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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교육감 유죄 판결:
이청연 인천교육감은 책임지고 즉각 사퇴하라

이청연 인천교육감이 징역 8년과 벌금 3억 원, 추징금 4억 원의 중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그가 진보교육감이라 불렸다는 점에서 참담할 뿐만 아니라 비판의 칼날이 더 날카로울 수밖에 없다.

죄질도 무겁다. 그는 지난 2015년 6~7월 인천 내 고등학교 2곳의 신축 이전 공사 시공권을 넘기는 대가로 건설업체로부터 3억여 원을 뇌물을 받았다. 지난 2014년 교육감 선거 당시에는 홍보물과 차량을 계약하는 대가로 선거 홍보업체로부터 1억 2천여만 원의 정치자금을 받았다.

애초 이청연 교육감은 관련 혐의를 ‘측근비리’라며 책임을 모면하려 했다. 그러나 수억 원이 오간 상황을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은 염치없는 짓이다. 또한 관련 비용들이 자신의 교육감 선거 비용과 ‘선거 빚’ 보전에 사용됐다는 점에서 모르지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설사 몰랐다 하더라도 측근 비리의 정치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청연 교육감은 현재 무죄를 주장하며 사퇴를 거부하고 있지만, 뇌물 수수 등이 사실로 드러난 상황에서 정치적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해야 한다. ‘진보’라는 이름에 먹칠하는 것도 이 정도로 족하다.

한편 문제가 된 뇌물과 정치자금이 모두 선거비용이었다는 점에서 진보적 관점에서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번 사태의 첫 단추가 잘못 꿰어진 면이 있다.

그동안 진보·좌파진영은 정치적 지지에 바탕한 모금을 통해 선거 비용을 마련해 왔다. 또한 그 사용과 최종 처리 또한 민주적으로 공개하고 논의를 통해 결정해 왔다. 이런 방식으로 당시 선거 빚을 분명하게 맺듭지었다면 이런 부정이 싹트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당시 후보 당사자와 핵심 일부가 이런 원칙을 저버리고 또, 선거 비용 문제에 이들만이 관여하다 보니 이처럼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 수 있었다. 그렇다고 이청연 교육감의 잘못이 덜어지는 것은 아니다.

전교조 출신이며 인천의 첫 진보교육감이라는 점에서 이청연 교육감은 기대를 받아왔다. 그러나 취임 이후 이청연 교육감의 행보는 기대를 저버리기 일쑤었다.

그는 국가보안법으로 부당하게 탄압받던 교사 4명을 (교육부 압력에 굴복해) 직위해제 해 실망을 낳았다. 전교조 법외노조 후속조치도 교육부의 압력에 순응했다. 인천의 학교비정규직노동자들은 상시적인 고용 불안과 열악한 노동조건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 ‘이청연 교육감은 과연 뭐가 다른가’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최근 인천교육청이 ‘고(故) 백남기 농민 진상규명 시국선언’에 참여한 학생들을 색출하겠다고 해 거센 비난을 받기도 했다.

사실 진보교육감으로서 '도를 넘은' 이청연 교육감의 도덕적 타락은 거듭된 정치적 후퇴와 타협과 떨어져 있지 않다.

이런 점을 보더라도 진보운동이 '진보교육감'과 정치적으로 독립적인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만 진보교육감의 추락이 운동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을 수 있다.

정부와 우파들은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진보교육감을 공격해 압박하고 흔들어 왔다. 이청연 교육감의 부패와 비리 문제는 우파들에게 좋은 먹잇감을 던져 준 꼴이다. 물론 검찰과 법원이 ‘도덕성’과 ‘정의’를 들먹이는 것은 꼴사납다. 수백억 원의 뇌물을 제공한 이재용에게는 온갖 사유를 들어 ‘면죄부’를 주는 자들이 할 얘기는 아니다.

이청연 교육감의 부패 문제가 지난 운동의 성과를 공격하는 것에는 단호하게 맞서야 한다. 당장 새누리당은 성명을 발표해 진보 교육감의 등장을 막기 위한 ‘직선제 폐지’를 다시 들고 나왔다. 박근혜 부패에는 눈감는 자들이 “잘못을 인정하고 책임지기는커녕 줄곧 혐의를 부인하며 책임을 공범에게 전가한 뻔뻔한 모습”이라며 비난하는 것도 역겹다.

그럼에도 진보의 원칙과 대의의 관점에서 이청연 교육감은 정치적 책임을 지고 즉각 사퇴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