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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의 빈곤 《세계화와 싸운다》 폴 킹스노스, 창비

《세계화와 싸운다》는 반자본주의 운동, 혹은 킹스노스가 선호하는 표현대로 하면 ‘운동’에 대한 찬사다.
이 책은 사파티스타의 중심지인 치아파스로부터 최루탄 연기 가득한 2001년 제노바 거리에 이르기까지, 몇몇 상징적인 장소와 사건에 대한 저자의 답사에 기초해서 쓰여졌다.
킹스노스는 재치있고 현장감 있게 글을 쓰는 장점이 있다. 브라질의 무토지노동자운동(MST) 활동가, 파푸아뉴기니의 자유 투사 등 그가 만난 사람들은 우리를 고무하고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세계화와 싸운다》를 읽다 보면 기존 방식대로 살 수 없을 뿐 아니라, 그러길 원하지 않는 사람들의 네트워크가 전 세계 곳곳에 존재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하지만 오늘날의 세계 운동에 대한 평가로서 《세계화와 싸운다》는 심각한 결점을 가지고 있다.
가장 두드러진 문제는 이 책이 올해(2003년) 출판됐고 최근 사건을 다루고 있음에도 2001년 제노바 시위, 더 정확히 말하면 카를로 줄리아니를 경찰이 살해한 2001년 7월 20일에 서술이 종결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상당히 이상하다. 다음 날 거의 30만 명의 사람들이 제노바 거리로 쏟아져나왔고, 이탈리아 노동조합들이 운동에 결합했다. 이 날은 이탈리아 좌파가 부활한 날이었다.
놀랍게도, 킹스노스는 당시 제노바에 있었음에도 이 시위를 책에서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이탈리아 총파업, 2002년 바르셀로나의 대규모 반자본주의 시위와 스페인 전역에서 일어난 반유럽연합 파업과 시위 등 그 뒤로 이어진 대규모 행동들도 무시하고 있다.
더 놀랍게도, 킹스노스는 2001년 세계무역센터 테러에 우리 운동이 어떻게 대응했는지를 거의 다루지 않는다. 킹스노스는 반자본주의 활동가들이 세계 반전 운동과 반제국주의 운동에 한 중요한 기여를 무시할 뿐 아니라, 이것이 운동의 미래에 지니는 함의도 고려하지 않는다.
이것은 어쩌면 우연이겠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킹스노스는 운동의 자생적 성격, 운동이 “거대 사상과 거대 계획”을 결여한 것, 지역주의, 그리고 자본주의 권력 중심부에 공개적으로 도전하기를 거부하는 것이 운동의 힘이라고 평가한다.
이러한 평가에 바탕해서 킹스노스는 다른 운동에 대한 관용적이고 무비판적인 관점과는 달리, 영국 좌파를 신랄하게 비판하는 데 두 페이지를 할애하고 있다.
물론 운동의 다양성은 필요한 장점이고, 운동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정상회담 반대 시위, 세계사회포럼, 인터넷의 창조적인 사용 등 다양한 혁신이 필요하다. 운동은 새로운 사상, 새로운 활동가, 새로운 제안에 열려 있어야 한다.
그러나, 제노바에서의 경찰 탄압 이후로, 특히, 미국 국가가 세계 모든 곳에서 무력을 사용해 자신의 이익을 지키겠다고 선언한 이후로 거대 ‘이데올로기’ 문제를 무시하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다.
전 세계적으로 사람들은 어떻게 제국주의에 도전할지, 서로 단결하고 동맹을 확대하기 위해서 어떤 종류의 조직이 필요한지, 운동을 건설하기 위해 선거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그리고 국가 권력에 대해 어떤 태도을 취해야 하는지를 둘러싸고 논쟁을 벌이고 있다.
킹스노스가 관심을 기울였다면 자신이 얘기를 나눈 많은 활동가도 같은 문제를 고민하고 있음을 알아챘을 것이다.
이 책의 앞 부분에서 한 사파티스타 활동가는 국가 탄압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우리는 멕시코 정부가 우리에게 말할 기회를 주고, 우리가 우리 삶을 살게 놔뒀으면 한다. … 정부는 원주민법을 약속했지만, 그들이 통과시킨 법은 우리를 주체가 아니라 사물처럼 취급한다 … 저들은 우리가 얼마나 더 참기를 바라나?”
이 책 뒷 부분에서 브라질 무토지노동자운동 활동가들은 지역적 행동을 뛰어넘어 진보적 정부를 세우기 위한 전국적 강령을 만들 필요성에 관해 논의한다. 이러한 전략적·정치적 논쟁이 없는 운동은 몽상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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