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파업:
산개보다 부산 신항 결집이 물류 타격에 더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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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화물운송시장 발전방안’ 폐기를 요구하며 시작된 화물노동자들의 파업이 나흘째에 접어들고 있다. 화물노동자들의 요구는 간단하다. 약속을 지키라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 표준운임제 도입 약속, 노무현 대통령 후보시절 노동기본권 보장 약속, 박근혜 정부 대선 때 ‘전체 화물차 도로비 전일 할인’ 약속 지켰는가, 14년 동안 약속하고 지키지 않은 것은 정부인데 왜 우리 화물노동자가 집단이기주의이고 비상식적인가.”
정부가 추진 중인 ‘화물운송시장 발전방안’은 뒤통수 때리기의 절정이다. 14년 전에 폐지를 약속한 지입제(운수회사에 개인 소유 차량을 등록해 일감을 받는 것)는 유지하고, 특수고용 상태인 화물노동자들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인 화물차 수급조절은 사실상 풀겠다는 것이다. 수급조절이 풀리면 기업주들은 이를 고용 불안과 저임금 등을 강요하는 데 이용할 것이다. 결국 정부의 화물운송시장 발전방안은 물류·유통 기업주는 밀어주고, 화물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은 더욱 후퇴시키는 구조 개악이다.
또, 화물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후퇴는 도로 위에서 사고 위험을 더 키울 것이다. 지난 10년간 화물차 사고로 매년 평균 1천2백31명, 하루 평균 3.37명이 사망했다. 낮은 운송료 때문에 끊임없이 강요받는 과적, 장시간 운송, 야간에만 할인되는 도로비는 화물노동자를 사고의 위험으로 내몬다. 화물노동자들은 이 같은 현실을 ‘도로 위의 세월호’라고 부른다. 정부가 막을 수 있음에도 외면하고 있어 벌어지는 비극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파업은 화물노동자의 ‘인간다운 삶’을 지키기 위한 투쟁이고 안전을 위한 이타적인 투쟁이다.번번히 약속을 어겨온 정부는 화물노동자들을 비난할 자격이 눈곱만큼도 없다.
물류 적신호
정부는 10월 11일 운송 미참여자가 9백19명으로 줄었고, 운송거부율도 0퍼센트라며 파업 효과를 축소하려 애쓴다. 그러나 파업 대열은 경찰 추산으로도 3천3백 명이고, 운송거부율은 전체 컨테이너 차량 2만 1천757대 중 40퍼센트도 안 되는 8천377명만을 조사한 결과다.
화물연대에 따르면 평소 부산신항에서 경남 함안까지 운송료가 18만~20만 원인데, 지금은 80만~90만 원을 주고도 차를 못 구하는 지경이다.
정부는 컨테이너 장치율(항만에 쌓여 있는 컨테이너의 비율)이 60퍼센트 대를 유지하고 있다지만, 노조에서 파악하기로는 부산신항의 한진CY(컨테이너 보관구역)가 86퍼센트, 다른 CY도 70~73퍼센트다. 장치율이 85퍼센트가 넘으면 컨테이너의 이동이 불가능한 상황이 된다.
이번 파업이 물류 봉쇄 방식과 규모 면에서 2003년이나 2008년에 미치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벌써 화물노동자 50여 명을 연행하고, 부산신항에서 집회를 하는 노동자들 머리 위로 연일 경찰헬기를 띄워 위협하는 것을 보면 정부가 ‘겉으로만 태연한 척’하는 것이라는 노동자들의 말이 더 설득력 있게 들린다. 따라서 3일만, 5일만 지나면 파업이 끝날 것이라 믿는 정부에 버티며 싸우면, 정부가 노심초사하는 ‘물류대란’ 압박은 훨씬 커질 것이다. 정부가 부산신항의 물류 타격을 가장 신경쓰는 만큼, 파업 거점을 분산하기보다 부신신항에서 대규모로 결집해 운송 거부 선동을 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다.
정부가 화물연대 파업에 “물류 대란”을 걱정하는 것은, 노동자들이 기성체제에 도전할 잠재력이 크다는 점을 보여 준다. 화물 노동자들은 강력한 힘으로 몇 차례나 정부를 상대로 싸워 이긴 경험이 있다. 화물 노동자들은 물류 수송을 멈춰 전 산업에 타격을가할 수 있는 힘을 통해 정부와 사용자들의 똥줄을 타게 만들었던 것이다.
지금 박근혜 정부의 위기는 경제 위기, 부패추문, 레임덕으로 더 심화하고 있다. 철도, 화물노동자들의 파업이 굳건히 유지될수록 정부는 더 곤혹스러운 상황에 내몰릴 것이고, 더 나아가 다른 부문 노동자들의 연대와 투쟁도 고무할 수 있다. ‘물류를 멈출 수 있는 힘’은 화물, 철도 노동자들에겐 강점이고 정부에겐 약점이다. 이 힘을 십분 발휘한다면 14년 동안 빼앗겼던 약속들을 다시 되찾아 올 수 있다.
이 글은 노동자연대가 10월 13일에 발행한 리플릿에 실린 것을 제목만 수정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