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
경기남부 타워크레인지부의 고용 보장 투쟁이 이주노동자 배척 행동으로 나아가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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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경기남부 건설 현장에서 사측이 민주노총 소속 타워크레인 노동자 채용을 의도적으로 거부하고 있다. 이것은 노조 조직력을 약화시켜 건설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억누르려 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경기남부 타워크레인지부는 이에 맞서 투쟁을 시작했다.
그런데 이 투쟁에서 미등록(‘불법’) 이주노동자들의 건설 현장 출입을 막아 사측을 압박하는 전술을 사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
건설노조 경기남부 타워크레인지부 간부들이 1월 22일 새벽 동탄 현대힐스테이트 신축 현장에 조합원 3백여 명을 동원해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의 출입을 막았다. 이 행동은 월요일부터 현장지구 조합원과 대기자 그리고 토목건축지부 일부 조합원 등을 동원해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이미 건설 현장에서 상당수가 일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을 배척하는 것은 옳지 않다. 우리는 늘 건설 현장에서 이주노동자와 함께 일을 하며, 그들과 작업공정과 관련한 대화를 하고, 함께 밥을 먹고 있다. 이주노동자들은 연대해야 할 노동자이고 조직해야 할 동료이지, 그들을 배척의 대상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
현장 상황이 어렵고 우리 조합원들의 고용 보장이 절박한 점은 충분히 이해한다. 그렇다고 이주노동자 배척이 '불가피한 선택’이 될 수는 없다. 오히려 사측이 일상적으로 저지르는 불법행위를 폭로·압박하고 건설 현장에서 지켜지지 않는 온갖 탈법행위를 제기하는 활동을 이주노동자와 벌이며 싸워야 한다. 이주노동자들도 사측의 불법 행위로 고통을 받고 있다.
근로기준법, 건설산업기본관련법, 산업안전관련법, 대기환경보존관련법, 폐기물관리관련법, 자원관리관련법, 파견근로자보호관련법, 다단계하도급관련법, 연령차별금지관련법, 노동자단결관련법 등 40여 개가 넘는 관련 법률은 전혀 준수되지 않고 있다. 우리가 싸워서 없애야 할 건설 현장의 적폐들이다. 박근혜 일당뿐 아니라 건설 자본가들도 불법적 행위를 저지르는 집단인 것이다.
건설 현장의 적폐를 없애기 위해서는 ‘불법’이든 ‘합법’이든 이주노동자들을 방어해야 한다. 우리보다 약한 처지에 놓인 이주노동자들을 배척하면, 향후 우리가 공격받을 때 이주노동자들이 우리 편에 서지 않게 될 것이다. 그러면 건설 자본가들에 맞선 건설노동자들 전체의 힘이 약화될 것이고 노동조건을 방어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사측은 건설노동자들을 이간질시켜서 힘을 약화시키려 한다.
이주노동자 배척은 민주노총의 이주노동자 연대 정책과 어긋나는 것이기도 하다. 또, 건설노동조합의 창립 강령을 외면하는 것이기도 하다. 경기남부타워크레인지부 지도부를 비롯해 경기남부 권역의 일부 간부들이 조합원들에게 같은 동료인 ‘불법’ 이주노동자들의 출입을 막으라고 지침을 내리는 것은 당장 중단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