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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5촌 살인 사건과 배후를 둘러싼 의혹들

북한 김정남 살해 사건 이후 ‘박근혜 5촌 간 살인 사건’을 둘러싼 의혹이 새삼 주목 받고 있다.

‘원한에 의한 친인척 살인 사건’으로 끝날 수도 있었던 이 사건을 집요하게 추적한 〈시사인〉 주진우 기자는 사건에 대한 의혹들을 보도했다는 이유로 2012년 12월 초에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됐다가 1심과 2심에서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 사건은 퇴진 운동이 한창이던 지난해 12월 17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이하 〈그알〉)와 지난달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이하 〈스포트라이트〉)에서 다뤄졌다.

〈그알〉 방영 후 박주민 의원 등이 포함된 더민주당 국민조사위원회는 특검에 이 살인 사건과 육영재단 폭력 사태에 대한 재수사를 요구하기도 했다.

경찰은 박근혜의 5촌 조카인 박용수가 평소 자신을 무시하고 돈을 갚지 않던 박용철(박근혜 5촌 조카)에게 원한을 품고 잔인하게 살해한 후 죄책감에 인근 산에 올라 자살했다고 결론을 내리고, 사건 발생 한 달 만에 수사를 종결해 버렸다.

<그것이 알고 싶다>를 포함한 여러 언론이 박근혜 5촌 간 살인 사건의 의혹을 다루며 재수사 요구도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주진우 기자와 〈그알〉, 〈스포트라이트〉 등이 제기한 의혹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박용철은 몸무게가 1백 킬로그램이 넘는 전직 유도 선수이고 용의자 박용수는 훨씬 체구가 작은데 박용철의 시체에서 별다른 방어흔이 발견되지 않은 점, 수차례 칼로 찌르고 둔기로 머리까지 가격해 죽인 방법이 전문가의 솜씨로 보인다는 점, 두 사람에게서 모두 졸피뎀(최면진정제)이 검출된 점, 박용수가 어두컴컴한 새벽에 굳이 살해 장소에서 3킬로미터 떨어진 야산에 올라 자살한 점, 박용수의 시체에서 설사약이 녹지도 않은 채 검출된 점, 그의 유서가 화장하라, 매형에게 연락하라는 정도의 메모라는 점 등이 의문점이다. 경찰 수사기록에 남아 있는 증언들과는 달리 〈그알〉 제작진이 취재한 지인들에 따르면 두 사람 사이는 좋았다고 한다. 〈그알〉은 박용수가 죽은 장소에 입산 기록기가 있음을 발견하고, 박용수가 자살한 것으로 추정되는 새벽 시간에 입산한 사람이 3명으로 기록돼 있다는 것을 새롭게 밝혀내기도 했다.

〈그알〉은 육영재단을 둘러싼 박근혜 남매들의 다툼에 박용철이 깊숙이 연루돼 있었다는 점에 주목한다. 육영재단은 1969년 어린이 복지재단을 표방하며 육영수가 낸 돈 1천만 원으로 시작했지만 기업의 기부·찬조금이 2억 3백64만3천 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낸 돈도 5천만 원이나 된다(〈한겨레21〉). 흡사 미르재단 설립 과정을 연상케 한다.

육영재단은 부동산 자산만 수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이권을 둘러싼 다툼이 계속됐다. 박근혜가 1982년 이사장으로 취임했지만 최태민이 모든 운영을 좌지우지한다는 이야기가 파다했다.

1990년에 박근혜의 동생들인 박근령과 박지만이 최태민의 비리를 문제 삼으며 들고일어나 박근혜가 이사장에서 사퇴하고 박근령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이후 박근령이 신동욱과 결혼하면서 재단의 운영권을 둘러싸고 박지만과 박근령의 갈등이 불거졌다. 급기야 2007년 11월에는 조직폭력배까지 동원된 폭력 사태가 벌어진 뒤, 박지만의 승리로 끝났다. 이 과정에서 박용철이 핵심적 구실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동욱은 박용철이 요청해 중국으로 떠났다가 살해 위협을 받고 도망쳐 나왔다고 주장했다. 그 후, 이 사건의 배후에 박지만이 있다고 주장했고, 박근혜의 묵인 하에 육영재단 강탈이 이뤄졌다는 취지의 글을 게시했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됐다.

〈그알〉에 따르면 박용철은 신동욱 납치 미수 사건의 증거를 갖고 있다고 주장하며 이 재판의 핵심 증인으로 떠올랐다. 한 제보자에 따르면 박용철은 정윤회와 거래를 시도했지만 협상이 원만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법정 증언을 20여 일 앞두고 박용철이 돌연 살해된 것이다. 박용철이 살해되고 난 뒤 증거 자료가 담겨 있을 가능성이 있는 그의 휴대폰이 사라진 것도 수상한 점이다.

실제로 박용철은 법원에 파일을 제출하겠다고 한 후 신변에 위협을 느껴 늘 경호원들을 대동했다고 한다. 그런데 2012년 대선을 두 달여 앞두고는 박용철을 경호했던 황 모씨가 라면을 먹다 천식으로 돌연 사망해 또 다른 의문을 남기고 있다.

〈그알〉은 지인이 박용철 살해 지시를 받았다고 털어놨다는 제보를 소개하며 이 지인도 행방불명 상태라고 소개했다. 이 사건에 숨겨진 배후가 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그알〉 방송 직후인 지난해 12월 30일에 〈그알〉의 취재원이었던 박지만의 최측근 수행비서가 사망하면서 의혹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박근혜가 임명한 경찰청장 이철성은 여전히 새로운 증거가 필요하다며 재수사를 거부하고 있다. 석연치 않은 죽음을 둘러싼 새로운 증언들과 의혹들은 차고 넘치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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