총장 명예교수 임용 건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자 학생들의 발언이 줄을 이었다. 학생들은 박 전 총장 명예교수 임용과 학생회 대표자들에 대한 징계를 규탄했다. 매 발언마다 박수가 쏟아졌다.
점거에 참가했던 한 새내기는 실명과 학번을 밝히며 “(학교 당국이) 징계를 할 거면 점거에 참가했던 모든 사람들에게 징계를 때려야 한다”, “징계를 줄 거면 나도 줘라”고 용기 있게 말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총회 다음 날인 지난 29일 단대 학생회 대표자들은 옳게도 징계 철회를 요구하며 학생처 항의방문을 다녀 왔다. 앞으로 부당한 징계에 맞서 학생들의 정당성을 알리며 징계 철회를 요구하는 운동이 더욱 확대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