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내국인 노동자들과 이주노동자들의 아름다운 연대
〈노동자 연대〉 구독
① 과천
2월 18일 과천의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지하 주차장 공사에 투입된 형틀목수 1백여 명이 반나절 동안 파업을 벌였다. 지하 주차장 공사에는 건설노조 조합원으로 이뤄진 한 팀을 포함해 다섯 팀이 참여하고 있다. 그중 상당수는 재중 동포를 포함한 중국 이주노동자들인데, 팀별로 수백만 원에서 2천여만 원까지 임금이 체불돼 있었다. 월급날인 2월 10일이 일주일 넘게 지났는데도 사측이 이런저런 핑계로 임금을 지급하지 않자, 노동자들이 더는 못 참겠다며 작업을 거부한 것이다.
아침 7시 조회 시간, 임금이 가장 많이 체불된 이주노동자 팀 노동자들이 사측에 항의하며 작업 거부를 시작했다. 그러자 다른 이주노동자 팀들과 건설노조 조합원 팀도 이들의 투쟁을 지지하며 함께 싸우자고 뜻을 모았다.
건설노조 조합원 팀은 이미 이틀 전에 항의해서 임금을 받았지만, 단체협약상의 복지비와 노조전임비를 몇 달째 받지 못하고 있어 이를 내걸고 파업에 동참하기로 결의했다. 무엇보다 건설노조 조합원들은 같은 현장에서 함께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이 임금 수천만 원을 받지 못해 항의하는 것에 연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함께 뜻을 모아 일손을 놓기로 결정한 후, 우선 공사장 곳곳에 삼삼오오 흩어져 있던 노동자들을 안전교육장으로 한데 모았다. 파업에 불참하고 작업 중이던 팀도 설득해 동참시켰다. 노동자들이 한데 모이자, 건설노조 조합원 팀의 팀장이 사람들 앞에 나서서 중국인 팀장에게 통역을 요청하고 이렇게 연설했다. “우리의 정당한 요구를 위해 파업하는 것은 노동자의 당연한 권리다. 한국인이든 중국인이든, 합법이든 불법이든 노동자는 모두 하나다. 민주노총은 노동자 권리를 위한 투쟁으로 만들어졌다. 우리는 민주노총의 정신에 따라 함께 싸우겠다.”
그 자리에 모인 노동자들이 모두 뜨거운 박수로 화답했고, 모처럼 현장에는 먼지와 시끄러운 망치 소리가 아니라 연대의 훈훈한 기운이 가득 찼다.
이런 사태 전개에 놀랐는지 주말인데도 본사 담당자가 직접 달려왔다. 사측 담당자는 처음에 ‘이렇게 일손을 놓으면 회사의 손해가 얼마인 줄 아느냐?’ 하며 으름장을 놓았지만, 이미 함께 똘똘 뭉쳐 있던 노동자들은 동요하거나 주눅들지 않았다. 오히려 한 재중 동포 노동자는 “임금이 체불됐을 뿐 아니라, 건설 현장에서 일하면 누구에게나 적립되는 퇴직공제부금 4천 원이 한 번도 신고되지 않았다”면서 거세게 항의했다.
결국 사측은 체불임금을 모두 지급하겠다고 약속하고, 퇴직공제부금 누락도 시정하겠다고 대답했다. 이틀 뒤인 2월 20일 월요일 모든 체불임금과 건설노조 조합원팀의 노조전임비, 복지비 등이 해결됐다.
반나절 동안의 짧은 경험이었지만, 파업에 참여한 노동자들은 함께 뭉쳐 싸우는 것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를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전에는 내국인 노동자와 이주노동자가 자재나 공정 문제를 놓고 서로 싸우기도 했는데, 투쟁 이후에는 이런 일들이 사라졌다. 함께 투쟁하면서, 건설 노동자들 사이에 있던 경쟁심과 벽이 공감과 연대의 정서로 바뀐 것이다.
음광석 |건설노조 중서부건설지부 조합원
② - 포항
지난주 건설노조 대구경북지부(이하 대경지부)가 포항의 한 건설 현장에서 경찰과 출입국관리사무소의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에 항의해 투쟁했다.
대경지부는 불법하도급 근절과 ‘시다오께 노조’(다단계 하도급 최하 단계에서 노동자를 고용하는 팀장이 중심이 된 노조)에 맞서 투쟁을 벌이던 중이었는데, ‘시다오께 노조’가 현장 진입이 어려워지자 경찰과 출입국사무소에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을 요청했다.
대경지부는 단속을 나온 법무부 단속반과 경찰이 현장을 수색하는 것에 강력하게 항의했다. 대경지부의 발 빠른 대응으로 잡혀간 이주노동자가 다행히 없었다고 한다.
이 투쟁 덕분에 원청과 전문건설업체(하청회사)들과의 교섭에서 대경지부의 힘이 커졌다. 반면 한국노총 소속 노조는 이주노동자를 공격함으로써 스스로 고립되는 결과를 낳았다. 이 노조의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민주노총으로 가입하자’는 얘기가 돌고 있다고 한다.
대경지부의 한 간부는 ‘건설 경기 악화로 생활조건이 악화하자 조합원들 사이에는 이주노동자를 곱지 않게 보는 정서도 있지만, 이주노동자와 함께 살아가는 것을 흔쾌히 여기는 조합원들도 있다’고 말했다.
필자도 소속 지부에서 ‘우리보다 약자인 이주노동자를 공격해 우리 조건을 지키려는 것은 옳지 않다’는 의견에 동조하는 동료를 소속 지부에서 심심찮게 만나곤 한다.
필자를 포함해 이주노동자와 연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설노조 소속 조합원들은 건설 경기가 더 악화하면 이주노동자 배척 정서가 커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건설노조 현장 활동가들이 지금부터 이주노동자 방어의 중요성을 적극 주장하고 지부들이 관련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도록 촉구할 필요가 있다. 또, 건설노조 중앙이 이주노동자를 옹호하는 확고한 입장을 바탕으로 이주노동자를 노동조합으로 조직하는 정책을 펴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하나다. 노동자는 모두 단결해야 한다.
전용수 |건설노조 경기남부타워크레인지부 조합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