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탄핵 후에도 반정부 운동은 지속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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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는 우익 집회에 자신감을 얻어 “왜곡 보도와 촛불”을 탓하며 반격에 나서고 있다.
우익의 반격은 탄핵 인용 여부가 결정되는 시점까지 (심지어 그 뒤에도) 계속될 것이다.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이하 퇴진행동)은 총력을 기울여 우익의 발악에 맞서야 한다. 그동안 퇴진행동 내 온건파는 우익의 반격에 맞대응하는 것을 꺼렸다. 탄핵이 기정사실화돼 있으니 괜히 들쑤셔 역풍 맞지 말고 잠자코 지켜보자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퇴진행동은 우익의 삼일절 총동원령에 신속하게 맞대응을 하지 못했다. 그나마 ‘노동자연대’와 일부 급진좌파가 강력하게 제기해 뒤늦게라도 삼일절 맞불 집회를 잡아, 군복 입은 우익들과 태극기·성조기가 광화문광장과 세월호 희생자 분향소에 침입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정치적 오판으로 하마터면 모골이 송연한 상황을 맞을 뻔했다.
그럼에도 사태 전개를 분석해 보면 헌재가 탄핵을 인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조만간 퇴진행동 안에서 탄핵 이후 퇴진행동의 진로를 둘러싼 논의가 본격화될 것 같다.
대선
퇴진 운동은 첫출발부터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쟁점을 한정하지 않았다. 참가자들은 자신의 삶과 박근혜 정부의 나쁜 정책들을 연결시켰고, 무엇보다 정권 퇴진을 분명하게 요구했다. 그래서 지난해 12월 9일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압도적으로 통과돼 박근혜가 더는 대통령 업무를 수행하지 못하게 됐음에도 매주 광화문광장에 수십만 명이 모였다.
퇴진 운동 참가자들의 마음속에는 경제 위기 고통전가로 누적된 불만, 심원한 계급 격차에 대한 분노, 일하는 사람들에게 기생해 살면서도 오만하기 짝이 없는 재벌들에 대한 증오심이 깔려 있었다.
우익들도 단지 탄핵 기각만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이를 통해 자신들의 정치·경제 권력을 유지하고자 한다.
황교안은 박근혜의 직무가 정지된 이후에도 박근혜가 추진한 한일 ‘위안부’ 합의 옹호, 국정 교과서 강행, 사드 배치 강행 등 온갖 악행을 추진하며 우익 세력을 결집해 왔다. 이런 흐름 속에 최근 철도공사는 철도노조 조합원들이 파업 기간에 ‘박근혜 퇴진’을 요구한 것을 이유로 무더기 징계를 내렸다. 정권의 위기를 이용해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요구를 내걸고 투쟁하려는 것을 단속하겠다는 의지 표명이다.
따라서 퇴진 운동은 박근혜 퇴진만이 아니라 황교안 퇴진, 국정 역사교과서 반대, 사드 배치 철회, 성과연봉제 저지 등 박근혜의 온갖 나쁜 정책에 맞서 투쟁을 이어 가야 한다. 퇴진행동 내 온건파는 ‘의제가 확대되고 그것을 민심으로 포장하려는 순간 촛불 동력이 약화된다’고 했지만 실제 현실은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특히, 퇴진행동의 정식 명칭이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이다. 즉, 박근혜 개인이 아니라 박근혜 ‘정권’ 퇴진을 목표로 함을 분명히 한 것이다. 탄핵 이후 조기 대선에 돌입하더라도 황교안 내각이 언제든지 도발할 수 있다는 사실도 염두에 둬야 한다. 그동안 황교안 내각은 ‘노동자의 책’ 대표 이진영 씨 구속, 국정원 기능 강화 시도, 안보 위협 등으로 사회 분위기 냉각시키기 등을 해 왔다. 우파 정권 재창출을 위한 반동의 일환이다.
따라서 퇴진행동은 탄핵 인용 이후에도 유지돼야 한다. 지난 4개월간의 투쟁 성과를 디딤돌 삼아 박근혜가 추진해 온 나쁜 정책들에 맞서고 대선 기간에 우파들의 반동적 공세에 맞서야 한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노동자들이 이런 정치적 기회를 이용해 투쟁에 나서야 한다.
또, 대선에서도 2천여 시민·사회·진보단체들로 구성된 퇴진행동이 특정 후보 지지를 결정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우파의 정권 재창출에는 반대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퇴진행동 조직은 유지돼야 하며, 계속해서 촛불 운동을 벌여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