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의 우파 본색 ─ 그에게 반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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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일 박근혜의 자칭 ‘신년 간담회’는 일종의 도발이었다. 카메라와 녹음기도 못 들고 오게 해 놓고는 기자들을 자신의 탄핵소추 사유를 모두 부인하는 발언의 통로로 삼았다.
정작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심리에서는 사실 해명을 충실히 안 하는 박근혜가 기습적으로 해명성 언론 플레이를 한 것이다.
정치적으로 유폐돼 언로를 찾기 힘든 상황에서 이런 꼼수를 부린 것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공범과 자기 지지자들에게 신호를 준 것이다. ‘어떻게든 버텨 보자.’
5일 헌재 심리에서 박근혜 변호 대리인단은 촛불 운동은 ‘민주노총이 주도하며 주체사상을 따르는 운동으로 국민 민심과는 거리가 멀다. … 역대 정권도 다 측근 비리가 있었다’ 하고 나불댔다.
박근혜 특유의 우익 결집 시도와 운동 갈라치기, 피장파장 물타기 수법을 다 보여 준 것이다.
이런 의도가 뜻대로 잘 될지는 모르겠다. 박근혜의 입지는 줄고 있다.
5일 〈CBS〉는 청와대 전 정책조정수석 안종범이 검찰과 특검 조사에서 박근혜가 거짓말한다고 진술했다고 보도했다. 전 문화체육부장관 유진룡은 박근혜의 블랙리스트 작성 지시에 항의했다가 자신이 경질됐다고 폭로했다.
5일 헌재 심리에 증인으로 나온 청와대 행정관 윤전추는 최순실이나 청와대 전 간호장교 신보라 등의 진술과 모순되는 증언을 했다. 진실을 감추려는 자들끼리도 아귀가 안 맞는다.
같은 날 재판에서 검찰은 혐의를 죄다 부인하는 최순실에게 ‘나라의 격을 생각해 공소장에 최소한의 사실만 담았다, 증거는 차고 넘친다’ 하고 반박했다.
특검 수사도 문화계 블랙리스트, 삼성과의 공모(뇌물죄 혐의) 등으로 박근혜를 압박하고 있다.
이런 정황들을 볼 때, 이 나라 지배계급이 박근혜를 보호하는 게 자신들의 위신 지키기에도 더는 걸맞지 않고 정치체제 안정에도 불리하다고 판단한 듯하다.
당연히 정권 퇴진 운동의 규모와 기세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럼에도 지배자들이 박근혜 정권에게 기대한 바, 즉 경제 위기 고통전가와 그것을 위한 우파적 사회 단속이라는 지배계급의 필요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그래서 권한대행 황교안이 우파적 도발을 계속하고 있다.
내각의 신년 업무보고에서는 여전히 평범한 사람들에게 고통을 전가하는 정책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하고, ‘김정은 참수’ 부대를 조기에 창설하겠다고도 했다. 국민의례 관련 대통령 훈령을 고쳐, 국민의례에서 세월호 희생자나 민주화 운동 희생자들을 위한 묵념을 금지하려고도 한다.
또한 5일에는 검찰이 사회과학 도서 정보 제공·공유 사이트인 ‘노동자의 책’을 운영했다고 대표 이진영 씨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이진영 씨는 철도노조 조합원이기도 하다.
사상 표현물을 공유하는 것조차 구속될 범죄라는 것은 국가보안법의 악법성을 보여 준다. 또한 박근혜·황교안 체제의 우파적 본질을 다시 확인해 준 것이다.
황교안 내각은 박근혜 정권의 대표 적폐들인 친제국주의 정책, 고통전가, 민주적 권리 억압을 어떻게든 더 이어 가려고 몸부림치는 것이다.
매주 수십만 명 규모를 유지하지만, 박근혜 정권 퇴진 운동이 국회 탄핵소추 가결 이후 맹렬하던 기세가 잠시 숨을 고르는 상태이다.
야당들도 국회는 책임을 다했다는 듯이 운동과 거리를 둔다. 황교안의 적폐 행각을 견제하기보다는 대선 정국으로 급격히 쏠리고 있다. 이 때문에 민주당과의 동맹을 염두에 둔 운동 내 일부 세력들도 대선 정국 대비에 더 관심을 쏟는 듯한 인상을 준다.
황교안은 그 잠깐의 틈을 타 반격의 잽을 날린 것이다. 대선 정국 전에 세력 균형을 조금이라도 우파에게 유리하게 돌려놓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황교안 내각은 구성원도, 하는 일도 모두 적폐인 것이다.
따라서 이 운동이 처음부터 박근혜 개인 제거가 아니라 정권 퇴진을 요구한 것은 옳았다. 1월에도 광장과 거리에서의 시위가 여전히 중요하다.
황교안 내각에 강경하게 맞서는 것은 조기 탄핵의 압박을 더 키우는 효과도 낳는다.
대중 투쟁이 유지돼 정치 지형이 조금씩이라도 왼쪽으로 계속 이동하는 것이 1천 일을 맞은 세월호 참사 문제 해결 등 적폐 청산에도 유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