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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 박근혜 퇴진 시국선언 발목 잡으려는:
총학생회장단 탄핵 추진 중단돼야 한다

이 글은 10월 28일 노동자연대 고대모임이 발표한 입장이다.

최근 박근혜 퇴진 시국선언이 대학가를 휩쓸고 있고 거리 시위도 벌어지고 있다. 연일 여러 대학에서 수백 명이 모여 시국선언을 발표했다는 보도가 올라온다. 그런데 어이없게도 고려대에서는 총학생회가 다른 학내 단체들과 함께 시국선언을 추진해 왔다는 것을 주된 이유로 총학생회장단을 탄핵하겠다는 서명이 진행되고 있다.

이 탄핵 서명은 내용적으로나 절차적으로 너무나 문제가 많다.

탄핵 서명을 받고 있는 학생들은 총학생회가 시국선언에 “(전)통진당 세력을 비롯한 각종 운동권 단체들과 함께 이름을 올린 점”을 탄핵 사유로 들고 있다. 그러나 “운동권 단체”라는 이유로 연서명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것이야말로 비민주적이다.

박근혜 퇴진 시국선언은 박근혜 퇴진, 최순실 게이트 수사와 책임자 처벌을 원하는 단위와 개인 모두에게 열려 있어야 한다. “운동권 단체”라고 표현한 진보·좌파 단체들은 박근혜 정부의 부패, 노동자 공격, 세월호 참사 등의 문제에 앞장서 싸워 왔다. 그런데 왜 특별히 이들이 박근혜 퇴진 시국선언에서 배제돼야 한다는 것인가.

이 학생들은 총학생회는 “2만 학우를 대표”해야 하기 때문에 “운동권 단체”들과 함께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마치 총학생회는 전체 학생들을 대표해야 하기 때문에 좌파 단체들과 연계하면 정치적으로 편향돼 대표성을 훼손하게 된다고 보는 듯하다.

그러나 총학생회가 전체 학생을 대표한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환상이다. 전체 학생들의 생각은 언제나 다양하게 나뉘어 있다. 모든 학생들이 다 동의하는 것만 해야 한다면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이다.

총학생회는 자신이 생각하는 정치적 방향을 가질 수 있고, 가질 수밖에 없다.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충돌하는 집단들이 존재하는 지금 사회에서 대부분의 쟁점들이 결국 특정 정치적 방향과 연결되기 마련이다. 미국의 진보적 석학 하워드 진이 말한 것처럼 “달리는 기차 위에 중립은 없다.” 무색의 대표성을 가정하며 어느 편도 들지 않는 것이 아니라 솔직하게 자신이 생각하는 정치적 대안을 내놓고 학생들과 토론하는 학생회가 더 민주적이다.

특히나 박근혜 퇴진을 둘러싸고 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지극히 정치적인 상황에서 진보적 정치단체들과 연계하지 말고 정치적 중립을 지키라고 요구하는 것은 완전히 공상적이다.

탄핵 추진자들은 최순실로 문제가 불거진 상황에서 시국선언문에 “다른 주제”를 끼워 넣은 것이 문제라고도 말한다. 고(故) 백남기 농민의 죽음과 관련한 문제 등이 포함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백남기 농민은 박근혜 정부에 항의하다가 국가폭력으로 희생됐다. 박근혜 정부의 문제는 비단 최순실 게이트만의 문제가 아니다. 세월호 참사, 백남기 농민 사망, 한일 ‘위안부’ 합의, 사드 배치 등 모두 박근혜 정부와 연결돼 있다. 최근 박근혜 퇴진 목소리의 이면에는 지난 4년 동안 누적돼 온 불만이 자리잡고 있다. 그런데 시국선언을 최순실 문제만으로 해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

모순된 행동

이들은 이런 제기들을 하며 총학생회가 다른 단체들과 함께 추진해 온 시국선언을 미루게 만들었다. 그래 놓고 황당하게도 ‘시국선언의 시기가 늦었다’는 것을 탄핵의 사유로 제시하고 있다. 정말이지 앞뒤가 안 맞는 모순된 행동이다.

아마도 현재 20대에서 박근혜의 지지율이 2퍼센트에 불과하고 박근혜 퇴진을 지지하는 여론이 60퍼센트에 육박하다 보니 자신들이 시국선언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는 것처럼 비춰지고 싶은가 보다. 그러나 이들이 총학생회와 진보적 단체들의 시국선언에 문제제기를 하는 것은 명백히 우파에게 도움을 주는 방향이다. 이들이 시국선언을 지체되게 만든 것은 결국 박근혜에게 득이 되는 행동일 뿐이다.

게다가 이들이 어제(10월 27일) 있었던 임시 중앙운영위원회(이하 중운위)에 제출했던 서명은 도저히 신뢰할 수 없을 정도로 문제가 많았다. 우선 탄핵안을 발의하는 이름부터 잘못돼 있었다. 이들은 “총학생회 탄핵안”이라는 이름으로 서명을 받아 왔다. 그러나 총학생회 탄핵은 가능하지 않다. 어떻게 학생 2만 명이 참가하고 있는 총학생회를 탄핵할 수 있단 말인가. 아마도 총학생회장단 탄핵안을 받아 왔어야 했을텐데 기본적인 내용도 알지 못하고 서명을 진행한 것이다.

게다가 8백 명 가량이 서명을 했다고 하지만 서명 명단에 총학생회장과 이름과 학과가 같은 서명이 2번이나 돼 있었고, 여러 서명이 학과나 학번, 이메일도 제대로 기록돼 있지 않았다고 한다. 도저히 인정할 수 없는 서명이었다. 그래서 이들의 서명은 중운위에서 발의되지 못했고, 다시 서명을 받아 오면 10월 31일 월요일 임시 전학대회에서 탄핵 요건이 제대로 충족하는지를 심사해서 다루기로 했다.

그래서 그들 자신도 서명의 정당성이 부족하다고 인정했고, 다시금 서명을 받고 있다. 그러나 설사 서명 요건을 충족해 탄핵안이 발의된다 해도 이번 탄핵 서명이 실제 총학생회장단 탄핵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극히 미미하다. 탄핵이 통과되려면 전학대회에 성원 3분의 2가 참가해 참가자의 3분의 2가 탄핵을 위한 총투표나 학생총회를 소집하는 것을 동의해야 하고, 여기서 다수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많은 학생회 활동가들과 학생들은 이런 탄핵 발의 움직임에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 총학생회장단의 임기도 거의 끝나가는 상황에서 이번 탄핵 서명은 해프닝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탄핵 추진자들은 이번 탄핵 추진을 통해 총학생회를 흠집내고 박근혜 퇴진 선언을 발목 잡으려 한다. 이런 악의적 목적을 위한 탄핵 발의 서명은 당장 중단돼야 한다.

지금 중요한 것은 총학생회장단을 탄핵하는 게 아니라 박근혜를 퇴진시키는 것이다. 비리·부패 박근혜 퇴진을 위해 총학생회가 앞장서야 할 때 총학생회 탄핵안을 발의하며 발목을 잡는 것은 박근혜를 이롭게 할 뿐이다.

이전에 탄핵안이 발의됐던 2014년 ‘고대공감대’ 총학생회의 선거부정, 2010년 ‘소통시대’ 총학생회의 학생 사찰 문제 등과 비교해 볼 때도 이번 사안은 도저히 탄핵을 추진할만한 것이 아니다.

‘별자리’ 총학생회는 평범한 사람들을 고통으로 몰아넣는 박근혜 정부에 항의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이번에도 시국선언에 동참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런 총학생회를 지금 시점에서 탄핵시키는 것은 고려대 학내 운동의 발전에도, 박근혜 정부에 맞선 투쟁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박근혜 정부를 몰아내는 데 고려대 총학생회가 앞장서 힘을 모을 수 있도록 탄핵 서명은 당장 폐기돼야 한다. 이미 총학생회장단 탄핵 추진에 반대해 학생들이 탄핵 반대 서명을 받고 있다. 이런 서명이 더 많이 돼야 한다. 또한 박근혜 퇴진을 위한 시국선언이 시급히 추진돼야 한다. 아쉽게도 고려대가 시국선언에서는 한 발 늦었지만 거리에서 벌어지는 박근혜 퇴진 운동에는 더 많은 학생들이 참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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