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3일 6차 박근혜 퇴진 시국 촛불대회가 광주에서 열렸다. 박근혜퇴진광주시민운동본부가 주최한 이날 대회에는 역대 최대 규모인 15만여 명이 참가했다. 박근혜의 담화 후 사람들의 분노가 더 커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옛 도청 앞 YMCA 앞에 “박근혜 체포” “새누리당 해체”라고 크게 쓰여진 무대가 설치됐고, 옛 광주은행 사거리까지 참가자들로 가득 차서 움직이기 힘들 정도였다.
노동조합들이 대열을 이뤄 참가하고 “박근혜 즉각 퇴진, 재벌 해체”를 주장하는 리플릿을 시민들에게 나눠 줬다. 한일’위안부’ 협상을 비판하는 거대한 하야 ‘소녀상’ 풍선도 등장했다.
본 집회 전 열린 만민공동회에서 한 40대 남성 노동자는 분노에 차서 이렇게 말했다. “금남로, 도청 건물 여기저기에 1980년 5월의 총탄이 박힌 흔적이 있다. 민주주의 쟁취를 위해 싸워 군부독재를 타도했다. 1987년 6월에도 매일같이 이곳 금남로를 찾았다. 박근혜를 몰아내고 민주주의가 꽃 피는 그날까지 금남로에 계속 모이자.”
오후 6시, “질서 있는 탄핵은 없다. 즉각 퇴진이 국민의 명령이다”는 개회사와 함께 대회가 시작됐다.
대통령이 꿈이었다는 한 여학생은 박근혜를 향해 “공주가 되려고 대통령 됐나? 국민을 위해 한 게 무엇인가? 세월호 침몰 때 대통령은 뭘 했나?” 하고 비판하며 “나는 자신의 일을 책임지는 사람이 될 것이다. 박근혜는 하야하라!” 하고 외쳤다.
농사짓는 부모를 뒀다는 한 정신과 의사는 “우리가 못 나서 세상이 살기 힘든 것이 아니다. 부의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 낙수효과는 없고 부자가 더 부자가 된다. 정유라 만한 ‘부모 빽’이 없는 사람들이 좌절하고 있다. 지금을 잊지 말고 계속 분노하자” 하고 말했다.
코스타리카에 살다 잠시 귀국했다는 50대 여성은 “코스타리카는 고지대다. 그 높은 곳에서 9년 째 살지만 비아그라 한 번 먹어본 적 없다”며 얼마 전 불거진 청와대 약물 구입 의혹을 비판했다.
기말고사를 앞둔 한 남학생은 “세월호 선장이 감옥에 갔듯이, 대통령도 감옥에 가야 맞다”, “국회의원들은 자신이 불리할 때만 국민에 호소하면서, 탄핵 시간을 지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시국 대회 중간에는 박근혜, 최순실, 김기춘, 우병우, 새누리당, 재벌의 탈을 쓴 사람들이 철창에 갇히는 상징 행사가 열리기도 했다. 사람들은 “하옥하라” 하고 외쳤다. 집회가 진행되는 와중에도 참가대열은 점차 불어났다. 대회 후에는 행진이 이어졌다.
한편, 더민주당 문재인, 국민의당 천정배가 집회에 참가했지만 자리에 앉기도 전에 시민들의 야유를 들어야 했다. 그런데 주최측이 시국대회에서 정치인에게 발언 기회를 주지 않기로 했는데도 이날 사회자가 무대 밑으로 내려가 문재인에게 마이크를 넘기고는 박수까지 유도했다. 사실 집회 참가자 대다수는 이들이 왔는지조차 몰랐고, 문재인 발언 요청은 극히 일부 사람들(아마도 대부분 민주당원들)의 요구였다. 오히려 야유 소리가 더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