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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에 대한 편향을 극복해야

진보 진영 내에는 북핵 문제를 두고 두 가지 편향이 존재한다.

먼저, 이번 민주노동당 중앙위원회에 상정된 북핵 관련 결의안 등에서 표현된 양비론적 관점을 들 수 있다.

물론 ‘한반도 비핵지대화’라는 원칙은 일반적으로 지지할 수 있다. 그리고 핵 무장 자체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것은 충분히 공감할 만하다.

그러나 미국과 북한을 동일한 수준에서 비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사실, 북한 핵 무장은 (그것에 대한 지지 여부를 떠나 객관적으로 보자면) 미국의 대북 압박에 대한 대응 결과이다. 북한이 고작 몇 개의 핵을 갖고 있다고 추정되는 반면(그런 추정을 부정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미국은 1만 6백 기의 전략전술핵을 갖고 있으며 실전에서 유일하게 핵을 사용한 전력이 있는 제국주의 초강대국이다.

미국 핵과 북한 핵을 공평무사하게 반대하는 관점은 자본주의 국가들이 서로 동등한 지위가 아니라 제국주의적 위계 체제 하에서 상이한 지위를 갖고 경쟁한다는 사실을 보지 못하는 것이다.

그리 되면, 제국주의 강대국의 약소 민족 억압을 일관되게 반대하지 못하게 된다. ‘미국 반대, 북핵 반대’ 식으로 추상적으로 접근하기 쉽다.

7차 중앙위원회 북핵 관련 결의안의 또 다른 문제는 ‘북핵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북한에게 6자회담 복귀를 요구한다는 것이다.

6자회담은 이라크에 발목 잡혀 있는 미국이 시간벌기용으로 이용하는 것뿐이다. 한편, 북한은 6자회담을 통해 성과를 얻을 게 별로 없다고 생각한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노동당이 6자회담 복귀를 요구한다면, 그것은 의도와 무관하게 6자회담 복귀 압력을 넣고 있는 미국에 힘을 실어 주게 될 것이다.

다른 한편, 주체주의자들처럼 미국 제국주의는 비판하지만 북핵에 대해서는 무비판적이거나 심지어 지지하는 듯한 관점도 문제다.

일부 주체주의자들은 북핵이 미 제국주의에 대항하는 유일한 수단인 양 바라본다.

그러나 미국은 이라크에서 위기에 처해 있다. 이번 북핵 보유 선언 논란도 미국이 이라크에 발목 잡혀 북한에 대한 전면적 공격을 하기 어려운 처지를 북한이 이용한 것에서 불거진 것이다.

따라서 반제국주의 투쟁은 북한 정권의 군사력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국제주의적이고 계급투쟁적인 방식이어야 한다.

핵 무장은 다른 나라의 노동자들도 겨냥하게 됨으로써 노동 계급의 국제적 단결을 훼손한다. 또한 북한의 핵 무장은 평범한 노동자들의 궁핍한 생활을 그 대가로 하고 있다.

따라서 북핵 문제를 반제국주의적 관점에서 접근하되, 북한 핵이 아니라 전 세계 노동자·민중의 투쟁을 통해 제국주의를 패배시킬 수 있다는 관점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