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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음대 강사 복직 투쟁이 승리하다

“시국의 도움을 받아 승리했습니다.”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집단 해고된 뒤에도 포기하지 않고 1년 동안 끈질기게 싸운 서울대 음대 성악과 시간강사들이 복직됐다. 지난 30년 동안 성악과 시간강사 임기는 사실상 5년이었다. 2014년 채용공고문에는 “임용기간은 1년으로 하며 5년까지 재임용할 수 있음”이라고 명시돼 있기도 했다. 강사들은 성악과 ‘내규’에 따라 최대 5년까지 ‘갱신기대권’이 있었다.

그러나 서울대가 법인화된 이후 박근혜가 임명한 서울대 총장 성낙인은 지난해 갑작스럽게 음대 강사들을 집단 해고했다. 서울대 음대 안에서 ‘윤순실’이라 불리는 한 음대 교수는 노동자들이 해고된 뒤에 자기 제자들 9명을 고용해서 노동자들의 울분을 샀다.

이에 항의해 강사들은 지난해 12월 29일부터 서울대 본관 앞에서 천막 농성을 시작했다. 음대 강사들은 생애 처음으로 학교 당국과 맞선 투쟁을 결의했다. 올해 1월 12일 서울대 학내 단체들이 모여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강사 집단 부당해고 공동대책위원회’도 결성했다.

성낙인 총장은 강사들의 철회 요구를 1년 동안 철저히 무시했다. 천막농성장을 철거하겠다고 수차례 협박했다. 총장 성낙인은 학생들과 교직원들의 정당한 요구를 묵살로 일관해 왔다.

시흥캠퍼스 건립을 일방으로 추진하고, 학생들을 사찰하고, 청탁을 받고, 보직인사를 하는 등 전횡도 일삼아 왔다. ‘비학생 조교’ 문제(기간제법 위반), 셔틀버스 노동자들 부당해고와 노조 탄압 등도 쟁점이 돼 왔다. 이미 서울대의 비정규직 고용 비율은 국립대 2위에 달할 정도였다.

그러나 음대의 해고 노동자들은 여러 우여곡절 속에서도 투쟁을 계속했다. 지난 7월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냈을 때 기각됐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시흥캠퍼스

11월, 음대 강사들은 중앙노동위원회에 다시 한번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냈고 중노위가 결국 중재안을 냈다. 이후 ‘시간강사법이 적용되면 2년, 적용되지 않으면 3년 고용보장을 받는다’는 중노위 중재안을 학교 측이 받아들였다. 물론 완전한 승리는 아닐 지라도 1년 동안 꼼짝 않던 학교 측이 양보한 것이다.

강사들이 승리한 데에는 두 가지 요인이 작용했다. 첫째, 박근혜 퇴진 운동의 분위기가 크게 작용했다. 박근혜 정부가 극심한 위기에 처해 있는 상황에서 성낙인도 총장 임명 과정에 박근혜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위기에 처해 있다.

투쟁에서 가장 중심적 역할을 해 온 전유진 강사는 “시국의 도움을 정말 많이 받았어요” 하고 전한다. “지노위와 중노위 때의 분위기가 너무 달랐어요. 지노위 때에는 음대 학장이 혼자서 20분 동안 떠들었어요. 중노위 의원들이 음대 학장이 혼자서 떠들지 못하도록 제재하기도 했죠. 중노위 때에는 분위기가 호의적이었어요.” 음대 강사들의 굳건한 투쟁이 유리한 정세 속에서 성과를 낸 것이다.

둘째, 서울대 안팎의 굳건한 연대도 승리의 비결 중의 하나였다. 전유진 강사는 연대가 없었다면 승리할 수 없었다고 말한다. “총장실을 70일째 점거하고 있는 학생들의 연대가 정말 중요했어요. 3명으로 시작한 저희 천막 농성은 교내의 연대와 지지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거예요. 총학생회가 먼저 연락해서 연대의 손길을 내밀었어요. 대학노조, 시설관리과 노동자들이 천막농성을 지지해 주셨어요.” 전유진 강사는 각별히 한국비정규교수노조의 도움을 강조했다. “일이 터지고 한국 비정규교수노조의 도움을 받았어요. 한교조를 만나지 않았다면 여기까지 올 수 없었을 겁니다.”

박근혜 탄핵 이후 박근혜뿐 아니라 적폐도 청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대량해고법인 시간강사법 시행령처럼 대학강사들의 고용 불안을 확대하고 대학 교육의 질을 후퇴시킨 일련의 정책들 또한 박근혜 적폐 중 하나다.

서울대 음대 강사들의 투쟁은 박근혜 퇴진 운동 한복판에서 맞이한 소중한 승리다. 정권의 치부가 하루하루 새롭게 폭로되고 있는 지금, 서울대 음대 강사들의 승리는 정세의 분위기를 잘 활용해서 싸우면 승리할 수 있다는 교훈을 남긴 소중한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