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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서강대학교 ‘페미들의 성교육’ 강의실 취소:
“자유 성관계, 낙태 합법화” 안 된다는 보수적 입장 비판한다

최근 〈경향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서강대학교 당국은 3월 11일로 예정돼 있었던 여성주의 강연회를 강연 하루 전날 취소했다. ‘낙태 합법화’, ‘피임 만능주의’가 서강대의 가톨릭 건학 이념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불꽃페미액션

이 강연회는 불꽃 페미액션을 중심으로 가톨릭대 여성주의학회 적시는비, 서강대 여학생협의회 다다다, 성공회대 여성주의모임 열음, 성공회대 인권위원회, 연세대 제28대 총여학생회 around, 이화여대 여성위원회가 함께 주최하고, 한국여성재단이 협찬한 시리즈 강연회의 일부였다.

이 강연은 “순결주의를 강요하거나 여성을 객체화하는 성교육”에 문제제기하며 여성주의적인 성교육을 하려는 취지로 준비됐다. 서강대에서 열리기로 했던 이번 강연은 ‘남성 중심 사회에서 어떻게 여성이 안전하고 즐겁게 성관계를 할 수 있는가’, ‘내 몸을 어떻게 사랑할 것인가’, ‘즐거운 성관계를 하려면’ 등의 주제로 구성됐으며, “강연 2시간 후 개인적으로 경험한 좋지 않은 성관계 경험과 본인이 원하고 바라는 성관계를 적는 활동”도 예정돼 있었다.

한국의 제도 교육에서 이뤄지는 성교육은 굉장히 성 억압적 편견에 젖어 있는 경우가 많다. 특히 여성을 성적 주체로 여기기 보다는 성적 대상화하거나, 여성에게 순결을 강요하는 식으로 성교육이 행해지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불꽃페미액션 등 여성단체들이 주최한 ‘페미들의 성교육’ 강연회는 이런 왜곡된 성 관념에 도전하는 의미 있는 행사였다.

진보적 사상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침해

그런 점에서 서강대의 강연 취소는 진보적 생각을 표현할 자유를 침해한 것이다. 서강대 당국은 불꽃페미액션 관계자에게 “자유 성관계와 피임 만능주의 교육을 주장하고 낙태 합법화 운동을 적극적으로 펼치는 단체에 … 장소를 제공한다는 것은 건학 이념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결정”이라는 항의가 들어왔기 때문에 강연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성적 자유를 옹호하는 주장과 낙태 합법화 요구는 여성들의 권리를 위한 정당한 주장이다. 우익 기독교계 인사들은 “태아의 생명권”을 여성의 낙태권과 대립시키면서 태야의 생명권이 더 중요하니 낙태는 금지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여성의 몸은 출산을 위한 인큐베이터라는 전제를 깔고 있어, 근본적으로 여성차별적인 주장이다. 여성들은 애 낳는 기계가 아니다. 여성들이 자신의 몸에 대한 자기 결정권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서강대 당국은 가톨릭 이념에 따라 강연회를 취소한다고 했지만 이는 강연회 장소 대관 취소의 정당한 이유가 되지 못한다. 심지어 최근에는 전 세계 가톨릭 신자들 중에서도 80퍼센트 가까이가 피임을 지지한다.(〈크리스천 투데이〉, 2014). 프란치스코 교황도 “교조적 엄격함보다는 자비가 더 바람직하다”며 사제들의 “낙태 용서 권한”을 무기한 연장한 바 있다.

이처럼 가톨릭이라고 다 보수적인 것은 아니다. 교리를 매우 보수적으로 해석하는 서강대 당국의 태도가 핵심적인 문제이다.

서강대 당국은 이번에 여성주의 강연회는 취소했지만 보수 정치인들 강연회는 문제 없이 열렸다. 2014년에 보수 정치인 김문수가 ‘한국정치론’ 수업에서 특강을 하며 박근혜를 “나 같으면 당연히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가 학생들의 빈축을 사기도 했다.

서강대는 2012년 9월에도 ‘김제동이 어깨동무합니다’는 청춘 콘서트를 불허한 바 있다. 그 명분은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행사를 학내에서 열 수 없다는 내부 방침에 따라”서였다.(〈경향신문〉, ‘박근혜 모교 서강대, 김제동 청춘콘서트 불허’) 그러나 서강대 측의 이율배반적인 결정들을 보며 아마도 많은 서강대 학생들은 불쾌하게 느낄 것이다. 서강대는 2010년 당시 대권 주자 지지율 1위를 달리던 박근혜를 학교 홍보 모델로 요청하기도 했다.

이 시리즈 강연회는 서강대 외에도 가톨릭대에서도 취소 통보를 받았는데, 박근혜도 탄핵되고 차별 없는 사회를 만들자는 염원이 큰 상황에서, 이런 대학 당국의 태도는 더욱 비판 받아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