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
고려대:
학교 당국은 학생 고통 가중할 학사제도 개악 중단하라
〈노동자 연대〉 구독
지난 10월 17일 고려대학교 당국은 총학생회와의 면담 자리에서 학사제도 개악안을 통보했다. 그 내용은 재수강 제도를 대폭 제한하고, 휴학 신청 시 지도교수나 학과장 결재를 받아야 하고, 수업 시작 시간을 8시 30분으로 당기겠다는 것이다.
학교 당국은 재수강 제도를 2017년 1학기부터, 1교시 수업 시간 변경을 2018년 1학기부터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휴학 신청 제도 변경안은 이미 확정됐다고 한다.
재수강 제도 개악
학교 당국은 ‘재수강을 과목당 최대 1회’, ‘재수강 시 최대 취득가능 학점을 B+’로 제한하고, ‘표기 학점’을 ‘최고학점’에서 ‘최종학점’으로 변경하고, F학점을 ‘이수 학점’에 포함시키겠다고 했다.
학교 당국은 재수강 제도를 제한하는 방향으로 개악안을 냈지만 이는 학생들의 처지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태도다. 학생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돈은 돈대로, 시간은 시간대로, 노력은 노력대로 허비하며 재수강을 듣는 이유는 취업을 하려면 더 높은 학점을 따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학교 당국은 “학점 인플레이션”을 운운하며 개악의 필요성을 말한다. 이미 2013년 말에서 2014년 초에 개악했음에도 말이다.
당시 학교 당국은 “재수강 시 최고 학점 A0, 삼수강 B+”로 제한해 개악 이전보다 최고 학점을 한 등급씩 떨어뜨렸다. 이번 개악안은 그 때보다 더 심각하다.
이번에도 학교 당국은 “학점 인플레이션”이 심각하므로 “개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것은 학점 경쟁 강화를 주장하는 정부와 기업인들의 논리에 따른 것이다. 말하자면 학생들이 재수강, 삼수강 등 “학점 세탁”을 해서 성적이 뻥튀기 돼 변별력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학교 당국이 “학점 인플레이션”을 운운하며 학생들에게 잘못이 있는 양 말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학점 경쟁을 강요 당하며 발버둥 쳐야 하는 학생들은 이 체제의 희생자일 뿐 아무런 잘못이 없다. 기업의 입맛에 따라 재수강을 제한한다고 하더라도 취업이 더 잘 된다는 보장도 없다.
재수강 제도가 개악되면 학생들의 선택권이 줄어들어 학생들은 더 큰 경쟁 압박을 받을 것이다. 재수강 제도 개악은 중단돼야 한다.
8시 30분 수업
현재 9시인 1교시 시작 시간을 30분 당기는 것도 문제다. 학교는 교육 조교(TA)제도를 확대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한다.
학교 당국의 주장대로 강의실 부족이 이유라면, 교육 공간을 늘리기 위해 노력하면 된다. 많은 학생들이 학점 경쟁, 스펙 쌓기에 시달리고, 비싼 등록금과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까지 해야 하는 처지에서 수업 시간을 당기는 것은 학생들의 삶을 더 팍팍하게 할 것이다. 게다가 적잖은 학생들이 긴 통학시간을 견디며 통학하고 있기도 하다.
염재호 총장의 공약 대로 TA제도 확대가 토론 수업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면, 강의 공간을 늘리고 교원도 확충해야 한다. 이런 계획은 없이 수업시작 시간만 당기겠다니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정말 통쾌하게도, 지난 19일 이화여대에서는 부패하고, 온갖 신자유주의 경쟁 교육 개악을 밀어 붙인 최경희 총장을 사퇴시켰다. 그동안 최경희 총장이 추진한 개악 때문에 많은 학생들이 고통 받고 있는데, “비선 실세” 최순실의 딸은 경쟁과 고통에서 벗어나 이대 당국의 비호를 받은 것이 드러나 이대 학생들뿐 아니라 많은 이들이 분통을 터(뜨리고)트린 바 있다. 총장을 사퇴시킨 이화여대 학생들은 이제 최순실의 딸을 비호한 이화여대 당국을 상대로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도 고려대 당국이 학생들의 고통을 가중시킬 개악을 시도하고 있다. 이것이 염재호 총장이 말했던 “개척하는 지성”인가? 고려대 당국은 개악 시도를 중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