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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사 주식상장은 우회적 민영화다

지난해 6월 정부는 2020년까지 발전 공기업 5곳과 한국수력원자력·한전KDN·가스기술공사 등 에너지 공기업 8곳을 상장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지난 12월에 발전 공기업 6곳의 주식상장 세부계획을 발표했다. 2017년 상반기에 남동발전과 동서발전 중 1곳, 하반기에 나머지 1곳을 상장하고, 중부·서부·남부 발전은 2019년, 한국수력원자력발전소는 2020년까지 상장을 마무리 짓겠다는 계획이다.

공공 서비스 민영화는 대중의 생활 조건을 하락시킨다. ⓒ이미진

정부는 이것이 민영화가 아니라고 강변한다. 전체 지분의 20~30퍼센트만 상장하고, 상장 이후에도 정부가 해당 공기업의 지분을 최소 51퍼센트 이상 유지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공공기관에 민간자본이 들어오면 이익 극대화를 위해 공공기관의 공적 기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민간자본의 목소리가 커지면 요금 인상 압박은 커질 것이다.

이미 상장된 한국가스공사를 보면 이 점을 확인할 수 있다.

2008년 이명박 정부는 전 세계 경제 위기와 고유가 시대에 서민경제 안정화 정책의 하나로 전기요금과 가스요금 등 공공요금을 동결했다. 그러나 가스공사는 정부의 동결 정책으로 발생한 가스요금 미수금과 이자를 2013년부터 도매가스요금에 추가 산정해 국민에게 떠넘기고 있다. 결국 주주들의 이익을 위해 비용을 국민에게 전가한 것이다.

또한 정부는 미세먼지 대책의 일환으로 2030년까지 노후화된 석탄 발전 설비에 11조 6천억 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바 있다. 그러나 에너지 공기업의 주식이 상장되면 주주의 이익에 악영향을 미치는 미세먼지 대책이 계획대로 진행될지 알 수 없다.

KT와 포스코

결국 정부의 주식상장 계획은 우회적 민영화 계획이다. KT와 포스코의 사례처럼 향후 민간자본의 지분이 확대되면서 완전한 민영화 수순을 밟게 될 공산도 크다. 정부는 1993년 한국통신 지분의 10퍼센트를 매각하고서 지속적으로 정부 지분을 줄였고, 1997년 IMF 사태 때 경제 위기를 수습하겠다면서 한국통신을 완전 민영화했다. 정부가 에너지 공기업 지분을 51퍼센트 이상 소유한다는 내용을 명문화하지 않는 것만 봐도 민간자본의 지분 확대를 통한 완전 민영화가 최종 목표임을 예측하기 어렵지 않다.

정부는 경영투명성 강화, 재무구조 개선과 에너지 신산업에 필요한 재원 확보를 위해 상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한전은 2015년 당기순이익이 10조 원이 넘었다. 향후 저유가가 지속된다면 한전과 발전 공기업 6곳의 고수익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므로 재무구조 개선과 에너지 신산업에 필요한 재원 확보를 위해 상장을 한다는 정부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정부 발표 이후 관련 노동조합 8곳은 주식 상장을 민영화로 규정하고, ‘에너지공공기관 민영화 반대 공공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지금 당장 민영화되는 것이 아니라는 인식 때문인지, 상장에 대한 대응이 적극적이지 않은 것 같다. 처음에 상장되는 것이 어렵지, 상장되고 나면 민영화 추진은 한결 수월해질 것이다. 그만큼 상장되고 나면 민영화를 막는 것도 더 어려워질 것이다. 처음부터 적극적으로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공공서비스를 자본의 돈벌이 수단으로 만드는 에너지 공기업의 주식상장을 막아 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