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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대선 위험! 나치가 권좌를 넘본다

12월 4일 오스트리아에서 대선 결선 투표가 치러진다. 파시스트 정당인 자유당(FPO)의 후보 노베르트 호퍼가 당선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크다.

호퍼는 4월에 치러진 1차 투표에서 35퍼센트를 득표하며 1위를 했다. 이번 결선 투표는 그가 5월 결선 투표에서 불과 3만 표 차이로 패배한 뒤 헌재에 낸 무효 소송이 받아들여져 다시 치러지는 것이다. 최근 미국 트럼프가 예상을 깨고 당선한 것은 그의 지지자들을 한껏 고무하고 있다.

오스트리아에서는 의회의 권한이 더 크지만, 호퍼가 승리한다면 제2차세계대전 이래 최초로 유럽에서 파시스트가 국가 수반이 된다. 이것은 오스트리아뿐 아니라 유럽과 전 세계에서 파시스트와 극우의 부상을 더한층 고무할 것이다.

내년 4~5월에 대선을 치르는 프랑스에서는 이미 파시스트 국민전선(FN)의 마린 르펜이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다. 그가 결선에서 패배할 것이란 관측이 많지만 오스트리아에서 ‘금기’가 깨진다면 르펜 바람도 더 거세질 것이다.

네덜란드도 3월에 총선을 치르는데, 파시스트 정당은 아니지만 인종차별적 우파 포퓰리스트 정당인 자유당이 오스트리아 선거 결과에 따라 더 힘을 받을 것이다. 네덜란드 자유당은 이미 집권 노동당을 제치고 보수 자민당과 제1당 자리를 겨루고 있다.

이 때문에 〈파이낸셜 타임스〉는 다음과 같이 우려했다. “오스트리아는 전체 유럽연합(EU) 인구 5억 명 중 8백50만 명에 불과하지만, 호퍼가 승리하면 파죽지세를 불러올 수 있다.”

파시스트 정당인 자유당(FPO)에 반대하는 집회 ⓒ오스트리아 링크스벤데

평범한 우익이 아닌 파시스트 정당

오스트리아의 혁명적 마르크스주의 단체 링크스벤데(좌선회)의 지도적 활동가 다비트 알브리히는 이렇게 말한다. “자유당은 인종차별을 이용해서 표를 얻고 다른 정치인들에게 압력을 행사하는 평범한 우파 포퓰리스트 정당이 아닙니다. 자유당의 중핵은 파시스트로 구성돼 있고, 그들은 파시스트 운동을 일으키려고 인종차별을 내세웁니다.

“올해 초부터 자유당은 독일의 페기다(‘서방의 이슬람화에 반대하는 애국적 유럽인들’이라는 뜻의 인종차별적 거리 운동)처럼 인종차별주의자들로 이뤄진 거리 시위대를 조직하려 합니다.”

자유당은 1956년 나치 잔당과 게르만 민족주의 세력이 결탁해 결성한 정당이다. 오늘날 자유당을 이끄는 하인츠-크리스티안 슈트라헤는 유대인 혐오 대신 무슬림·이주민 혐오를 부추긴다. 그는 자신이 파시스트가 아니라고 말하지만 어린 시절 파시스트 청년 캠프의 일원이었고, 1980년 독일 맥주 축제 테러로 악명 높은 파시스트 조직 ‘비킹 유겐트’와 함께 행진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자유당은 파시스트 기반을 결코 버리지 않았다. 자유당은 이주민이 많은 지역에서 경찰의 비호 아래 행진을 벌이는 파시스트 갱단 ‘정체성주의 운동’ 등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또, 당원들은 가슴에 파란 수레국화를 달고 다니는데, 이는 1930년대 오스트리아 나치가 지하 활동을 할 때 서로 식별하려고 사용한 비밀 표식이었다.

어쩌다 이런 상황이 됐는가?

오스트리아도 신자유주의 기구인 EU가 각국에 강요한 긴축에서 예외가 아니었다. 그 결과, 제2차세계대전 이래로 줄곧 오스트리아 정치를 이끈 사민당과 국민당의 후보들은 4월 대선 1차 투표에서 고작 11퍼센트씩만 득표했다.

반면, 자유당은 EU에 반대하는 오스트리아인 네 명 중 세 명의 지지를 받고 있다. 좌파적으로 EU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부재한 것이 자유당 부상에 큰 구실을 한 것이다. 경제 위기가 낳은 정치 양극화로 중도가 흔들리는 현상(관련 기사: 본지 183호, ‘유럽의 정치 양극화 ─ 중도가 흔들린다’)이 오스트리아에서 재현된 것이다.

지난해 난민 위기가 터지자 오스트리아 정부는 EU 국가들 가운데 가장 먼저 국경을 봉쇄했다. 이후에도 계속해서 난민 때문에 경제가 망가진다고 떠들며 국경 분쇄를 구체적 정책으로 발전시켰다. 주류 정당들의 이주민·무슬림 혐오 부추기기도 자유당이 세력을 키우는 데서 중요하게 작용한다. 자유당은 “오스트리아가 먼저다”, “비엔나가 이스탄불이 되도록 해서는 안 된다”며 지독한 혐오를 부추겨 왔다.

그 결과, 주류 정당들은 자유당의 표를 빼앗기는커녕 오히려 자유당이 오랫동안 떠들어 온 내용이 사실이라는 인상만 대중에게 심어 줬다. 자유당의 입지를 키워 주며 스스로 선거에서 몰락한 셈이다.

저항 운동의 잠재력

기성 양당에 환멸을 느낀 사람들은 대안을 찾고 있다. 5월 결선 투표자 네 명 중 한 명은 오직 호퍼를 막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투표를 했다.

단지 투표만이 아니다. 지난해 10월에는 7만 명이 난민에 연대하는 행진에 참가했다. 전체 인구가 8백50만 명임을 감안하면 상당한 규모다. 또, 오스트리아인 23퍼센트는 난민을 지원하는 활동에 참가했다. 파시스트들의 거리 행진에 맞서는 맞불 가두 행진도 벌어진다.

자유당과 그들의 파시즘, 인종차별에 맞설 잠재력은 상당한 것이다. 관건은 이런 잠재력을 세력화해서 평범한 사람들의 생활 조건과 난민·이주민을 모두 방어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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