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금지법과 동성결혼 반대 입장 밝혀:
우클릭하며 성소수자 뒤통수 치는 문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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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력 대선 주자인 문재인이 2월 13일 보수 기독교 단체들을 만나 동성결혼과 차별금지법 제정을 반대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문재인은 동성애 혐오로 악명 높은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이영훈 대표를 만나 “동성애를 지지하는 건 아니다. 다만 국가인권위원회 법에 성소수자를 차별해선 안 된다는 내용이 들어 있으므로, 추가 입법은 필요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동성애나 동성혼을 위해 추가적인 입법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고도 밝혔다.
한국의 성소수자들은 여전히 사회적으로 온갖 천대와 멸시의 눈총 속에 살아가고, 법과 제도적으로도 이성애자가 당연히 누리는 권리에서 배제되는 차별을 받는다. 동성결혼도 그 중 하나다.
문재인은 ‘성소수자를 차별해선 안 된다’고 덧붙였지만, 정작 그것을 위한 입법은 못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김조광수-김승환 부부가 혼인신고서를 넣어도 법원이 거부하는 상황에서, 법·제도 개선에 반대하면서 차별해선 안 된다고 말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문재인이 국가인권위원회법을 이유로 차별금지법 제정을 반대한 것도 문제다. 국가인권위원회법에는 성적 지향에 의한 차별을 반대하는 내용이 있지만 권고 수준일 뿐, 강제할 수 있는 힘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우익들은 이조차 마뜩잖아 하며 국가인권위원회 법에서 “성적지향” 문구를 제거하고 싶어 한다.
문재인의 입장은 2012년 대선 때 그가 차별금지법 입법이 필요하다고 밝힌 것에서도 후퇴한 것이다. 2012년 대선 당시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이 각 후보들에게 보낸 성소수자 정책 질의서에서 문재인은 성소수자들이 시급하게 요구하는 여러 문제들에 대해 모호하고 불분명하게 답했지만, 차별금지법은 재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력 대선 주자인 문재인의 우경적 행보는 ‘이러려고 촛불 들었나 자괴감 들고 괴롭다’는 마음이 들게 만든다. 박근혜 정권 퇴진 촛불 집회에선 박근혜 정부의 여성·성소수자·장애인·이주노동자 차별도 함께 비판의 대상이 됐다. 이 때문에 11월 12일 민중총궐기 집회 결의문을 여성·성소수자 단체들이 함께 낭독하고, 이주노조 우다야 라이 위원장이 집회에서 발언을 하기도 했다. 박근혜 정권 퇴진 구호에는 차별 없는 세상에 대한 염원도 녹아 있는 것이다. 문재인의 우경적 행보는 박근혜 정권 퇴진에 담긴 이러한 염원을 비틀어 버리는 것이다.
이번 행보는 문재인의 여러 다른 우클릭행보의 일부다. 성소수자와 거리 두고 보수 기독교 단체들에게 러브콜을 보낼 당시 문재인은 ‘탄핵이 기각돼도 승복하겠다’고도 말했다. 박근혜 퇴진 촛불 운동에 대한 배신이다. 집권을 위해 체제의 주류에게 자신이 ‘체제 안정화’에 도움이 된다는 식으로 어필을 하는 것이다. 문재인이 1980년 광주에서 발포 책임자가 전두환이 아니라고 말한 전 특전사령관 전인범을 영입했던 것이나, 최근 자신의 특전사 이미지를 강조하며 안보론에 이상이 없음을 어필하는 것도 이런 흐름 속에 있다.
어차피 반우파 세력은 민주당을 찍을 것이라는 계산 속에서 성소수자 쟁점처럼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이 뻔한데다 중도 보수층을 끌어들이는 데 소용 없다고 판단되는 쟁점에서 보수적 입장을 취한 것일 게다. 그러나 〈노동자 연대〉 김문성 기자가 지적했듯이 “그런 정권 교체가 어떤 의미일지 생각해 봐야 한다.”
못 믿을 민주당
지금껏 민주당은 다른 문제들과 마찬가지로 차별 해소에서도 우파적 압력에 취약했다.
2012년 대선 때도 문재인은 차별금지법을 제정하겠다고 밝혔지만, 논란이 되자 당시 민주통합당 선거대책위 종교특별위원회 김진표 위원장을 앞세워 "앞으로도 동성애, 동성혼을 허용하는 법률이 제정되지 않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을 약속한다"며 성소수자들의 뒤통수를 쳤다. 김진표는 이번 문재인의 대선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이다.
2013년 차별금지법을 대표 발의한 민주통합당 김한길, 최원식 의원 또한 우파들이 반발하자 아주 빠르게 발의를 철회한 바 있다. 민주당 내 개혁파인 박원순 서울시장도 2014년 우파들의 반발로 서울시인권조례에서 “성적지향” 문구를 삭제했다. 이 때문에 성소수자 단체들이 추운 겨울 서울시청에서 점거농성을 하며 항의에 나서기도 했다.
2016년 총선을 앞두고 당시 비대위원 박영선은 한기총 총회에 가서 “동성애법은 자연과 하나님의 섭리에 어긋나는 법”이라며 보수 기독교 단체들 앞에서 머리를 조아렸다.
차별금지법이 아직까지 제정되지 않은 것에는 노무현 정부의 ‘원죄’도 있다. 차별금지법 제정은 노무현의 대선 공약이었다. 당선 후, 2007년 동성애를 반대하는 우파 기독교와 차별금지법이 기업의 자유로운 이윤 추구를 침해한다는 재계의 반발에 굴복해 학력, 성적 지향, 병력, 출신 국가 등 7개 항목을 차별금지법에서 제외했다. 가장 핵심적인 조항들이 제거돼, 일각에선 ‘차별을 조장하는 차별금지법’이라 부를 정도였다.
그러므로 성소수자 차별을 해결하기 위해서도 차별 문제에 결코 일관되지 못한 민주당과 독립적인 관점이 중요하다. 박근혜 정부 적폐 청산과 마찬가지로 결국 아래로부터의 투쟁이 관건이다.
옳게도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성소수자 가족구성권 보장을 위한 네트워크’는 문재인과 민주당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2월 16일 민주당 당사 앞에서 연다고 한다. 박근혜 정권 퇴진 운동 속에서도 성소수자 차별에 반대하고, 차별금지법 등 제정 요구가 더욱 지지 받을 수 있도록 목소리가 커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