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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고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철회 투쟁:
“국정교과서로 역사를 배우는 게 부끄러워요”

전국에서 유일하게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로 지정된 문명고(경북 경산 소재)에서 학생과 학부모들의 연구학교 반대 투쟁이 벌어지고 있다. 연구학교로 지정된 2월 20일부터 나흘째 집회가 계속되고 있으며(24일 현재) 연구학교 지정이 철회될 때까지 집회를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인근의 문명중, 경산고 학생들도 동참하고 있다.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 서명 운동에는 1만 3천 명 넘게 참가했다.

사실 교육부의 연구학교 지정은 참패했다. 2013년 뉴라이트 성향의 교학사 교과서가 군인 자녀들의 학교인 한민고에서만 채택돼 완패한 데 이은 2연패다. 이는 박근혜 정권 퇴진 운동의 여파다. 국정교과서는 박근혜 정권의 대표적 적폐였다. 교육부는 국정교과서가 대중적 반대에 부딪히자 꼼수를 부렸다. 2017년에는 희망학교에 한해 연구학교로 지정하고 2018년부터 국정과 검정 교과서를 혼용하겠다는 것이었다.

교육부가 2월 10일까지 연구학교 신청을 받았으나 어디서도 신청하지 않았다. 그러자 15일까지 신청 기간을 연장했다. 보수교육감 지역이면서 박근혜 정권의 지역 기반인 경북에서 세 학교가 신청했다. 그러나 영주 경북항공고는 학교운영위원회(학운위)의 심의를 거치지 않고 신청했다가 심의에서 탈락했다. 구미 오상고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반발로 신청을 철회했다. 경산 문명고가 유일하게 연구학교로 지정됐다.

“국정교과서 거부한다” 문명고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정의로운 저항이 계속되고 있다.

문명고는 14일에 학운위를 개최했는데, 처음에는 2 대 7로 반대 의견이 많았다. 그런데 교장이 장시간 학운위원들을 설득해 최종 5 대 4로 통과했다.

재학생, 신입생 학부모들이 다음 날부터 학교에 모이기 시작해 교장에게 철회를 요구했다. 17일에는 학생·학부모 2백50여 명이 운동장에 모여 지정 철회를 위한 1차 집회를 했다.

분노

이때 교문 밖에는 박사모 회원들이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집회를 했다. 현 문명고 이사장 홍택정은 탄핵 반대 태극기 집회에 참석한 자다. 문명고 교장도 우익적 인물이다. 그는 “국정교과서를 마치 불온서적인 것처럼 말하며 신청 철회를 요구하고 있지만 반대를 위한 반대에는 굴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행 의지를 밝혔다. “학생들은 좌파, 빨갱이들 선동에 휘말려 본질도 모른 채 자습하기 싫어서 집회를 한다”고 망언을 하기도 했다.

‘문명고 국정교과서 지정철회 대책위’에서 활동하고 있는 정연성 학생은 이렇게 말했다.

“연구학교 지정 과정에서 학생들의 의견을 들어보지도 않았습니다. 저희들은 언론을 통해서 뒤늦게 알았습니다. 교육부가 지정하는 교과서로 역사를 배운다는 것이 너무나 부끄러웠죠. 무엇보다 연구학교에 반대하는 선생님들이 보직에서 해임되는 등 불이익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가장 분노했습니다.

“교장선생님은 ‘오늘 [23일] 전국에서 유일하게 국정교과서를 선택했으니 자랑스럽게 생각하라’고 했는데 너무나 어이가 없었습니다. ‘악법도 법’이라는 소크라테스의 말을 인용하며 ‘연구학교로 지정되었으니 받아들이고 이제부터는 공부만 하라’고 말했죠. 그러나 정작 공부를 못하게 한 주범은 누구입니까? 국정교과서를 연구학교로 지정해 학교 자체를 혼란스럽게 만든 교장선생님 아닐까요?”

23일 문명고 교장은 강당에 학생들을 모아놓고 연구학교를 강행하겠다는 방침을 10분 동안 이야기 하고 꽁무니 빼듯 도망갔다.

학생들의 생각도 변하고 있다. 정연성 학생의 말이다. “정치에 무관심했던 학생들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많은 이야기를 하고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불의에 맞서 저항하는 민주시민으로 소양을 쌓아가는 계기가 된 거죠. 박근혜 정부의 텃밭이자 보수의 아성인 대구, 경북에서 외로운 싸움이 되지 않도록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문명고 교사들도 국정교과서 반대 투쟁에 적극적이다. 최재영 교사는 연구학교 신청을 반대했다는 이유로 보직 해임됐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최근 침묵하던 연구학교 담당 역사 교사가 연구학교 거부 선언을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학생들에게 국정교과서로 가르친다는 것이 의미가 없고 부끄러운 상황이라 당당히 거부 선언을 하겠다’고 했어요.”

그러자 학교 측은 인근 문명중학교의 기간제 역사 교사를 데려다 관련 업무를 맡기려 한다.

기간제 교사의 열악한 조건을 악용하는 야비한 짓이다.

최재영 교사는 “학부모들 일부에서는 입학식 때 좀 더 강한 모습을 보여야 하지 않겠느냐”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도교육청에 자퇴와 전학에 대한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고도 한다.

문명고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지정은 철회돼야 마땅하고 국정 역사교과서 자체가 폐기돼야 한다.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지정 철회를 요구하는 문명고 학생회의 아고라 서명 링크: http://m.bbs3.agora.media.daum.net/gaia/do/mobile/petition/read?bbsId=P001&articleId=1994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