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
문제를 축소·은폐하는 이사회의 정유라 비리 감사 결과 규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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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일 이화여대 이사회가 자체적으로 진행한 체육특기생 정유라의 입학·학사 관련 특별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사회 특별감사위원회는 정유라가 수업에 거의 출석하지 않은 행위와 ‘영화스토리텔링의 이해’ 교과목 대리 시험 행위에는 퇴학 처분을 내리고, 2015년 입학 당시 면접장에 금메달을 지참하고 “메달을 보여 줘도 되느냐”고 질문한 행위에는 부정행위를 이유로 입학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이사회 특별감사위원회는 정유라에게 특혜를 준 교수 15명을 징계하라고 학교 당국에 요청했다 (중징계 5명, 경징계 2명, 경고 4명, 주의 3명, 해촉 1명). 그러나 이사회가 징계를 권고한 15명은 교육부가 징계를 권고한 인원(28명)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미흡했던 교육부 감사 결과조차 제대로 수용하지 않으며, 사실상 문제를 축소한 것이다.
특별감사위원회는 “학교 본부가 적극적으로 사실 관계를 규명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입학에 관해 아무런 하자가 없다고 먼저 발표하는 잘못을 저질렀음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사회도 중요한 책임이 있다. 정유라의 부정 입학 의혹은 9월부터 제기됐지만, 이사회가 진상 규명을 위해 취한 실질적 조처는 아무것도 없었다. 교육부가 정유라 입학 취소와 교수 징계를 요구한 뒤에야 나선 것이므로 이번 조처는 뒷북도 여간한 뒷북이 아니다.
또한 이사회의 감사는 교육부 감사와 마찬가지로 박근혜 정부와 이화여대의 커넥션은 전혀 밝혀내지 않았다. 최경희 전 총장과 ‘비선 실세’ 차은택이 학교 본관에서 만났다는 증언과, 우병우 장모 김장자, 최순실, 이화여대 관계자가 정유라 입학 전 골프 회동을 했다는 차은택의 진술도 나왔는데 말이다. 김장자는 2015년 12월 이화여대 신축 기숙사 건립 기금으로 1억 원을 기탁했다. 이화여대가 이런 커넥션 덕분에 정부 재정 지원 사업 9개 중 8개를 따낸 게 아닌지 밝혀내는 게 비리 척결의 핵심인데도 이사회는 이에 눈을 감았다.
조직적 비리가 아니라는 궤변
게다가 이사회 특별감사위원회는 정유라 비리에 이화여대 당국이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것을 부정하고 일부 교수들의 개인적 일탈로 치부했다. 그러나 이사회 특별감사위원회는 왜 일부 교수들이 다른 학생들과 달리 정유라에게만 ‘봐 주기’를 했으며, 그 교수들은 왜 하나같이 정부로부터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아무런 답을 내놓지 않았다. 이 모든 게 ‘우주의 기운’으로 말미암은 우연이란 말인가?
교육부 감사는 한 면접위원이 서류평가 점수가 정유라보다 높았던 지원자 2명의 면접 점수를 낮게 주도록 쉬는 시간에 다른 면접위원들을 유도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사회는 이것이 “관행적 절차”라고 변명했다. 이런 절차가 이화여대 입시에서 “관행적”으로 돼 왔다는 건 부패와 비리가 싹트기 딱 좋은 온실을 키우고 있었다는 걸 자백하는 꼴이다.
정유라가 출석하지 않고도 학적을 유지하도록 이화여대 당국이 조직적으로 개입한 가장 큰 정황 증거인 학칙 개정에 대해서도 이사회 특별감사위원회는 “사전 논의를 충실히 거치지 아니한 잘못” 정도만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사회 특별감사위원회가 밝힌 것만 봐도 이 학칙은 정유라의 지도교수를 부당하게 갈아치운 김경숙 전 학장이 발의하고, 진척이 느리자 2016년에 그가 한 번 더 촉구해서 만든 학칙이다. 게다가 원래 9월 1일부터 실행될 학칙이 최경희 전 총장과 전 기획처장, 전 교무처장의 제안과 동의 속에 3월 1일로 소급 적용됐고, 이 때문에 정유라가 제적되지 않을 수 있었다.
이런 면죄부 덕분에 이미 교육자로서 자격이 없는 최경희 전 총장에 대한 징계 판단은 검찰 조사 이후로 미뤄졌다.
이미 명백히 드러난 문제조차 축소·은폐하기에 급급한 이사회 감사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 이사회의 감사 결과는 지난 10월에 노동자연대 이대모임이 이사회와 독립적으로 학생·교수·직원이 참가하는 진상조사위가 필요하다고 제기했던 것이 옳았음을 보여 준다. 정유라 관련 비리 척결을 위해 학생들의 움직임이 더 커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