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위기로 지배계급의 내분이 심화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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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9일 미국의 수도 워싱턴 시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에서 한국은행 총재 이주열은 재정적 경기부양책을 강조했다. 그러나 경제부총리 유일호는 금리 인하를 언급해 신경전을 벌였다. 경제 수장들 사이의 갈등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하지만 언론들이 이들의 책임 떠넘기기를 꼬집고 국정감사에서 논란이 된 것은 최근 한국 경제가 그만큼 위기이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의 올해 경제성장률 예측치 2.7퍼센트는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7의 생산 중단, 현대차와 화물연대·철도 파업, 한진해운과 대우조선해양의 부도 위기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아 장밋빛 전망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올해 설비투자는 지난해에 비해 4퍼센트 감소했다. 낮은 이윤율 때문에 기업 투자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건설투자가 10퍼센트 증가해 경제 성장을 이끌고 있지만, 이것도 가계부채의 위험을 증가시키고 있다. 지난해에 국내총생산이 72조 원 증가할 때 가계부채는 1백17조 원 늘어났다. 올 상반기에도 경제성장률은 3퍼센트였지만 가계부채는 4.5퍼센트 증가했다.
게다가 한계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한계기업이란 영업 활동으로 얻은 이윤으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할 만큼 재무 구조가 부실해 더한층의 성장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을 말한다. 2010년 2천4백 곳이던 한계기업은 2015년에는 3천2백78곳으로, 37퍼센트 증가했다. 한계기업 중 과거에도 한계기업이었던 만성적 한계기업도 2010년 1천6백46곳에서 지난해 2천4백74개로 늘었다. 최근 조선·해운·건설·철강·석유화학 등 취약업종에서 한계기업이 많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세계경제 상황도 한국경제에 불리하다. 한국의 주요 교역국인 중국은 올해 상반기 경제성장률(6.7퍼센트)이 25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게다가 올 연말 미국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고, 유럽중앙은행은 양적완화를 축소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금리 인상 정책은 한국의 금리도 끌어올려 한계기업들을 더욱 위태롭게 만들 것이다. 내년에 시작되는 브렉시트 협상이 초래할 악영향도 감안해야 한다.
경기부양 논란
최근 한국 지배계급 내의 경기부양 논란은 바로 세계경제의 불확실성과 위험요소가 증대되는 상황에서 한국 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어떻게 막을 것인지를 두고 벌어지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국 경제가 추락하기 전에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제통화기금과 미국 재무부는 이 주장을 지원하고 있다. 미국 재무부는 10월 14일 의회에 제출한 환율보고서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한국은 경기를 후퇴시키는 재정충격을 피하기 위해 단기 재정확대를 포함한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의 GDP(국내총생산)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40퍼센트 정도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백15.2퍼센트에 한참 못 미치므로, 재정 지출을 확대할 여력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배자들의 다른 일부는 수출이 둔화하고 성장률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대우조선해양 같은 기업들이 또 생겨난다면 재정 부실의 위험성이 급작스럽게 증대할 수 있다고 본다. 박근혜 정부가 공공부문 노동자들을 거세게 몰아붙이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런 위기감의 반영이다.
한국 경제 앞에 놓인 위험 때문에 지배계급의 일각에서는 대규모 경기부양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지금까지 박근혜 정부는 확장적 재정정책을 펴지 않았다. 오히려 공공부문 노동자 임금 삭감과 공공요금 인상 등으로 공공부문 부채를 감축했고, 2017년 예산도 올해에 비해 찔끔 늘렸을 뿐이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는 대우조선해양은 지원하고 있지만 한진해운은 지원하지 않아 정책적 일관성도 보이지 않는다. 이 때문에 박근혜 정부에 대한 재계의 불신은 늘어나고 있다.
국내외 경제 상황을 고려해 봤을 때 세 가지 점은 분명하다. 첫째, 한국 경제 상황은 내년으로 갈수록 악화될 것이다. 둘째, 박근혜 정부와 지배계급은 경제 위기의 대가를 노동계급에게 떠넘기기 위한 노력에 더욱 매진할 것이다. 셋째, 경제 위기가 심화될수록 지배계급 내 갈등이 더 심화될 것이다. 청와대를 둘러싼 부패와 추문들이 터져 나오고 있는 이때가 노동계급이 투쟁에 나서기 좋은 상황이라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