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 ‘꼴통’ 일색인 트럼프의 외교·안보 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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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0일 트럼프의 대통령 취임이 다가오면서, 차기 미국 정부의 외교안보 인사 발탁이 진전되고 있다. 한반도를 비롯한 동아시아 정책의 모습도 점차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국방장관 내정자 제임스 매티스, 국무장관 내정자 렉스 틸러슨,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마이클 플린, 백악관 국가무역위원장 피터 나바로 등은 모두 아시아에서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이전 정부 때보다 더 단호한 조처가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2004년 이라크 팔루자 학살을 지휘한 매티스, “이슬람 전체주의와 이들을 지원하는 전체주의 동맹국들인 이란·러시아·중국·북한과 지구적 차원에서 대결을 마다할 수 없다”고 떠드는 플린 등 모두 강경 ‘꼴통’ 일색이다.
리처드 하스, 빅터 차, 랜들 슈라이버 등 아들 부시 정부에서 고위직을 맡았던 자들이 국무부 부장관, 국무부와 국방부 아태 차관보로 각각 거론되고 있다.
트럼프는 더한층 강경해진 대중 노선을 공언해 왔다. 이런 맥락에서 양안(중국-대만) 문제를 거론하며 ‘하나의 중국’ 원칙까지 중국을 압박하는 카드로 쓰고 있다. 그래서 트럼프의 최근 행보를 두고, 〈워싱턴 포스트〉의 한 칼럼니스트가 “트럼프가 오바마의 아시아 선회(pivot to Asia)를 실현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양안 문제, 남중국해 등과 함께, 트럼프 측은 북핵 문제도 중국 압박과 연결하고 있다.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의 시험 발사를 조만간 감행할 것을 시사하자, 트럼프는 이 문제를 거론하며 북핵 문제를 중국 비난으로 연결했다. “중국은 미국과의 일방적인 무역으로 엄청난 돈과 부를 빼간다. 그러나 중국이 북한 문제 [해결을] 돕지는 않을 것[이다].”
소위 ‘북한 문제’를 대중국 견제의 고리로 삼는다는 점에서, 트럼프 정부는 역대 정부들의 정책과 연속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간 측면도 있다. 국무장관 내정자 틸러슨은 인준 청문회에 나와 트럼프의 대중국 강경 노선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오늘날 미국의 문제는 뭔가 하겠다고 말하고는 힘을 행사하지 않는 것이다”, “미국은 [남중국해 문제에서] 분명한 신호를 보낼 것이며 이는 인공섬 건설을 중단하라는 것과 당신들의 섬 접근은 불허된다는 것이다.”
틸러슨은 북한이 적이라면서, 중국 압박과 북한 문제를 연계했다. 그는 중국이 북한 수출입의 90퍼센트를 차지한다며 “중국이 [대북 압박에서] 과거에 했던 것을 넘어서도록” 하는 새 접근법을 거론했다. 중국이 대북 제재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중국 기업을 대상으로 세컨더리 보이콧*을 강행할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국방장관 내정자 매티스도 청문회에서 북한에 대응하는 한·미·일 동맹 강화를 강조했다. “[북한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군사력 강화를 위해 미사일 방어 능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트럼프 정부가 사드 한국 배치를 예정대로 추진할 것임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대북 제재 이행 촉구를 중국 압박용으로 명확히 사용한다면, 한반도를 둘러싼 미·중 갈등은 더 악화할 수밖에 없다. 또한 사드 배치 강행, 안보 비용 분담 요구 등 트럼프 측은 한국에 굉장히 비싼 청구서를 들이밀려 한다.
격추
한편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 발사가 임박해 오자(실제 대륙간탄도미사일 수준에 이른 미사일인지는 불확실하다), 미국 내에서 이 미사일을 요격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공화당은 물론이고, 국방장관 카터도 북한 미사일을 요격해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혹여 미국이 북한의 미사일을 향해 요격 시도 등 군사 행동을 한다면, 사태는 더한층 불안정해질 것이다. 정작 미국 자신은 핵무기 전력 강화를 추진하면서, 북한을 향해서는 군사 행동으로 위협하다니, 적반하장도 이런 적반하장이 없다.
한국에서는 대북 협상파로 평가되기도 하는 전 국방장관 윌리엄 페리도 북한 미사일 격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북한과의 협상이 필요하지만, 공해상에서의 북한 미사일 격추 등을 포함한 ‘플랜 B’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에 필요한 탄도미사일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획득하지 못하게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대북 제재 강화, 미사일방어 전력 강화도 대비책으로 제시했고, 심지어 미국 핵무기의 한국 재배치 검토도 대비책의 하나로 거론했다.
사실 페리는 1994년 1차 북핵 위기 당시 미국 국방장관으로서 북한 영변 핵단지에 대한 “외과수술적 공격”을 검토하고 주한미군 병력 증강과 항모의 한반도 파견을 결정하는 등 전쟁 위기를 초래한 책임자의 하나였다. 즉, 미국의 소위 ‘비둘기파’가 이렇다.
트럼프 정부만이 아니라, 미국 지배계급 다수가 중국 견제를 위해 아시아에서 더 많은 힘을 써야 한다고 여긴다. 트럼프 정부 하에서도 ‘북한 문제’는 앞으로도 중국을 압박하고 미국의 군사 행동을 합리화하는 명분으로 활용될 것이다. 세컨더리 보이콧, 북한 미사일 격추 얘기, 사드 배치 강행 등은 모두 제국주의 간 갈등 악화가 한반도 불안정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를 보여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