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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서울시립대:
무상등록금 시행 관련 학생 총회 안건을 누락한 총학생회는 공식적 사과하고 토론 기회를 보장해야

지난 10월 6일, 박원순 서울시장은 내년부터 서울시립대에 무상등록금을 시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이에 서울시립대 총학생회는 현재 서울시립대에는 등록금보다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며 사실상 무상등록금 시행에 반대하는 입장을 폈다. 총학생회는 교육 여건 개선과 무상등록금 실시를 불필요하게 대립적으로 봤다.(관련 기사: 서울시립대 무상 등록금 제대로 이뤄지기 바란다)

안타깝게도 이런 총학생회의 입장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시립대 무상등록금 시행을 유보하는 데 빌미를 줬다. 이 쟁점이 논란이 되고 일부에서 총학생회 입장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자, 총학생회는 학생들의 의견을 듣겠다며 11월 8일 전체 학생 총회를 개최했다.

그러나 개최 취지와는 달리, 총회에서 무상등록금과 관련한 논의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의결 안건은 세 가지였다. 첫째, 서울시립대 운영에 관한 조례 개정 요구안. 둘째, 총학생회칙 일부 개정안. 셋째, 성차별·인권침해 관련 강의평가 문항 추가 요구안. 무상등록금과 관련한 안건은 논의 안건으로 ‘전액장학등록금’이라고 성안돼 마지막에 다뤄졌다. 총학생회가 학생 총회 개최를 발의한 후 박원순 서울시장이 무상등록금 시행안을 철회하자, 총학생회는 총회에서 이를 중심으로 논의할 필요는 없다고 여긴 듯하다.

그러나 나는 무상등록금 시행은 많은 학생들의 지지를 얻는 정당한 요구이므로 총회 참석자들과 이를 토론하고 서울시에 무상등록금 시행을 요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다. 나는 학생 총회를 학생들의 이런 열망을 모으는 자리로 만들기 위해 능동적으로 총회를 준비했다.

그래서 나는 무상등록금 시행이 학내 시설의 질과 교육 여건 개선과 상충하는 것이 아님을 주장하고 무상등록금의 조속한 시행을 위해 서울시립대 총학생회와 서울시의 재논의를 요청하는 내용의 안건을 발의했다. 더불어 나는 박근혜 퇴진 선언과 퇴진 운동을 결의하는 안건도 함께 발의했다.(관련 기사: 학생 총회에서 민중총궐기 등 퇴진 운동 참가를 결의하고 8백여 명이 거리 행진에 나서다)

두 가지 안건 발의서는 총회 전날인 11월 7일, 총회 의장에게 메일로 제출했고 안건 상정과 운영에 대해서도 협의했다. 총회의 실질적 준비·운영 책임은 총학생회에 있지만, 대의원회(전체학생대표자회의격의 기구)도 총회의 공동 주관 기구이고 당일 총회 진행은 대의원회가 선출한 의장이 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학생 총회 현장에서 내가 미리 제출한 두 가지 안건 발의서는 참석자들에게 서면으로 제공되지 않았다. 그래서 총회 참가자들은 안건을 보지도 못했다. 비민주적인 운영은 이것만이 아니었다.

내가 발의한 안건 중 하나인 무상등록금 즉각 시행 요구안 안건은 아예 누락돼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총회 의장은 박근혜 퇴진 선언 특별 결의문 채택 안건 논의 이후 현장 발의 안건 순서는 끝났다고 마무리하려 했고, 나는 하나 더 있다고 제기했다.

그제서야 총회 의장은 하나만 있는 줄 알았다며 착오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착오가 있었다고 인정한 후에도, 회의 자리에서 공식적으로 사과를 하고 안건을 바로 상정하지 않았다. 이후 총회 의장은 안건을 누락한 채로 다음 회순을 진행했고 결국 내 안건은 완전히 누락돼 버렸다.

서울시립대 학생들의 이익과 직결되는 무상등록금 도입과 관련한 ‘전액장학등록금’ 논의 안건 시간에 많은 학생들이 발언 신청을 했다. 그러나 시간 부족을 이유로 겨우 2명만이 질의·발언을 할 수 있었다. 무상등록금에 대한 의견을 듣겠다는 총회 개최 취지가 무색하게도 제대로 된 토론이 이루어지지 못한 것이다. 나는 내가 발의한 안건이 다뤄지기를 총회 내내 기대했으나 총회 의장은 내 안건을 다루지 않고 논의 안건을 종결했다.

서울시립대 총학생회칙 제3장 제15조에는 “전체 학생 총회는 … 직접 민주기관이며 최고의 권력기구이다”라고 명시돼 있다. 내가 제출한 안건 누락을 인지하고도 안건 상정도, 공식적 사과도, 토론할 기회도 주지 않은 것은 민주적인 총회 정신에 어긋난다.

이후 열릴 박근혜 퇴진 촛불 행진 일정 때문에 총회를 계속 진행하는 것이 어려웠을 수 있다(이 행진은 매우 성공적으로 치러졌다). 그러나 시간이 부족한 것이 문제였다면, 다시금 안건을 토론하기 위한 자리를 마련하는 게 합당한 처사일 것이다. 나는 무상등록금에 대한 논의가 충분히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과 학생 총회는 모든 학생들의 민주적 논의를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는 점에서, 총학생회와 대의원회가 적법한 대안을 마련할 것을 요구한다.

우선 서울시립대 총학생회와 대의원회는 안건 누락과 비민주적 총회 운영에 대해 공식적 사과를 하고 총회 결과 보고에 상황 설명과 사과문을 기재해야 한다. 또한 누락된 현장 발의 안건에 관한 논의를 위해 대의원 회의를 개최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무상등록금 즉각 실시는 교육을 시장화하고 그 비용을 개인에게 떠넘기는 박근혜식 교육 정책에 대한 도전이기도 하다. 따라서 나는 박근혜 퇴진 운동에 적극 참여하고 성공적인 촛불 시위도 조직한 서울시립대 총학생회가 박근혜의 시장주의적 대학 교육 정책에 반대하며 무상등록금 즉각 실행을 위한 운동에도 나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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