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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성차별에 맞서 싸우는 중국 여성들

지난 2월 15일 중국 광저우 중산대학교 4학년 여학생인 샤오저우는 선전 시市 10개 구區 인력자원국에 각각 성차별 항의서를 제출했다. 중국 최대 취업 사이트 자오핀 등 온라인상에 실린 기업 구인 광고에서 여성 구직자를 대놓고 차별하는 것을 참지 못해 신고한 것이다.

최근 샤오저우가 여러 취업 사이트를 둘러본 결과, 구인 광고에 남성을 뜻하는 “男” 자가 “남자만 모집限男”, “남자 우선男士优先” 따위의 글귀로 숱하게 쓰인다는 점이 드러났다. 그나마 자오핀이란 업체는 이런 식의 광고를 제한하지만, 기업들은 “男” 자를 “nan”(男의 중국식 발음기호)이나 “Male”(남성을 뜻하는 영어) 등으로 교묘히 바꿔 규제를 빠져나가고 있다.

차별 광고 제한 규제를 빠져나가려고 꼼수 쓰는 중국 기업들

샤오저우는 기업의 여성 차별 현실에 분노하며 이렇게 말했다. “성차별적 취업 시장을 마주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분노와 염려가 앞섭니다. 제가 스스로 행동에 나선 뒤 조금이라도 여건이 개선되면 좋겠습니다. 인력자원국도 이참에 직장 성차별 관리·감독을 강화하길 바랍니다.”

중국 정부는 헌법과 여성권익보호법, 노동법, 취업촉진법 등으로 남성과 여성의 동등한 고용 권리를 보장한다고 주장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그래서 샤오저우처럼 이런저런 차별에 진저리가 난 많은 여성들이 싸움에 나서려고 한다.

실제로 성차별 소송건이 많아지자 최고인민법원[중국 대법원]까지 가는 일이 종종 생겼고, 최고인민법원은 지난해 8월 15일 기업 성차별 소송들을 요약·보고하는 브리핑을 해야 했다. 여성 노동자들을 구직 시장에서 보호하고 성차별을 부추기는 기업들에 경고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중국 여성 차별의 현주소

샤오저우의 소송에 함께한 자오핀은 3월 16일 “2017년 중국 직장 내 여성 차별의 현주소”라는 새 보고서를 내놨다. 12만 8천5백 명이 넘는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취업과 승진 등에 관해 묻고 반응을 모은 것이다. 이에 따르면, 중국 여성 22퍼센트가 구직 시 심각하거나 매우 심각한 차별을 겪고 있다. 남성은 14퍼센트만 그렇다고 대답했다.

흔히 중국의 기업주들은 구인 광고에 선호 성별을 버젓이 명시하며, 여성들은 지원 과정에서 가족 계획 질문을 받기도 한다. 대졸 여성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고학력 여성이 취업 시 차별당하는 사례는 고학력 남성의 갑절이 넘는데, 대졸 여성 43퍼센트가 심각한 차별을 경험하는 반면 대졸 남성은 18퍼센트만 그런다고 답했다.

취업 후 성차별은 더 보편적인 현상이다. 여성의 40퍼센트가량이 승진에 필요한 능력이나 경험이 부족하다고 제풀에 생각했지만 그런 남성은 32퍼센트였다. 또 전체 응답자의 약 72퍼센트가 남성 관리자를, 약 28퍼센트가 여성 관리자를 두고 있다. 여성 관리자가 훨씬 적은 환경은 승진 기회에도 직접 영향을 미쳐, 여성의 25퍼센트가 승진 때 심각하거나 매우 심각한 차별을 받는다.

통계상 결과는 이렇지만 행동에 나선 여성들이 법정에서 자신의 주장을 입증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따른다. 성차별이라는 게 직장에서 아주 교묘하게 벌어지기 때문이다.

지난 3월 8일은 세계 여성의 날 109주년이었다. 중국에서는 관변 단체인 중화전국여성연합회가 이날 기념행사를 열었다. 하지만 그것은 껍데기일 뿐이다. 자본주의적 축적과 팽창을 거듭해 온 중국에서도 여성의 노동시장 진출이 자연스레 확대됐다. 말인즉슨 중국 계급투쟁의 전망에서 여성들의 구실과 잠재력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이 2013년에 발표한 “여성 고용의 현황과 정책 과제”에서 ‘중국 여성 취업 현황과 대책’을 보면, 2011년 중국 총취업자 수 7억 5천8백만 명 가운데 여성은 44.8퍼센트인 3억 3천7백만 명에 이른다. 그럼에도 여성의 임금 소득은 도시와 농촌을 막론하고 모두 남성보다 현저히 낮다. 2010년 도시와 농촌 여성의 연평균 노동 소득은 각각 남성의 67.3퍼센트와 56퍼센트로 나타났다.

동아시아에서 도널드 트럼프와 시진핑의 제국주의 경쟁이 격화하는 와중에, 미국에서 여성들이 시위와 파업에 나서고 있듯 중국에서도 여성들이 더는 불만을 참지 않으려 한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다. 더구나 여성 노동자 투쟁이 불을 당긴 러시아 혁명이 1백주년을 맞은 올해, 중국 여성들의 투쟁에 관심을 보이고 연대하는 일은 가치 있는 일일 것이다. 이제 중국의 노동자 투쟁, 즉 계급투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 이 기사는 주로 〈중국노동자통신China Labour Bulletin〉을 참고해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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