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연대

전체 기사
노동자연대 단체
노동자연대TV
IST

박근혜 탄핵·구속 요구 성소수자 기자회견:
“촛불의 염원은 차별 없는 세상이다. 성소수자 차별하는 박근혜를 탄핵하라”

ⓒ이미진

3월 7일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의 주최로 광화문 광장에서 박근혜 탄핵을 요구하는 성소수자 기자회견이 열렸다. 참가자들은 "박근혜가 집권하는 동안 성소수자들은 존재를 부정당하는 치욕을 겪었고, 동등한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원천적을 배제 당해 왔다"고 폭로하며 박근혜 탄핵과 구속을 촉구했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거치면서 보수 개신교 중심의 조직적인 동성애 혐오 선동이 늘어났다. 지금 이들은 박근혜 탄핵 반대 집회의 핵심 세력 중 하나이기도 하다.

박근혜 정부는 성소수자 목소리에는 아무런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서 보수 개신교 세력의 목소리에는 민감하게 반응했다. 예컨대 2015년 여성가족부는 대전 성평등조례의 성소수자 지원 항목이 "상위법인 양성평등기본법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며 삭제를 권고했고, 교육부는 학교성교육표준안에서 성소수자 관련한 내용을 삭제했다.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에는 성소수자 인권 부분이 모두 빠졌다. 이 모두 보수 개신교 세력의 “민원”에 즉각적으로 반응한 결과였다.

또, 몇몇 공공기관 요직에 동성애를 혐오하는 인물이 들어가기도 했다. 공영방송 이사는 성소수자 인권 활동가들을 "더러운 좌파"라고 모욕했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동성 청소년 간 키스 장면을 방송한 드라마에 징계를 내리는 등 성소수자 관련 표현물을 차별했다.

사회 전반적으로는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이 많이 개선되고 있고 다양한 성소수자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공개적으로 내고 있는데도, 박근혜 정부는 한사코 성소수자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법 제도적 개선을 막아 왔다.

기자회견에서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남웅 공동위원장은 박근혜 정부를 폭로하고 투쟁을 다짐했다.

"박근혜 정권을 끝내자는 요구는 당사자들이 사회에 온전한 시민으로 인정받고, 인정받기 위한 세상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외침으로 이어집니다 … 평등한 민주주의를 위해,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인권의 존엄을 위해, 성소수자들은 분연히 일어날 것입니다."

전국 54개 대학, 59개 모임을 대표하는 대학성소수자모임연대 QUV의 심기용 의장은 이렇게 말했다.

“박근혜 정부는 유례없이 무능하고 부패한 정부였습니다. 그 무능함과 부패함 속에서 성소수자 인권의 시간은 한없이 후퇴했습니다. 그렇기에 성소수자들은 박근혜 탄핵을 간절히 원하고 있습니다. 성소수자들은 언제나 촛불과 함께 해 왔고, 촛불이 꿈꾸는 새로운 민주주의에는 성소수자들이 있었습니다. 촛불의 민심을 진정으로 아는 사람이라면, 진정으로 청년이 살아갈 만한 나라를 만들고 싶다면 성 평등한, 성소수자에게 평등한 나라를 만들 것을 강력히 요구하는 바입니다.”

이처럼 수개월 동안 타오른 촛불에는 차별 없는 세상을 바라는 염원도 있다. 차별받는 사람들은 박근혜 퇴진 촛불의 중요한 일부로 참가해 왔다. 박근혜가 여성, 성소수자, 장애인, 비정규직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을 더 부추겨 왔기 때문이다.

성소수자 인권 문제는 박근혜가 탄핵돼야 하는 수많은 이유 중 하나다. 그리고 박근혜 탄핵 이후 차기 정권은 마땅히 이런 촛불의 염원을 받아 안아야 한다.

ⓒ이미진
ⓒ이미진

〈기자회견문〉

성소수자는 박근혜 탄핵을 요구한다!

박근혜 탄핵과 구속은 성소수자 인권 증진의 시작이다.

새로운 봄을 꿈꾸는 시민들의 열망이 매주 광장으로 모이고 있다. 성소수자들도 촛불의 일부로서 참여하며, 박근혜 탄핵과 구속이 적폐청산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음을 목청껏 외치고 있다. 박근혜 최순실의 국정농단으로 분노한 시민들은 “이게 나라냐”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평범하게 사는 시민들의 삶은 피폐해졌고, 인간의 존엄과 사람으로서 누려야 하는 보편적 권리는 망가질 때로 망가졌기에 시민들의 분노는 극에 달한 상태다.

박근혜가 집권하는 기간 동안 성소수자들은 존재를 부정당하는 치욕을 겪었고, 동등한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원천적으로 배제 당해왔다. 성소수자들이 경험하는 차별에 이렇게 무관심한 정부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성소수자들의 삶은 어떻게 되든 상관없이 방치되어 왔다. 혐오선동에 앞장서는 보수교계와 우익단체에 힘을 실어주며,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의 삶을 짓밟는 상황을 조장한 박근혜 정부의 태도에 정말 신물이 날 정도다. 싹 갈아엎지 않고는 변화를 꿈꿀 수 없는 없는 상태가 되었다.

박근혜 정부는 인간 존엄을 모욕하는 혐오선동을 마치 정당한 것처럼 포장하고 부정과 배제의 근거로서 활용하였다. 성소수자들이 박근혜 탄핵과 구속을 원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첫째, 성평등의 정의를 후퇴시켰다. 여성가족부는 양성평등기본법에 성소수자가 포함되지 않는다고 하면서 대전시 성평등조례에 규정되었던 성소수자 권리와 정책을 삭제하라는 의견을 제출하였다. 보수교계의 선동을 민원으로 받아들이고 즉각적으로 반응한 결과로서, 대전시를 비롯해 여러 지방정부에서 제정하려 했던 성평등조례는 후퇴된 성평등의 정의를 따라야만 했다. 둘째, 학교성교육표준안에서 성소수자와 관련한 내용을 의도적으로 삭제하고 배제하였다. 교육부는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가이드라인 포함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국가가 앞장서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경험하는 차별을 배제하고 다양성과 인권이 보장되어야 할 교육의 가치를 훼손해버린 대표적인 사건이다. 셋째, 성소수자인권재단의 사단법인 등록을 불허했다. 국가 인권 전반을 담당한다고 자처한 법무부가 성소수자 인권을 주된 업무로 하는 단체의 등록을 허가할 수 없다는 해괴한 논리를 내세웠다. 넷째. 국가인권위원회가 권고한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에서 성소수자 인권 부분을 모두 삭제했다.

성소수자 인권활동가들은 공영방송 이사로부터 ‘더러운 좌파’로 모욕당했고, 전환치료를 선동하는 보수교계의 목소리가 공공기관에서 울려 퍼졌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동성 청소년 간 키스 장면을 방송한 드라마에 징계를 내리는 등 성소수자 관련 표현물을 차별적으로 취급하였고, 병무청은 비수술 트랜스젠더를 병역기피로 고발하는 등 우리 사회 곳곳에서 성소수자 인권이 심각하게 훼손되었다. 박근혜 정부의 가장 큰 책임은 성소수자 인권을 개선하려는 의지가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또한 이 같은 일들이 반복될 수 있게 혐오선동세력에 힘을 실어주었다. 도가 넘는 혐오선동세력의 성소수자 흠집내기는 지방정부와 국회에도 영향을 미쳤다. 서울시민인권헌장은 폐기되었고, 성소수자 인권증진에 사용될 주민참여예산도 무용지물이 되어 버렸다. 성소수자 인권을 나중으로 유예시켜버린 정치인들의 발언이 그냥 나온 것이 아니다.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려다 철회했던 국회의 무능한 모습을 이미 봐왔고, 선거 시기마다 ‘차별에는 반대하지만 동성애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대답을 지겹도록 듣지 않았는가.

박근혜 정부에서 우리 성소수자들은 더 이상 떨어질 것도 없는 인권의 ‘최악’을 경험했다. 2016년 국민·전문가·학생 인권의식 조사에서 성소수자가 취약집단이 놓인 인권상황 가운데 가장 낮은 평가를 받았다. 94.6%의 성소수자가 혐오표현을 경험했다. 54%의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괴롭힘을 경험했다. 혐오와 차별이 존재하는 사회 속에서 성소수자들의 정신건강이 좋을 리 없다. 성소수자를 배제하는 학교성교육표준안이 도입되는 상황에서 청소년 성소수자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겠는가. 모이고, 말하고, 표현할 수 있는 자유마저 억압하려는 한국 사회 속에서, 침묵하고 가만히 있으라고 강요받는 상황 속에서, 성소수자 인권을 나중으로 유예시켜버린 지금의 상황을 참고 있을 이유가 없다. 우리는 성소소수자 인권을 부정하는 모든 정치권력과 싸울 것이다.

성소수자 인권은 박근혜 체제 청산의 주요한 일부여야 한다. 소수자 인권을 볼모삼아 인권 그 자체를 짓밟고, 국가인권위원회마저 흔들려는 보수세력이 바로 지금 거리에서 탄핵 반대를 외치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박근혜 정권에서 성소수자 인권의 후퇴는 민주주의 파괴의 필연적 결과였다. 박근혜 퇴진을 외친 수백만 명은 민주주의와 평등을 염원하고 있다. 누군가의 희생에 기대어 유지되는 불평등한 사회를 이제는 바꿔야 한다.

광장을 수놓고 있는 무지개는 평등한 사회를 꿈꾸는 ‘점’들 가운데 하나다. 그 점들은 서로 연결되어 차별 없는 대한민국을 만드는 ‘선’이 되고 있다. 싹 갈아엎지 않고서 성소수자 인권은 나아질 수 없다. 우리는 혐오에 맞서 모이고, 말하고, 행동할 것이다. 박근혜 탄핵과 구속은 성소수자가 존엄한 삶을 누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시작이 되어야 한다.

성소수자는 외친다! 박근혜를 탄핵, 구속하라!

성소수자 인권 없이 민주주의 없다!

2017년 3월 7일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노동당 성정치위원회, 녹색당 소수자인권특별위원회, 대구퀴어문화축제, 대전 성소수자 인권모임 솔롱고스, 대학성소수자모임연대 QUV, 레주파, 무지개인권연대, 30대 이상 레즈비언 친목모임 그루터기, 성별이분법에 저항하는 사람들의 모임 '여행자', 성적소수문화인권연대 연분홍치마, 성적지향.성별정체성 법정책연구회, (사) 신나는센터, 언니네트워크, 이화 성소수자인권운동모임 변태소녀하늘을날다, 정의당 성소수자위원회,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차별없는세상을위한기독인연대, 청소년성소수자위기지원센터 띵동, 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한국레즈비언상담소,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행동하는 성소수자인권연대, HIV/AIDS 인권연대 나누리+ (총 27개 단체)

주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