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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장 성소수자 차별을 끝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울려 퍼지다

5월 17일은 세계보건기구(WHO)가 동성애를 질병 목록에서 삭제한 날이다. 전 세계 성소수자 운동은 이날을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로 기리며 다양한 행사들을 진행한다. 5월 17일 한국에서도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 27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열렸다.

오전엔 이날을 기념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 기자회견에는 성소수자 단체들과 민주노총, 장애인권단체, 좌파 단체 등 50여 단체가 참가해 성소수자 운동에 대한 폭넓은 지지와 연대를 보여 줬다.

‘성소수자 혐오 없는 나라를 바라는 시민선언’ ⓒ박충범

오후 5시부터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은 청계광장 주변 파이낸스센터 빌딩 앞에서 ‘성소수자 혐오에 반대하는 시민 버스킹 – 새로운 대통령에게 말한다’를 진행했다. 약 1백30명이 참가해 청계천 주변에 무지개 깃발을 휘날렸다. 성소수자 단체의 회원들이 주로 많았고, 장애인권 단체, 노동당, 정의당, 노동자연대도 참가했다.

집회에선 바로 전날 재판에서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구속된 A대위에게 군 검찰이 징역 2년을 구형한 것에 대한 규탄의 목소리가 높았다. 김형남 군인권센터 간사는 “A대위는 ‘선처를 바란다’며 재판 내내 많이 울었다”며 “동성애자면 잠재적인 성범죄자라도 되는 것이냐” 하고 규탄했다. 참가자들은 “군형법상 추행죄 폐지하라!”를 목소리 높여 외쳤다.

또, 많은 발언자들이 성소수자로서 겪는 차별의 현실을 생생히 전했다. 특히, 자신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기간제로 일하는 공공기관 비정규직 노동자로 소개한 발언자는 성소수자이자 비정규직 노동자로서의 서러움에 대해 생생하게 발언해 박수를 많이 받았다.

집회 참가자들의 발언에서 문재인 정부에 대한 기대도 느낄 수 있었다. ‘파격적 인사’와 국정 교과서 폐기 지시, 세월호 비정규직 교사 순직 인정 지시 등을 보고 기대감을 갖는 듯했다. 몇몇 발언자들은 문재인이 강조한 ‘통합, 소통, 개혁’이 소수자들에게도 적용돼야 하고, 그런 점에서 군형법 92조 6항과 현행 학교 성교육 표준안이 폐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요구들은 촛불 덕택에 당선한 문재인이 마땅히 실행해야 할 개혁들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이런 개혁을 앞장서 추진할 것 같지는 않다. 현재까지 보여 준 개혁도 촛불들의 염원에 견주면 매우 불충분할 뿐 아니라, 그는 선거 기간에도 우경화하며 사람들의 개혁 기대치를 낮추려고 애썼다. 성소수자 차별을 해소하는 법 제도 개혁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약속하지 않았다. 그래서 일부 참가자들은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며 투쟁을 강조하기도 했다.

윤가브리엘 HIV/AIDS 인권연대 나누리+ 대표는 동성애와 에이즈를 연결시키며 에이즈에 대한 맹목적 혐오와 공포를 부추기지 말고 제대로 된 치료와 복지를 제공하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에이즈 인권운동 13년 가까이 하고 있지만 어느 정권도 이 문제에 관심 갖지 않았다. 곧 이 새로운 정부와 어떻게 싸워야 할지 고민하게 될 것이다.”

나영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활동가도 문재인 정부 옹호자들이 민주노총 6월 총파업과 성소수자 운동을 비난하는 상황을 비판했다.

노동자연대 회원인 필자도 “문재인은 이주노동자들을 위한 고용허가제 폐지, 단속추방 중단 요구도 찬성하지 않았고, 차별금지법 제정도 반대하고, 낙태죄 폐지도 찬성하지 않았다. 성소수자들 권리는 문재인 정부 때에도 우리 손으로 쟁취해야 한다” 하고 말했다.

ⓒ이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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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사회자는 구글이 ‘인권재단사람’과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이 주관하는 ‘무지개인권프로젝트-온’에 5만 달러(5천7백만 원)를 기부했다는 소식을 알리며 “구글 미국 본사에다가 항의 전화해 주시면 ‘한국 성소수자 현실이 이렇구나’ 해서 더 많은 돈을 후원해 줄 것 같다” 하고 말했다.

그러나 성소수자 운동에 대한 기업의 후원을 일면적으로 좋게만 말할 수는 없다. 기업들이 사회운동에 돈을 내는 것은 그 운동에 대한 지지 기반이 넓어지고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지만, 기업들은 보통 선의가 아니라 이를 이미지 개선 등의 홍보 수단으로 활용한다. 또, 서구에서 보듯, 이것은 아래로부터 저항에 직면한 기업들이 그 운동을 흡수해 약화시키려는 시도이기도 했다. 한국 성소수자 운동은 이런 점을 분명히 경계해야 한다.

집회는 다양한 발언과 활력 있는 공연으로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문재인 정권 하에서도 성소수자 차별에 맞서기 위해 투쟁이 계속돼야 할 것이다. 또한 차별에 맞서기 위한 효과적인 전략·전술에 대한 토론과 논쟁도 활발하게 벌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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