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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움과 우려를 남기고 끝난 당대회

2월 27일에 열린 민주노동당 당대회에서는 지난해 하반기 사업 평가를 놓고 긴 논쟁이 벌어졌다.

특히, 당의 국가보안법 폐지 투쟁 전술을 놓고 첨예한 견해 차이가 불거졌다. 사실, 이것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계속되고 있는 논쟁을 반영한 것이다.

당 지도부는 지난 7차 중앙위원회에 “국가보안법을 철폐시키지는 못했지만 헌신적으로 투쟁했고, 수구·보수 대 진보·개혁 구도를 형성하여 한나라당을 반역사적·반국민적 정당으로 낙인찍었다”는 초안을 제출했다.

그러나 당시 중앙위원회는 열린우리당의 기회주의성을 효과적으로 폭로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비정규직 투쟁을 효과적으로 배치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추가했다.

당대회에서는 이런 중앙위원회의 평가를 뒤집는 시도가 있었다.

신석진 대의원(인천)은 국가보안법 투쟁을 통해 “한나라당을 반역사적·반국민적 정당으로 낙인찍었고, 열린우리당을 무능하고 기회주의적인 정당으로 각인시켰으며 진보 개혁의 대세적 흐름을 조성했다”는 수정안을 제출했다.

그러자 민동원 대의원(서울 양천을)은 수구·보수 대 진보·개혁의 흐름을 조성해 한나라당을 폭로했다는 평가를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두 수정안은 모두 부결됐다.

사실, 국가보안법 투쟁의 핵심 문제는 당 지도부가 열린우리당과의 ‘개혁 공조’에 발목 잡혀 독립적으로 운동을 건설하지 못한 것이었다.

지난해 사업 평가를 둘러싼 논쟁이 지리하게 벌어진 데다, 지나치게 많은 의사 진행 발언 때문에 나머지 중요한 안건들을 토론할 수가 없었다.

당 지도부는 시간과 장소의 제약을 들어 일부 안건들(2005년 사업 계획, 당헌과 강령 개정)을 찬반 토론 없이 표결했다.

게다가 예산안과 대의원들이 당대회 시작 전부터 대회장에서 열의 있게 발의를 준비한 반전 결의안, 사회적 교섭 재고 결의안, 북핵 관련 결의안 등은 모두 중앙위원회로 위임됐다.

상당수 대의원들은 이런 중요한 안건들을 최고 의결 기관인 당대회가 아니라 중앙위원회로 위임하는 것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다.

사실 이번 당대회는 당이 대규모로 성장하고 나서 처음으로 열렸다. 그 때문에 많은 대의원들이 커다란 열의를 가지고 당대회에 참가했다. 새벽 2시가 다 돼서도 대다수 대의원들은 자리를 지켰다.

그러나 당 지도부는 밤 10시부터 나머지 안건들을 중앙위에 넘길 것을 독촉했다.

이 때문에 당대회가 토론과 논쟁에 장이기보다는 점점 거수기 노릇을 하고 있다는 대의원들의 우려와 불만은 단지 기우만은 아닌 듯하다.

물론 일부 대의원들이 보여준 형식주의적 민주주의와 평당원주의도 진지한 토론을 어렵게 만드는 데 일조한 것은 사실이다. 이 점은 개선돼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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