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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성소수자 존재 인정 않고, 성 보수주의 부추기는:
교육부의 ‘학교 성교육 표준안’ 폐기하라

교육부가 성소수자 내용을 배제한다는 기존 방침을 고수한 채 ‘학교 성교육 표준안’(이하 성교육 표준안)을 3월에 각 학교로 배포하기로 했다.

성교육 표준안은 교육부가 6억 원이나 들여 만들고 2015년 3월에 처음 배포한 초중고 성교육 가이드라인이다. 당시 성교육 표준안에는 “[배우자 선택 요건에 앞서] 여성은 외모를, 남성은 경제력을 높여야 한다”, “성인이 되어 결혼할 때까지 성관계를 자제하는 게 바람직하다”, “성폭력을 피하려면 이성 친구와 단둘이 있는 상황을 만들지 않는다” 따위의 내용이 버젓이 들어갔다. 성폭력의 원인을 여성의 부주의로 돌리고, 잘못된 성별 고정관념을 부추기고, 청소년의 성을 억누르고 통제하려 한 것이다. 2014년의 초안에는 미약하게나마 포함된 성소수자 관련 언급이 삭제됐다. “다양한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며 보수 기독교 단체들의 반발을 수용한 결과였다.

당시 청소년, 여성, 성소수자, 전교조 등 교육 단체들이 바로 성교육 표준안을 폐기하라 요구했다. 휴먼라이츠워치 같은 해외 인권 단체들도 교육부에 항의 서한을 보냈다. 유엔 자유권위원회도 성교육 표준안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결국 교육부는 크게 문제가 된 1백50여 곳을 수정해 2015년 9월에 다시 내놓았다. 그러나 기본 논조가 바뀌지는 않았다. 개정한 성교육 표준안의 보조 교재에는 여전히 “여자는 무드에, 남자는 누드에 약하다” 따위 내용이 실려 있었다.

ⓒ사진 출처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또다시 반발에 부딪혔음에도 교육부는 최근 개정을 거부하고, 성교육 표준안의 ‘교사 참고 자료’의 내용을 일부만 손봐 올해 3월에 발표·배포하겠다고 한 것이다. 게다가 교육부는 성소수자와 관련된 내용은 “현재까지도 다양한 의견이 대립하고 있고, 사회적으로도 합의가 필요한 사항”이라며 배제 입장을 고수했다.

교육부의 발표 이후, 동성애 혐오 단체들은 동성애와 에이즈를 직결시키는 낡은 편견을 또다시 부추기며 “동성애 옹호 내용 삽입 결정 유보 결정을 환영”한다는 성명을 즉각 냈다.

교육부가 성교육 표준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일어난 문제도 지적된다.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에 따르면, 성교육 표준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오랫동안 성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 여성단체나 인권단체는 완벽히 배제”됐다. 오히려 “국가인권위 해체를 주장하고 차별을 선동하는 세력이 ‘전문가’로 자문회의에 초대됐다.”

2013년 서울시 초중고 청소년 3천5백5명을 조사한 ‘서울시 청소년 성문화 연구 조사’를 보면, 중고등학생의 40퍼센트가 연애 경험(동성애 포함)이 있다고, 9퍼센트가 '동성에게 설레는 감정을 느낀다'고, 5.3퍼센트가 '성 정체성을 고민한다'고 답했다.

즉, 학교의 성교육은 상당한 학생들이 다양한 성적 경험을 하는 현실과 완전히 괴리돼 있는 것이다.

특히 청소년 성소수자들은 대부분의 나라에서 자살률이 높은 취약 집단에 속한다. 2014년 발간된 ‘성적 지향·성별 정체성에 따른 차별 실태조사’를 보면, 한국에서도 청소년 성소수자 5명 중 1명이 차별 때문에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성적 지향과 자아 정체성을 형성하는 청소년기에 적절한 도움을 얻기는커녕 교사의 냉대와 또래 집단의 배척을 받고, 심지어 가족들에게도 이해받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동성 교제 금지 정책이나 동성애자로 의심되는 학생의 이름을 적어 내게 하는 속칭 ‘이반 검열’이 있는 학교도 있다.

이 때문에 여러 국제협약(유엔 아동권리협약, 여성차별철폐협약 등)은 “성교육이 다양성과 포괄성의 가치를 수용해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에 따른 차별을 배격하고, 피임이나 성병 등 성행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안에 대해서 구체적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아동과 청소년의 권리와 건강을 증진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성교육 표준안은 그동안의 잘못된 성교육을 바로잡기는커녕 오히려 악화시킬 수 있다. 성적 보수주의와 성별 고정관념을 부추기고 청소년 성소수자를 없는 셈 치는 교육을 해서는 안 된다. 교육부의 학교 성교육 표준안은 즉각 폐기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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