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와 영국 조기 총선:
노동당 제러미 코빈이 승리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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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를 읽기 전에 “유럽 정치의 양극화, 브렉시트, 나치의 성장”을 읽으시오.
정치적 불안정의 산물인 브렉시트는 영국 국내외 정치의 불안정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브렉시트는 유럽 지배자들의 유럽 통합 프로젝트에 큰 타격을 입히고, 유럽연합 회의론에 힘을 실어 주고 있다. 유럽 지배자들은 탈퇴 ‘도미노’를 차단하기 위해 영국과의 협상에서 강경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영국 총리 테리사 메이는 유럽연합은 물론 유럽단일시장에서도 탈퇴하는 이른바 ‘하드 브렉시트’를 표명하며 보수당을 브렉시트 정당으로 자리매김하려 한다.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영국 경제가 여러 예측과는 달리 파국을 맞지는 않은 덕분이다. 미국에서 트럼프가 집권한 것도 메이에게는 자신감을 주는 요인이었을 것이다. 1월 초 트럼프 측근들은 영국이 미국의 최우선 무역 협상 대상국이 될 수 있음을 영국 쪽에 내비쳤다.
테리사 메이의 ‘하드 브렉시트’ 표명은 고액의 ‘위자료’를 청구하는 유럽연합에 대한 대중의 반감을 등에 업으려는 포퓰리즘적 시도로도 보인다. 또, 보수당 내 브렉시트 파를 달래며 당을 결속시키고, 영국독립당에게 빼앗긴 유권자를 되찾아 오려는 시도인 듯하다.
5월 4일 지방선거 결과를 보면, 영국독립당에게 빼앗긴 표를 탈환한다는 메이의 목표는 성공한 듯하다. 영국독립당은 지방의회 1백45석 중 1백44석을 잃었다. 게다가 영국독립당 소속의 유일한 하원의원이 ‘이제 영국독립당은 제 역할을 다했다’며 탈당해 버렸다. 2012년 총선에서는 12퍼센트를 득표한 영국독립당의 지지율은 현재 5퍼센트 미만으로 뚝 떨어졌다.(그렇다고 해서 인종차별에 맞서야 할 과제가 덜 중요해진 것은 아니다. 영국독립당의 노골적 인종차별 선동이 영국 주류 정치권에 먹혀든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현재 보수당은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다. 6월 8일에 조기 총선을 실시하는 데에는 현재의 높은 지지율을 이용해 정부를 안정시키고 브렉시트 협상에서 협상력을 키우려는 목적이 있다.
그러나 보수당의 앞날이 장밋빛인 것만은 아니다. 영국 경제의 회복이 실물경제나 투자의 상승 덕분은 아니어서 취약하고, ‘미국 최우선주의’와 ‘보호주의’를 주장하는 트럼프가 메이의 바람대로 움직여 줄지도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또, 유럽연합 탈퇴 협상의 개시로 영국은 2년 뒤에는 어찌되든 유럽연합을 탈퇴하게 된다. 그래서 탈퇴 협상에서 영국은 비교적 불리한 처지이다. 그리고 영국 자본가들은 여전히 ‘탈퇴 아닌 탈퇴’를 원한다. 보수당이 총선에서 승리하더라도 앞으로의 브렉시트 협상 과정에서 온갖 난제와 모순에 부딪힐 것이다.
총선 결과도 보수당의 낙승이 정해진 것은 아니다. 노동당 제러미 코빈의 유세에는 지지자가 수백~수천 명씩 모이고 있다. 여전히 보수당의 지지율이 더 높지만, 조기 총선 실시가 발표된 4월 하순 거의 20퍼센트포인트였던 보수당-노동당의 지지율 격차는 지금 꽤 좁혀졌다.
물론 코빈은 코빈대로 당내 우파의 압박과 방해에 시달리고 있어, 최종 역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또, 5월 22일 맨체스터에서 발생한 폭탄 공격도 영향을 끼칠 것이다. 이 글을 쓰는 현재, 밝혀진 것이 거의 없어 확신할 수는 없지만, 수십 명의 사상자를 낸 이 끔찍하고도 안타까운 사건은 이슬람주의자의 소행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진정한 원인은 영국 제국주의이다. 지난 십여 년 동안 영국은 중동에서 전쟁을 벌이며 무슬림 혐오를 부추겨 왔다.
코빈이 제국주의가 진정한 원인임을 당차게 주장하며 무슬림 방어를 확고히 한다면, 보수당이 득만 보지는 않을 수 있다.
앞으로 보름, 코빈의 승리를 위한 영국 좌파들의 노력이 중요하다.