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준비에 나선 KBS 노동자들:
‘청와대 방송’ 되기를 거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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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노동자들이 11월 24일부터 30일까지 ‘공정방송 쟁취, 보도 참사·독선 경영 심판을 위한 공동(민주노총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와, KBS노동조합) 총파업 찬반 투표’를 진행하고 있다. 노동자들은 공영방송의 보도와 운영에 청와대가 손을 떼라고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더 이상 KBS가 ‘청와대 방송’으로 비춰지는 것을 두고 볼 수 없다고 나선 것이다.
노조는 공영방송이 정권에 장악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첫 출발로 사장 선임이 여당 측 인사들만의 결정으로 이뤄지는 구조가 바뀌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일명 ‘언론장악 방지법’)이 발의돼 있다. 공영방송 이사를 13명으로 늘리고(여야 추천 비율 7 대 6), 사장 임면 시 이사 3분의 2 이상의 찬성 동의를 받는 특별다수제 도입 등이 주요 골자다. 여당 추천 이사가 과반을 점하게 돼 여전히 정권의 입김이 작용은 하겠지만, 사장 선임에 최소 2명 이상의 야당 추천 이사의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도록 규제를 둔 것이다. 그런데 새누리당의 반대로 국회 상임위 법안심사소위에 상정조차 못하고 있다.
그동안 KBS에 청와대 낙하산 인사들을 보내 정권 맞춤 방송을 일삼아 온 새누리당이 “국회나 정치권이 공영방송 지배구조에 직접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반대하는 것은 위선이다.
최근 폭로된 전 청와대 민정수석 김영한의 비망록에는 청와대가 2014년 세월호 참사 후 수석비서관 회의 등에서 KBS 사장 선임과 이사장 선출 등을 논의하며 깊숙이 개입해 온 정황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지난 해 11월 현 KBS 사장으로 임명된 고대영은, “이명박 정권 등장 이후 보도국장과 보도본부장을 맡아, 기자들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친정권적 불공정 보도를 진두지휘한 능력을 높이 사” 사장으로 발탁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언론노조 KBS본부 특보) 이미, 언론시민단체들은 고대영 선임에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 김성우가 깊숙이 개입한 혐의가 있다며 검찰에 고발했다.
이렇게 임명된 청와대 낙하산들은 정권에 비판적이거나 불리한 기사들에 대해 통제·개입과 노조 탄압을 일삼아 왔다. 고대영은 10월 31일 언론노조 KBS본부 성재호 위원장을 징계에 회부했다. 고대영이 KBS 임원회의에서 '사드 관련 뉴스'에 대한 보도지침성 발언들을 쏟아냈다고 폭로한 게 그 이유다. 성재호 위원장에 대한 징계 시도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
심지어 청와대가 직접 KBS 보도에 간섭해 왔다. 세월호 참사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이었던 현 새누리당 대표 이정현이 KBS 보도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기사 내용과 보도 방향 등에 대해 직접 주문을 한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성재호 위원장은 “KBS가 마지막 남은 임무가 있다면, 언론장악 방지법을 반드시 통과시키는 것”이라고 밝혔다.
성과급제
한편, 올해 들어 사측은 성과급제 확대와 임금 삭감, 인사제도 개악(직종 폐지와 부당전보 획책) 시도 등 노동조건 전반에 대한 공격을 시작했다. 박근혜 퇴진 운동이 분출하면서 사측의 공격은 유보된 상태지만 말이다.
노동자들은 성과급제 확대와 그에 따른 성과평가에 대해 “회사 경영진과 간부들의 입맛에 따라 개인 성과 평가가 좌우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직종 폐지와 부당전보 등 인사제도 개악을 결합시킬 경우 “이른바 ‘저성과자’로 낙인 찍힌 직원들은 엉뚱한 업무에 배치되고 대폭 삭감된 임금에 울면서 사표와 해고의 압박 속에 시달릴 것이다.”
사측은 광고 수입이 줄었다는 이유로 무려 15퍼센트의 임금 삭감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사측의 전반적 노동조건 악화 시도가 관철된다면, 노동자들은 정권과 윗선에 줄 서라는 압력에 더 내몰릴 것이다. 따라서 공정방송 쟁취와 임금·노동조건 개악 저지를 위한 KBS 노동자들의 투쟁은 정당하다.
사측의 버팀목인 박근혜 정권이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는 지금, 이 기회를 적극 활용해 공세적으로 투쟁에 나서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다. KBS 노동자들의 투쟁에 관심과 지지를 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