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흥캠퍼스 실시협약 철회를 위한:
본부 점거 투쟁, 이렇게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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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노동자연대 학생그룹이 10월 17일에 유인물로 낸 것이다.
10월 10일 학생총회에는 정족수를 훌쩍 넘는 2천 명이 참가했다. 2011년 법인화 반대 비상총회 뒤 5년 만에 학생총회가 성사된 것이다.
실시협약 ‘철회’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일각의 우려에도, 총회에서는 압도 다수가 시흥캠퍼스의 “전면 철회” 요구를 지지했다. 졸속적인데다 학생들의 목소리도 배제하며 시흥캠퍼스를 추진해 온 대학 당국은 마지막까지 날치기로 실시협약을 체결했다. 이런 대학 측에 학생들은 신물이 났다. 강경하게 투쟁하지 않고는 승리할 수 없을 것이 명백했기에, 학생들은 실시협약 철회를 위한 행동방안으로 “본부 점거 투쟁”을 의결하고 행동에 나섰다.
이미 체결된 협약을 철회시킬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하는 학생들도 많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투쟁을 통해 법을 무력화하거나 법안 자체를 폐기한 경험이 없는 것은 아니다. 70년 전 미군정은 서울대를 법인화하는 안을 통과시켰지만 동맹휴업을 비롯한 학생들의 투쟁 끝에 3년 뒤 서울대는 다시 국립화됐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시흥캠퍼스 실시협약을 철회시키는 투쟁은 짧은 시일 내에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만큼 승리를 위해서는 효과적인 투쟁 계획이 제시될 필요가 있다.
우선 점거 농성을 중심으로 기층 학생들의 참여를 확대해 나가야 한다. 이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다. 24시간 가동되는 점거 농성장은 이런 참여를 이끌어내는 구심점 구실을 할 수 있다.
2011년 법인화 반대 투쟁 당시 총학생회의 실수를 반면교사 삼을 수 있다. 당시 총학생회는 법인화를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비관적 전망에 짓눌려 기층의 동력을 확대하려는 노력에 소홀했다. 대신 학교와의 협상에 치중했다. 그 결과 돌아온 것은 기세 등등해진 학교 당국과 더욱 보잘것없는 협상안이었다. 심지어 당시 총학생회는 본부 측에 이면합의를 제안한 사실이 폭로돼 도덕적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지금 대학 당국은 한치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따라서 학교 측의 태도를 바꿔 놓으려면 기층의 압력이 지금보다 더욱 강력해져야 한다. 그러려면 점거 농성을 구심으로 시흥캠퍼스의 문제를 알려 나가며 투쟁 동참을 호소해야 한다. 또 이화여대 학생들처럼 규모 있는 총시위를 조직해야 한다. 곧 있으면 학생회 선거에 돌입한다고 해서 점거 농성이 이완되어서도 안 될 것이다.
둘째, 민주주의 문제와 함께 서울대학교가 갈수록 기업처럼 운영되는 문제도 강조해야 한다.
학교 당국은 시흥캠퍼스를 “제대로 된 산학협력단지”로 만들겠다며 기업과 연계를 강화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시흥캠퍼스를 운영할 재원도 산학협력으로 마련하겠다고 한다. 이 때문에 많은 학생들은 시흥캠퍼스 추진이 대학 운영을 기업의 시장 논리에 더욱 종속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황우석 사태, 가습기 살균제 사태 등은 기업의 이윤 논리가 학문을 어떻게 왜곡시키는지 잘 보여 줬다. 법인화 이후 수익성 논리가 강화되면서 교수들에게 성과 압박이 강해지고, 비정규직 교직원이 늘어나고 있기도 하다. 이는 수업의 질을 악화시키므로 학생들에게도 전혀 이롭지 않다.
대학 기업화 반대는 비슷한 처지에 있는 다른 대학 학생들과 교직원, 운동 단체들로부터 지지와 연대를 이끌어내는 구호가 될 수 있다. 이런 지지와 연대의 확산은 〈조선일보〉 등 우파 언론의 악의적 왜곡을 무력화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기도 하다.
셋째, 점거 농성에 실제로 참가하는 사람들이 점거 농성의 운영에서 실질적인 결정권을 가져야 한다. 이는 앞서 말한 제언들이 제대로 실현되기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점거를 유지하고 확대하려면 더 많은 학생들과 학생회 대표자들이 점거자치회와 본부점거본부에 실질적으로 참가해야 한다. 점거에 참가하지도 않는 사람들이 중요한 결정들을 내리도록 하는 것은 점거 참가자들을 수동적으로 만들 수 있다. 그러면 갈수록 학생 대중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어려워질 것이다.
또한 투쟁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은 현실과 동떨어진 인식 때문에 그릇된 주장을 하기 십상이다. 반면 투쟁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사람일수록 더 현실적이고 진취적인 생각과 대안을 내놓을 수 있다.
2011년 법인화 반대 점거 농성 때 많은 학생들이 열의 있게 참가했지만, 헌신적으로 점거 농성을 한 학생들이 주요 사안에 관한 결정권을 가지지는 못했다. 심지어 당시 점거 농성자 전체 토론에서는 점거 유지 의견이 더 많았지만 전학대회는 점거 해제를 결정했다. 헌신적으로 점거농성에 참가했던 많은 학생들은 허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이런 일이 두 번 다시 반복돼서는 안 된다. 그러려면 2011년도 투쟁을 교훈 삼아, 점거에 열의 있게 참가한 사람들이 점거 해제를 포함한 운영 방침을 직접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더 나아가 점거 참여자들의 의견을 민주적으로 반영하려면 학교 당국과의 협상에도 점거 농성장에서 선출된 사람들이 포함될 필요가 있다. 점거 농성을 끝낼 시기나 학교 당국의 양보안을 받아들일지 말지 여부 등도 농성자 전체 회의의 의견을 반영해 결정돼야 한다.
끈질기게 점거를 유지하고, 연대를 확대해 시흥캠퍼스 실시협약을 꼭 철회시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