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의 미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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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는 부시 취임을 앞두고 ‘보수로 가는 미국 사회’라는 기획을 연속 보도했다. 보도 내용은 나름대로 유익했지만 제목이 뜻하는 바는 명백했다. 만약 미국인 대다수가 보수화한 결과로 부시가 당선했다면 그는 임기 내내 자기 맘대로 행동할 수 있을 것이다.
언뜻 보면 부시는 매우 자신감 있게 행동하고 있는 듯하다. 그는 자신이 같은 정책을 계속하라고 유권자로부터 ‘민의를 위임’받았다고 말한다.
과연 부시는 고문을 정당화한 자를 법무장관에 임명하고, 무고한 아랍인 7백76명을 불법 감금한 책임이 있는 자를 국토안보부장관에 임명했다. 그의 취임식은 4천만 달러를 들여 황제가 부럽지 않을 만큼 화려하게 치러질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엄청난 오만 뒤에는 여론 악화라는 현실이 있다. 부시는 1948년 이래 재선된 대통령 중 가장 낮은 지지율(48퍼센트)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2개월 반 동안 그는 수차례 정치적 악재에 시달려 왔다. 팔루자 공격은 저항세력의 기를 꺾지 못했고, 럼스펠드는 이라크 전쟁과 관련해 집중 공격을 받았다.
물론 부시는 이라크에서 쉽게 물러날 생각이 없다. 낙태권을 공격하려 하고, 어쩌면 동성 결혼 금지를 헌법에 포함시키려 할지도 모른다. 그는 사회보장을 사유화해서 퇴직자들의 연금수령액을 거의 40퍼센트까지 줄일 생각이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사회보장제도를 제3철로[전기가 흐르는 선]라고 부른다. 즉 건드리면 정치 생명이 끝난다는 것이다. 레이건도 이것만은 못 건드렸다.
부시가 이러한 엄청난 ‘개혁’을 밀어붙이려면 정말 거대한 정치적 ‘자본’을 필요로 할 것이다. 그러나 지지율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그는 이 ‘자본’을 빠른 속도로 까먹고 있다.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이라크 상황 때문이다. 따라서 반전운동은 이라크 점령뿐 아니라 다른 ‘개혁’ 정책들도 궁지로 몰아넣을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
그러나 반전 운동을 포함한 미국의 운동은 부시의 재선으로 커다란 충격에 빠졌다. 그들은 11월 중순 팔루자 공세와 12월 럼스펠드 망언 등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당시 부시 정부에 대한 비판은 공화당 일부와 〈내셔널 리뷰〉의 윌리엄 크리스톨 같은 정권 밖 네오콘 등 주로 우익으로부터 나왔다. 이것은 지배자들의 분열을 보여 주는 중요한 사례임에는 틀림없지만, 그들의 비판은 전적으로 전쟁의 진행 방식에 한정됐다.
같은 기간 민주당은 제대로 된 반대 세력이 아님을 계속 증명했다. 그들은 오하이오 재개표 과정에서 가식적으로 핏대를 올리거나 어떻게 “보수적 가치”와 자유주의”를 결합시켜서 다음 선거에서 승리할까를 놓고 논쟁을 벌이고 있다.
다행히도 운동 내 소수는 부시 정권의 난관을 이용했다. 특히 반전 군인과 그 가족 모임들의 다양한 활동이 돋보였다. 최근 미국 반전 운동은 부시 재선의 충격에서 회복하면서 다음 행동을 준비하고 있다. 1월 20일 취임 반대 시위는 중요한 첫 걸음이 될 것이다.
역사적 선례를 상기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1972년 리차드 닉슨은 의기양양하게 재선했다. 사람들은 충격을 받았다. 그러나 불과 2년도 안 돼 닉슨 정부와 공화당은 혼란에 빠졌다.
1973년 닉슨은 베트남에서 미군을 철수해야 했다. 그는 다음 해 워터게이트 사건 때문에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다. 부시의 현재 지지율은 당시 닉슨(59퍼센트)에 비해 훨씬 낮다.
1월 20일 부시는 의기양양하게 취임식을 거행할 것이다. 하지만 그의 정부는 마치 그린존의 꼭두각시 정부 지도자들처럼 경호에 수천 명의 군과 경찰을 요청했다. 부시는 겉으로는 자신감이 있지만, 사실 우리 운동을 두려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