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2일 민주노총 전국노동자대회에는 노동자 15만여 명이 결집해 1백만 행진의 시작을 알리고 기세를 보여 줬다. 노동자들은 노동개악 반대, 구조조정 저지, 비정규직 정규직화 등 자기 요구를 함께 내걸고 행진했다.
하루 전날인 11일 밤에는 좌파적인 노동자·활동가 수백 명이 청와대 인근 청운동 사무소에서 전야대회를 열었다. 며칠 전부터 노동자전선, 노동자연대, 노동당, 좌파노동자회, 노사과연 등 좌파단체들은 ‘총파업! 노동자대회/ 박근혜 퇴진! 민중총궐기 전야대회’를 준비했고, 여기에 유성범대위, 광화문 캠핑촌 등이 공동 주최하는 집회가 열린 것이다.
노동자들은 이날 7시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열린 촛불집회부터 참가해 함께 박근혜 퇴진을 외치고, 노동당과 장기투쟁사업장 노동자들이 농성하고 있는 세종문화회관 옆 정부종합청사 앞을 지나 청와대 인근까지 행진했다. 노동당은 농성장 앞 방송차에서 행진하는 노동자들을 응원하며 전야대회를 홍보했다. 경찰의 행진 방해로 집회는 밤 11시가 다 돼서야 시작됐다.
노동자전선 이호동 공동대표는 “전국노동자대회는 46년 전 전태일 열사가 불꽃이 된 후 그 의미를 기리고 노동자들이 투쟁해 온 날”이라며 “노동자들이 선두에서 싸워 권리를 쟁취하자”고 호소했다. 노동당 이갑용 대표는 “박근혜 퇴진 투쟁에 민주노총이 앞장서야 한다”면서 민주노총의 총파업을 촉구했다. 노동자연대 회원인 기아차지부 김우용 활동가도 민주노총 지도부가 즉각 총파업 지침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하며, 행진 대열의 선두에 섰던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투쟁을 응원하고 “노동 탄압과 노동개악을 자행해 온 박근혜에 맞서자”고 강조했다.
다음 날 전국노동자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멀리 일본에서 온 전노협 활동가들도 한국 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하는 발언을 해 박수를 받았다.
이날 집회는 좌파적인 노동자·활동가들이 박근혜 퇴진과 노동자 공격에 맞서 투쟁을 결의하는 의미 있는 자리였다.
다만, 행진에 아쉬움은 있었다. 애초 7시 촛불집회를 마치고 1천여 명이 행진을 시작했는데, 대열의 맨 앞에 섰던 유성범대위가 오체투지라는 방식을 고수하면서 대열이 더 늘지 못하고 오히려 줄어서 청운동 사무소 앞에 도착했을 때는 5분의 1 정도밖에 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